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퇴사'라는 말은 직장인에게 익숙하지만 쉽게 꺼내기 어려운 말이다. 소연은 그 말을 노래 제목으로 꺼냈다. 다만 그가 말하는 퇴사는 일을 그만두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미루지 말자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소연은 7일 저녁 6시 솔로 정규 1집 '끝내주는 인생'을 발매했다. 지난 2021년 7월 첫 번째 미니앨범 '윈디(Windy)' 이후 약 5년 2개월 만의 솔로 컴백이다.
그동안 소연은 아이들(i-dle)의 리더이자 메인래퍼, 프로듀서로 팀 활동에 집중해왔다. '톰보이', '누드', '퀸카',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등 팀의 대표곡을 직접 탄생시키며 음악적 역량을 증명해 온 그가 이번에는 온전히 자신의 이름으로 8곡을 채웠다.
'끝내주는 인생'에는 록, 하이퍼팝, 디스코, 밴드 사운드 등 특정 장르에 머물지 않는 8개의 트랙이 담겼다. '퇴사할게여(Narr. 기안84)'를 시작으로 '뱅크롤(Bankroll)', '아이스블루래빗(icebluerabbit)', '스타(STAR)', '야채 싫어 송', '아미고(Amigo)', '그냥 사랑하면 안 될까', '낭만 보내기'까지 사랑과 이별, 분노와 불안, 해방감 등 소연이 그간 겪어온 다른 감정들이 다양한 색으로 펼쳐진다.
타이틀곡 '퇴사할게여'는 앨범의 방향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곡이다. 아날로그 밴드 사운드 위에 '퇴사'라는 소재를 올렸다. 단순하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소연 특유의 직설적이고 재치 있는 가사가 더해지면서 무겁지 않게 현실을 건드린다.
'퇴사할게여' 속 '아쉬울 것도 없거든요'라는 가사 뒤에 남는 것은 통쾌함만이 아니다. 일을 내려놓고 비로소 자신의 시간을 되찾겠다는 마음, 언젠가 오늘을 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을 하루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함께 놓인다. '퇴사할게여'의 낭만은 그래서 퇴사 이후에 시작된다.
뮤직비디오는 이 이야기를 장면으로 옮겼다. 답답한 사무실에서 지친 얼굴로 일하던 소연은 퇴사를 선언한 뒤 건물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웃고, 먹고, 즐기면서 그동안 미뤄뒀던 자신의 시간을 되찾는다.
배우 선우용여의 등장은 이 메시지를 보다 직접적으로 만든다. 고령의 선우용여가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즐기는 모습은 '끝내주는 인생'이 말하는 현재의 행복과 맞닿아 있다. 소연의 퇴사가 단순한 직장 탈출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다시 선택하는 장면으로 읽히는 이유다.
기안84의 내레이션 또한 곡에 유쾌한 결을 더한다. '이제 전처럼 절대로 약속 취소할 일은 없죠'라는 가사 뒤 '너 너 이거 또 거짓말하네 음'이라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소연의 선언을 한 번 더 비튼다.
뮤직비디오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할머니가 된 소연의 모습이 등장한다. "'결국 우린 모두 할머니가 될 거고, 뒤돌아보면 오늘 하루는 로맨틱 데이'"라는 가사와 맞물리며 앞서 나온 '퇴사'의 의미도 달라진다. 결국 지금의 하루를 어떻게 살아낼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된다.
소연은 이번 앨범의 8곡 모두에 작업자로 참여했다. 프로듀서명 '아이스블루래빗'으로도 음악적 영역을 넓혀온 그는 장르뿐 아니라 곡마다 화법과 캐릭터까지 직접 설계했다. 팀에서 보여준 강한 퍼포먼스와 프로듀서로서의 색깔은 이어가면서도, 솔로라는 이름 아래 사랑과 이별, 불안과 낭만 등 자신의 감정을 보다 가까이 꺼내놓았다.
앞서 소연은 소속사 일문일답을 통해 "직장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안정적인 미래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순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미래를 향한 걱정 대신 지금의 현실이 행복했으면 했다"라며 "좋은 음악을 전하고 싶은 것이 목표"라고 짚었다.
'퇴사할게여'라고 외친 소연이 마지막에 남긴 것은 거창한 성공담이 아니다. 언젠가 오늘을 돌아볼 자신을 위해, 지금의 하루를 조금 더 즐겨보자는 제안에 가깝다. 직장을 그만두는 순간을 노래한 듯했던 앨범은 어느새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닿는다.
소연이 말하는 '끝내주는 인생'의 낭만은 멀리 있지 않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위해 오늘을 미루지 않는 것. 그 작은 발칙함이면 충분하다.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news@tvdaily.co.kr/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퇴사할게여' 뮤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