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의 베니스 은사자상, 이창동 감독이 '가능한 사랑'으로 증명한 거장의 품격 [무비노트]
2026. 09.14(월) 11:06
가능한 사랑 이창동 감독
가능한 사랑 이창동 감독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한국 영화사에 또 하나의 눈부신 이정표가 세워졌다.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이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경쟁 부문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품에 안았다. 한국 영화가 베니스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최초이며, 감독 개인으로서도 2002년 ‘오아시스’ 이후 무려 24년 만에 거둔 쾌거다.

지난 12일 오후 7시(현지시각)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 살라 그란데 극장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심사위원이자 시상자로 나선 두기봉 감독은 은사자상을 건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 영화를 두고 “이창동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성숙하며, 디테일과 성찰이 마음에 든다며 본인은 절대 이런 영화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극찬했다.

무대에 오른 이창동 감독의 수상 소감은 긴 여운을 남겼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다림과 인내가 없었으면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 영화를 같이 만든 모든 분들과 지금 느끼는 감정을 나누고 싶다”라며 영광을 돌렸다. 넷플릭스의 지원과 배우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이 상은 여러분들의 것”이라고 덧붙이며 거장의 품격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돋보인 것은 영화가 던지는 화두였다. “노동이 사라져 가는 시대에,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끊어져 가는 시대에 저는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영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질문하기 위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라는 이창동 감독의 말이 울림을 전했다. 뒤이어 “이 상을 주신 것은 그 질문을 계속하라는 뜻으로 알겠다.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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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직후 기자회견에서는 창작자로서의 진솔한 고뇌도 털어놓았다.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지 않고 어떻게 영화에 담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자문했다고. “과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영화에 담아야 되는지, 그 질문을 제 스스로에게도 하고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녀의 남편이 다큐 제작을 위해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네 사람이 마주하며 드러나는 서로 다른 삶의 궤적과 숨겨진 욕망은 관객들에게 서늘하면서도 감정의 소용돌이를 선사할 예정이다.

토론토국제영화제 일정으로 베니스 현지에 함께하지 못한 주연 배우들의 기쁨도 바다를 건너 전해졌다. 전도연은 “다음 작품을 써 내려가는 큰 동력이 되길 바란다”며 애정을 드러냈고, 설경구 역시 “이 영화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럽고 자랑스럽다”며 벅찬 소회를 밝혔다. 조인성과 조여정 또한 팬들을 향한 감사와 함께 개봉에 대한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수상이 더욱 흥미로운 점은 넷플릭스와 극장이라는 두 플랫폼의 만남이다. 창작자의 비전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넷플릭스의 선택은 영화제 수상이라는 결과로 완벽하게 보답받았다. 이제는 매체의 경계를 넘어 오직 작품의 밀도가 전 세계를 관통하는 가장 확실한 언어임을 ‘가능한 사랑’이 입증한 것이다.

이창동 감독이 던진 질문에 이제 관객이 응답할 시간이다. '가능한 사랑'은 9월 23일 극장에서 먼저 개봉하며, 11월 6일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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