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확장된 서사에 흥미는 아주 잠깐이다. 미장센도, 지지부진한 이야기 전개도 모두 아쉽다. 23년 만에 시리즈로 돌아왔지만, 그 이유에 대한 설득은 끝내하지 못한 ‘스캔들’이다.
지난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스캔들’(연출 정지우)은 조선시대 여성으로만 갇혀 살기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인 조씨부인(손예진)과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지창욱)이 벌이는 발칙하고도 위험한 사랑 내기, 그리고 그 내기에 얽힌 한 여인 희연(나나)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를 한국판으로 영화화했던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를 8부작 시리즈로 확장한 작품이다. 2시간짜리 원작 영화와 비교해 러닝타임이 4배 가까이 늘어난 만큼, 영화에서는 비교적 서술이 디테일하지 않았던 조씨부인과 조원의 서사에 살을 대폭 붙였다.
시대적 한계 때문에 재능이 있어도 여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욕망을 억눌러야 했던 조씨부인과 그와 문우가 된 이후 위험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조원의 금기된 사랑 서사는 초반 이목을 확 사로잡으며 흥미를 유발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작품의 매력은 딱 여기까지다. 조씨부인과 조원 외에 다른 인물들의 서사를 조금 더 풍성하게 채워 시리즈 분량을 늘리려 한 시도가 엿보이나, 그 이야기들이 뭔가 하나의 줄기로 모이지 않고 따로 놀면서 극의 몰입도를 현저히 떨어뜨린다.
무엇보다 극의 무게중심이 조씨부인과 조원에게 쏠린 탓에 내기의 핵심인 희연의 존재감이 죽어버린 점이 치명적이다. 굳건하게 정절을 지키던 희연이 왜 조원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지 그 과정이 너무 얼레벌레 비약적으로 전개된다. 이로 인해 어느 순간 조원을 좋아하고 있는 희연의 감정선이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다.
조씨부인과 조원의 내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중반부 전개 역시 지리멸렬하게 느껴진다. 이야기 전개가 쫀쫀하지 못하고, 두 사람의 서사가 나올 때만 반짝 텐션이 살아난다. 그 외 인물들의 서사로 넘어가는 순간 긴장감이 확 떨어지며 지루함을 유발한다.
7회부터는 갑자기 몰아치듯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도 패착이다. 모든 인물들의 갈등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흐름이 앞선 흐름과 붙지 않아 뜬금없고 급하게 얼버무리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특히 내기의 결말을 두고 시시각각 어지럽게 변하는 조씨부인과 조원의 심리는 시청자의 몰입을 돕기보다는 혼란만 야기하며 극을 지탱하던 감정선마저 무너뜨린다.
아쉬운 서사와 연출 속에서도 그나마 작품을 시청하게 만드는 건 오로지 손예진과 지창욱의 연기력이다. 손예진은 사랑과 명예에 대한 욕망을 가진 조씨부인의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선을 깊은 내공의 연기력으로 작품에 녹여냈다. 지창욱 역시 조씨부인에 대한 순애보, 그리고 그 순애보로 인해 파멸로 향해 가는 조원의 서사를 몰입도 있게 그려냈다.
다만 두 배우의 열연에도 이번 작품은 아쉬운 서사와 연출로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를 왜 23년 만에 리메이크하고 시리즈화했는지에 대해 시청자를 끝까지 설득시키지 못했다. 더불어 작품 공개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한국의 멋을 담은 미장센조차 기대에 미치지 못해 더욱 아쉬움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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