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가능한 사랑', 베니스영화제 2등상 심사위원대상 수상…아카데미 레이스 본격 시동 [무비노트]
2026. 09.13(일) 09:08
가능한 사랑
가능한 사랑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이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2등 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가능한 사랑'은 현지시간 12일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 '팔라초 델 시네마'에서 열린 영화제 폐막식에서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 수상작으로 당당히 호명됐다.

이번 수상은 한국 영화사에도 굵직한 이정표를 남겼다. 한국 영화가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수상한 것은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14년 만이며, 심사위원대상 수상은 한국 영화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이 감독 개인으로서도 2002년 '오아시스'로 감독상(은사자상)을 수상한 이후 무려 24년 만에 베니스의 트로피를 다시 품에 안는 영예를 안았다.

영광의 트로피를 받아 든 이 감독은 시상대에 올라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묵묵히 버텨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수많은 사람의 기다림과 인내가 없었으면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특히 영화를 기다리느라고 매일 술을 마셔야 했던 제작자 이준동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재치 있는 소감을 밝혀 현장에 유쾌한 웃음을 안겼다.

이어 카메라 앞에서 혼신의 연기를 펼쳐준 주연 배우들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돌렸다. 이 감독은 "이 영화에 생명력을 준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 네 분에게 감사드린다. 이 상은 여러분들의 것"이라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준 베테랑 배우들의 열연에 진심 어린 고마움을 전했다.

이번 작품은 10여 년 전 이 감독이 해고 노동자 문제를 다루려다 제작 준비 단계에서 중단했던 기획에서 출발해 오랜 숙성의 시간을 거쳐 완성됐다. 영화의 제작을 맡은 파인하우스필름 이준동 대표는 이 감독의 전작 '시'(2010), '버닝'(2018) 등을 함께 만들어온 동반자이자 이 감독의 친동생으로, 두 사람의 신뢰가 이번 명작의 탄생을 견인했다.

이 감독은 작품을 관통하는 묵직한 시대적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그는 "노동이 사라져 가는 시대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끊어져 가는 시대에 저는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영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질문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며 "이 상을 주신 것은 그 질문을 계속하라는 뜻으로 알겠다"고 창작자로서의 소명을 담담하게 강조했다.

'가능한 사랑'은 이 감독이 '버닝' 이후 8년 만에 선보인 신작이자 첫 넷플릭스 영화로, 부유한 남편을 둔 다큐멘터리 감독이 해고 노동자 부부의 신산한 삶을 렌즈에 담아내며 계급적 배경이 다른 이들이 서로의 생과 욕망을 마주하는 과정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 지난 6일 월드 프리미어로 베일을 벗은 직후 객석의 7분간 기립박수와 외신의 극찬을 이끌어내며 일찌감치 유력한 수상 후보로 점쳐졌다.

동료 영화인들의 찬사도 이어졌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홍콩 영화계의 거장 두치펑 감독은 폐막식 후 기자회견에서 "이창동 감독작 중 가장 원숙한 작품"이라며 "영화에 담긴 모든 디테일을 좋아한다. 나라면 이런 영화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본상에 앞서 국제비평가연맹(FIPRESCI)상까지 품에 안으며 빼어난 작품성을 공인받았다.

올해 황금사자상은 마이 엘투키 감독의 '우먼 언노운'에 돌아갔으며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을 고발해 화제를 모은 유발 아브라함·레이철 쇼르 감독의 '나자'가 심사위원특별상을 차지했다. 세계적 거장으로서의 위상을 다시금 입증한 이 감독의 '가능한 사랑'은 제99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 장편영화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 선정돼 내년 오스카 무대를 향한 본격적인 도전에 나선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가능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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