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한 곡을 만들기 위해 밤을 새우고, 떠오른 멜로디 하나를 놓칠까 침대 곁에 종이와 펜을 두고 잠드는 사람에게 ‘클릭 몇 번으로 만들어진 음악’은 어떤 의미일까. 1990년대 ‘존재의 이유’ ‘사랑을 위하여’ 등을 히트시키며 전성기를 누렸던 가수 김종환에게 음악은 오랜 시간 직접 만들고 부딪히며 완성해온 결과물이다. 그런 그가 AI 음악을 바라보며 ‘도둑질’이라는 강한 표현까지 꺼냈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기술의 발전이 아니다. 직접 연주하고, 쓰고, 고치며 한 곡을 완성해온 시간의 가치가 몇 번의 클릭으로 만들어진 음악 앞에서 희미해지는 현실이다.
김종환은 최근 진행된 티브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AI 음악을 둘러싼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AI가 잘 활용하면 이로운 기술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음악과 미술 등 창작 영역에 AI를 사용하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몇 줄의 프롬프트만 입력해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지는 이른바 ‘딸깍 음악’에 대해서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가 이 문제를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는 AI로 만든 음악을 둘러싼 저작권에 대한 인식까지 달라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종환은 일반인들이 AI에 프롬프트를 입력해 음악을 만든 뒤 “저작권 등록을 하면 돈이 나오느냐”고 묻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단 한 곡을 위해 오랜 시간 땀을 흘린 그의 입장에서는 AI의 결과물과 같은 선상에 놓이는 현재의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김종환이 AI 음악을 ‘도둑질’이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AI가 기존 작곡가들의 음악에서 데이터를 가져와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 결과물을 만들어낸다고 보면서 “기계가 그동안 나왔던 것 중 좋은 것만 뽑아서 만든다면 도둑질”이라고 강력히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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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환 |
김종환은 한 곡을 완성하기까지 수없이 수정하고 또 고친다. 그렇게 공을 들인 곡이라도 100% 만족하기 쉽지 않지만, 그만큼 곡을 향한 애정은 깊어진다. 김종환은 “한 곡이 완성될 때까지 힘든 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 과정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쉽게 만들어진 결과물에 대해서는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고, 성취감도 떨어진다”고 짚었다. 오랜 시간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 자체가 그에게는 음악을 완성하는 중요한 일부인 셈이다.
그가 AI 음악을 바라보며 느끼는 또 다른 문제는 직접 만든 음악까지 의심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김종환은 자신처럼 AI를 사용하지 않고 음악을 만들어온 사람의 작품마저 ‘혹시 AI를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되는 상황을 가장 절망적인 일로 꼽았다. 자신의 손으로 만든 음악인데도 오히려 AI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해명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만들어내는 음악과 인간의 창작물이 갖는 의미 역시 다르다고 봤다. AI는 비슷한 음악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지만, 한 사람이 살아오며 쌓은 경험과 고민까지 그대로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AI 음악을 립싱크에 비유하며 결국 대중은 진짜 창작물을 찾게 될 것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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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AI 활용 자체를 모두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취미로 AI 음악을 만드는 것은 개인의 선택일 수 있지만, 이를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등록하거나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만약 AI를 활용한다면 “어디에서 어느 정도 활용했는지 명확하게 기재하고, 나머지 인간이 만든 부분의 데이터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가 개입한 영역과 인간의 창작 영역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AI가 창작의 상당 부분을 대신할 경우 인간의 창작 능력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걱정했다. 쉽게 결과를 얻는 방식에 익숙해지면 직접 연주하고 고민하며 실력을 쌓는 과정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후배 음악인들을 향한 조언에서는 그의 창작 철학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김종환은 “좀 더디게 가더라도 정말 내가 피와 땀을 흘려 만든 순수 창작곡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빠르게 결과를 얻는 것보다 스스로 쌓아온 실력과 경험을 통해 음악을 완성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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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환 |
김종환은 자신의 음악이 사람들에게 들려지고,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누군가의 삶과 맞닿는 순간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단다. 수십 년간 음악을 만들어온 그에게 AI 시대의 창작은 결국 ‘얼마나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가’보다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었는가’에 더 큰 의미가 있다.
1990년대 대중가요계 정상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렸던 김종환은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음악을 만든다. 기술이 음악을 만드는 방식까지 바꾸고 있는 시대에도 그가 지키려는 것은 결국 자신이 수십 년 동안 음악을 통해 증명해온 창작의 과정과 그 가치를 향한 믿음이다.
[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