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이소담 기자] “10년 활동에도 공중파 출연, 쉽지 않더라고요.”

지난 19일 방송된 KBS2 밴드서바이벌 ‘탑밴드2’(톱밴드2, TOP밴드2)에는 밴드 네미시스가 출연해 자신들의 히트곡 ‘베르사이유의 장미’를 선보였다. 이 무대를 통해 그들은 심사위원 극찬과 함께 3차 예선에 진출하는 영광을 안았다.

사실 이날 방송이 네미시스에게 공중파 첫 무대라는 것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2000년 결성해 어느덧 12년차 밴드가 된 네미시스에게 지금껏 공중파 무대에서 노래 할 기회가 단 한 번도 주어지지 않았단 사실은 충격이었다.

네미시스 기타리스트 하세빈은 “‘베르사이유의 장미’란 노래를 아는 분들은 많다. 그래서 당연히 우리가 공중파 방송에 출연했을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꽤 있더라. 전국에 나가는 방송에 출연해 음악을 선보인 건 ‘탑밴드2’가 처음이었다”고 설명했다.

전 국민의 야구송 ‘치고 달려라’ 주인공 밴드 타카피에게도 공중파 출연은 녹록치 않았다. 2003년 KBS2 ‘윤도현의 러브레터’, 지난해 KBS2 ‘음악창고’가 10년차 밴드 타카피의 공중파 출연 이력 전부다.

지난해 ‘탑밴드’ 시즌1 축하공연, ‘탑밴드2’ 2차 예선 무대가 타카피에게는 세 번째, 네 번째 공중파 방송 출연이다.

타카피 보컬 김재국은 “결성 초반엔 꼭 방송에 나가야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냥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보여주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실력 좋은 밴드들이 그냥 묻히는 게 안타까웠다. 방송을 통해 대한민국에도 좋은 음악을 하는 밴드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공중파 출연, 쉽지 않더라”며 아쉬운 기색을 내비쳤다.

실제 타카피는 공중파 방송 출연 이력을 묻자 “10년을 음악을 했는데, 막상 정리해보니 이것뿐이네요”라며 조금은 허탈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밴드씬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데이브레이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06년 결성된 데이브레이크는 이전 밴드활동 경력까지 합하면 10년이 넘지만, 음악을 꾸준히 해왔음에도 공중파 문턱은 그들에게 높기만 했다. ‘음악창고’와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출연 등이 공중파 출연 전부였기에 그들은 ‘탑밴드2’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데이브레이크는 “우리 음악을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밴드가 방송에 출연하기 힘든 상황에서 ‘탑밴드2’가 그러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자그만 바람을 드러냈다.

이처럼 밴드들의 방송 활동 문이 좁은 상황에서 ‘탑밴드2’는 그들에게 서바이벌이나 경연이 아닌 하나의 희망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우승보다는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말한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한 번이라도 더 들려주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이기고 다음 라운드로 진출해야만 한다. 누군가는 가혹하다 말하지만 밴드들의 공중파 출연 현실을 놓고 보면 ‘탑밴드2’는 전국 방송에서 그들의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커다란 통로 역할을 하고 있기에 밴드들이 대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예로 ‘탑밴드’ 시즌1에서 2인조 밴드 톡식은 전승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들이 ‘탑밴드’를 통해 선보인 음악은 자작곡 ‘인 투 더 나잇’ ‘잠시라도 그대’ 2곡과 커버곡 6곡이었다. 우승하기까지 총 8곡이 공중파 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10년차 밴드들도 공중파 출연이 어려운 상황에서 ‘탑밴드’ 출연만으로 그들의 방송 출연 회수를 뛰어넘은 것이다.

최근 ‘탑밴드2’를 두고 이런 저런 말들이 많다. 편집에 대한 불만부터 ‘유명 밴드 섭외설’에 ‘순위 보장설’, 심사위원 자질 논란, 그리고 낮은 시청률에 대한 굴욕적인 말들이 ‘탑밴드2’를 흔들고 있다.

하지만 ‘탑밴드2’가 없었다면 네미시스 ‘베르사이유의 장미’가 공중파에서 라이브 연주로 울려 퍼지는 날이 있었을까? 네미시스 공중파 출연은 앨범 발매 후 꼬박 7년이 걸렸다. ‘탑밴드2’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기약 없이 하루하루를 기다려야만 했을 것이다.

‘탑밴드2’는 오는 6월 2일 오후 11시 25분 5회 방송분에서 2차 예선 트리플 토너먼트 마지막 이야기를 마치고 3차 예선 300초 슬라이딩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제작진은 “2차 예선과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제대로 보여주겠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탑밴드2’ 첫 회만 보고 왈가왈부 하는 이들에게 애쉬그레이 노민혁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그냥 즐깁시다. 이때까지 더 어려웠는데도 즐겼잖아.”

[티브이데일리 이소담 기자 news@tvdaily.co.kr/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