[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한국인의 식판'이 급식의 화려한 변신을 선보이며 연일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무대를 옮긴 이연복 군단의 도전이 흥미진진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피로감을 유발하는 편집 방식이 이들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25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예능프로그램 '한국인의 식판'은 전 세계 어디든 대한민국 식판을 들고 날아가 K-급식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연복 셰프와 영양사 김민지를 주축으로 허경환 남창희 한예리 오스틴강 등이 출연하고 있다.

'한국인의 식판' 팀은 여느 요리 예능과는 달리 기획 단계에서부터 전문 영양사를 고용하며 '안전한 조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고, 호평을 받으며 순조롭게 항해를 시작했다. 축구선수 황희찬의 소속 팀인 울버햄튼 원더러스를 시작으로 옥스포드 대학, 퀸 엘리자베스 스쿨 등 실제 영국 학교에서 급식을 선보이는 도전을 통해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아냈고, 7회 방송부터는 미국으로 장소를 옮기고 출연진을 재정비해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시 제퍼슨 초등학교에서 급식을 선보였다.

위기 상황에서 40여 년 간 쌓아온 내공과 순발력을 발휘하는 이연복과 일명 '랍스터 급식'으로 화제를 모았던 김민지 영양사의 어시스트, 그리고 여타 출연진들의 진솔한 노력이 더해져 수백 명을 위한 급식이 완성되는 과정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이들의 요리는 신선한 경험, 높은 완성도 등으로 매번 호평받으며 높은 만족도를 달성해 왔다.

하지만 정작 시청자들의 만족도는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편집이 손꼽힌다. '한국인의 식판' 팀은 방송 초반부터 꾸준히 출연진 간의 사소한 마찰이나 작은 실수를 큰 갈등, 위기로 부각해 반복 편집을 하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일례로 1, 2회에서는 김민지 영양사가 식재료에 맞춰 조리 구역을 구분하고 도마를 매번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는 상황을 두고 이연복이 짜증을 내는 듯한 편집을 해 마치 두 사람 사이에 갈등 기류가 흐르는 듯한 연출이 펼쳐졌다. 정작 이연복은 엄격한 위생 관리가 필요한 급식의 특성을 이해하며 "시간이 촉박하고 복잡하지만 해야지"라며 금세 급식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작은 위기와 갈등, 그리고 극복이라는 구조가 80분 동안 끊임없이 되풀이되며 시청자들을 피곤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JTBC 한국인의 식판

매회 자극적인 편집 방식이 반복되던 와중에 7, 8회 방송이 펼쳐진 제퍼슨 초등학교 에피소드에서는 이러한 불만이 정점을 찍었다.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배우고 있는 학교이기에 한국계인 교장이 아이들의 한식 경험을 위해 직접 사연을 접수했고, 아이들이 어느 정도 한국에 대한 기초 정보를 가진 상황에서 해당 150명 대상의 급식이 진행됐다. 이에 김치볶음밥, 떡갈비, 콩나물무침, 미숫가루, 청포묵무침, 어묵탕 등이 급식 메뉴로 선정된 가운데, 7회 말미에서는 김치볶음밥을 매워하는 학생들이 속출하고 급식을 거부하는 아이들이 대다수인 듯한 장면이 연출됐다.

방송이 끝난 직후 해당 메뉴는 온라인상에서 이슈가 됐다. 미국 아이들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실패한 식단 구성이라며 김민지 영양사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도 이어졌다. 하지만 정작 일주일 뒤 공개된 8회 방송에서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리필한 음식이 김치볶음밥이라는 반전 내용이 담겼다. 7회에서 김치볶음밥을 지나치게 매워하던 특정 학생들이 실상은 매워하면서도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 밖의 메뉴에서도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기는 했지만 호감을 보이는 학생들의 모습이 계속해 비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고, 잔반이 많이 남기는 했지만 결국 대다수의 학생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만족도도 98%를 달성하며 좋은 결과를 냈다.

이처럼 매회 유사한 구성이 주는 피로감, 필요 이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강조하는 편집은 오히려 시청자들을 '한국인의 식판'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자충수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한국 급식을 세계에 소개하고, 나아가 생소한 한국 음식을 전파하겠다는 좋은 기획 의도를 희석시키는 자극적인 편집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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