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배우 김지훈이 이번엔 하찮아졌다. 능력은 없지만 아내의 힘에 빌붙어 살아가는 남자, 그 하찮음 안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의 민낯을 찾아냈다. 데뷔 25년 차 배우의 내공이 고스란히 담긴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다.
최근 종영한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극본 정은경 박수린·연출 이창희, 이하 '지금 불륜')는 행복한 가정을 팔아온 인플루언서 박경희(김혜수) 임재홍 부부와 겉보기엔 완벽해 보이는 피부과 의사 안수정(조여정) 주보성(김재철) 부부가 불륜조차 하찮아지는 감당 불가한 비밀로 얽히면서 폭주하는 연쇄 추돌 블랙 코미디다. 김지훈은 성공한 인플루언서인 아내 박경희에게 의존해 살아가는 배우 임재홍 역을 맡아 특유의 하찮음으로 극의 서사를 견인했다.
김지훈은 임재홍이라는 인물에 대해 "하찮음이 매력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드라마 주인공들은 보통 멋있는 인물이 많다. 그런데 임재홍은 세상 하찮은 사람이다. 그게 저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했고, 그 하찮음이 시청자들에게 공감으로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특히 임재홍이 아내보다 사회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데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아내가 능력이 좋아서 잘 살면 고마운 거다. 삐딱한 마음이 없는 사람이다. 있는 그대로 상황을 보고 판단하는 사람이다. 다만 순간적인 욕망에 현혹돼 잘못을 저지른다. 그런 어리석음까지 포함해 임재홍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그는 임재홍을 단순히 '얄미운 불륜남'으로 바라보지 않았다고도 했다. "재홍이 잘못을 저질렀고 그 대가를 치르는 건 맞다. 하지만 잘못을 하고 나서 반성하고, 상황을 좋게 만들기 위해 애쓰는 모습까지 얄밉게만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누구나 살면서 실수를 하고, 본의 아니게 잘못을 하기도 하지 않나. 그걸 수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서 공감을 느꼈으면 했다"라는 설명이었다. 또한 극 중 상황은 극단적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에 자신의 경험을 대입했다고. "시체를 유기하는 상황에 공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마다 살면서 자기 나름의 극단적인 상황을 경험하지 않나. 그걸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발버둥쳤는지를 생각했다.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결국 살기 위해 애쓰는 인간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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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김지훈 |
작품 자체에 대한 만족감도 컸다. "너무 참신했다. 분위기와 신의 흐름이나 연출된 콘티나 이런 것들이 기존 드라마들과 차별화된 부분이 많았다. 큰 매력으로 느껴졌다"라며 "경험상 이 정도 상황 분량이면 3일은 찍어야 할 것 같은데 하루 만에 끝나는 거다. 근데 너무 잘 나온다"라고 했다. 캐릭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오히려 웃기려는 욕구를 내려놓는 것이 가장 중요한 숙제였다고 했다. "일부러 웃기려고 하면 결과적으로 웃음이 안 나는 경우가 많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웃기고 싶은 욕구가 생길수록 그 마음을 내려놓고 극 중의 상황에만 충실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함께한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특히 부부 호흡을 맞춘 김혜수에 대해서는 "완벽한 파트너였다"라고 표현했다. "상대방이 잘해야 나도 돋보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다. 제 연기를 본인 연기처럼 모니터해 주시고, 직접 아이디어도 주셨다. 중요한 감정을 표현해야 할 때도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시작하기 전에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런 우려를 완전히 없애주신 정말 좋은 파트너였다"라고 떠올렸다. 함께하면서 겸손해지는 계기가 됐다고도 했다. "저도 원래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인데 선배님들을 보면서 '나는 아직 멀었구나,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특히 김혜수 선배님이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게 준비하는 걸 보면서 자연스럽게 겸손해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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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김지훈 |
지난 2002년 KBS 드라마 '러빙유'를 통해 데뷔한 김지훈은 어느덧 데뷔 25년 차 관록 있는 배우가 됐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왔다! 장보리' 등 일일극에 주로 출연하며 오랫동안 안방극장의 사랑을 받아왔고, '악의 꽃'을 기점으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귀궁', '친애하는 X' 등 다양한 장르의 주연을 도맡으며 끊임없이 연기 변주를 시도해 왔다. '크라임씬' 시리즈 등 예능에서도 플레이어로 활약하며 팔색조 같은 다양한 모습을 선보여 왔다.
'지금 불륜' 또한 끊임없이 변화를 꾀해온 김지훈의 뜻과 궤를 같이 한다. 그는 "이미지가 한곳에 머무르는 것을 경계해왔다. 배우로서 역할이 고정되는 건 지양하는 편이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변주를 크게 하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멋있고 각 잡힌 역할보다 이런 하찮은 역할이 조금 더 편하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촬영 중인 차기작, TV조선 드라마 '시고르 아모르'에서는 집 없이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떠돌며 빚을 받으러 다니는 채권추심 변호사 역을 맡아 또 한 번 변신을 준비 중이라는 귀띔도 했다. 하찮음으로 시작해 인간적인 얼굴을 드러낸 임재홍처럼, 김지훈의 변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쿠팡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