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그날의 비극을 다시 꺼낸 이유가 무엇일까.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실화의 미스터리가 결국 영화의 한계가 됐다. 배우들의 호연과 번듯한 만듦새지만 결국 길을 잃어 알맹이의 매력은 놓쳐버린, ‘암살자(들)’이다.
23일 개봉된 영화 ‘암살자(들)’(감독 허진호)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경찰과 기자들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서사 구조를 뼈대로 삼는다. 그 과정에서 현재까지도 논쟁의 여지가 있는 여러 배후설을 묘사하지만, 정답이 없는 역사적 사건인 만큼 가설의 나열에 그치고 만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촘촘하게 진상을 쫓던 이야기가 중반부를 넘어서며 돌연 기자 정신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흐르면서 길을 잃기 시작한다. 미스터리한 진실 추적을 기대하던 관객들에게 이러한 갑작스러운 주제적 전환은 다소 당혹스럽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전개 방식 역시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극의 중심을 이끄는 재환과 영일이 기자라는 직업을 가졌기에, 취재한 내용을 부장에게 보고하는 형식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 보고 과정에서 너무 방대한 정보값이 설명조의 대사로 줄줄이 나열되면서 긴장감을 단숨에 떨어뜨린다.
핵심적인 미스터리를 다루는 방식이 불친절하다는 점도 큰 단점이다. 영부인의 머리를 관통한 탄환이 왜 사건의 진실을 가리키는 결정적 증거인지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국가가 이를 철저히 숨기려 한다는 표면적인 상황만 제시할 뿐이다.
여러 배후설 중 일본과 관련된 가설은 이야기 얼개가 복잡하다. 관객이 이 복잡한 퍼즐을 온전히 이해해야만 다음 전개를 따라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벅찬’ 정보량을 소화하는 과정이 흥미롭기보다는 오히려 피로감을 유발하는 이유다.
가장 큰 의문점은 이 작품이 지금의 관객들에게 어떤 소구력을 지니느냐다. 과거의 비극을 스크린으로 다시 불러올 때는 현시점의 관객들에게 닿을 수 있는 메시지가 필요하지만, 영화는 그 지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영화가 끝난 후 대체 이 사건을 왜 지금 영화화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특별출연 라인업도 패착으로 작용했다. 제작사의 전작 ‘서울의 봄’에서는 적재적소의 특별출연이 극의 재미를 끌어올렸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대중적 호불호가 갈리는 배우들의 등장이 역할 몰입을 깨고 극의 흐름을 끊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전체적인 만듦새는 나쁘지 않은 편이나, 잘 세공된 외형에 비해 알맹이의 매력이 떨어져 같은 사건을 다룬 교양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보다 서스펜스가 부족하다는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암살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