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수, 기회는 가만히 기다리지 않는다 [인터뷰]
2026. 09.07(월) 14:00
킬러들의 쇼핑몰, 유현수
킬러들의 쇼핑몰, 유현수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배우 유현수가 '킬러들의 쇼핑몰2'을 통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얼굴 도장을 찍었다. 치열하게 열정을 꾹꾹 눌러 담아 빚어낸 섬마을 청년의 등장은 일견 짧게 보여질 수 있겠으나,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는 충분한 퇴장이었다.

최근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2'은 혹독한 인수인계를 마치고 쇼핑몰의 새로운 대표가 된 정지안(김혜준)이 살아 돌아온 삼촌 정진만과 함께 바빌론 글로벌 세력에 맞서 본격적인 반격을 펼치는 액션 드라마다. 유현수는 섬마을 하남도의 주민 김우진 역을 맡았다. 하남도로 들어온 정지안과 섬마을 로맨스를 형성하지만 바빌론의 습격을 받은 정지안을 지키려다가 총에 맞아 사망하는 비극적인 인물이다.

김우진이라는 인물을 준비하는 과정은 짧지만 촘촘했다. 캐스팅 합격 소식을 듣고 첫 촬영까지 주어진 시간은 고작 2주, 유현수는 그 시간을 고스란히 캐릭터의 외피를 만드는 준비에 쏟아부었다고 했다. 황급히 오토바이 면허증을 새로 취득해야 했고, 김우진이 배를 운전하는 장면을 위해 보트 선장에게 직접 조작법을 배워 촬영에 임했단다.

무엇보다도 가장 에너지를 많이 쏟은 건 경남 통영 사투리였다. 그는 "경남 사투리를 처음 접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매일 사투리 선생님과 붙어서 연습했다. 선생님을 못 뵈는 날에는 전화로 매일 3시간씩 통화했다. 그렇게 3개월을 보냈다"라고 말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단 5초 전까지도 대사 수정을 거듭했고, 현장에서 추가 대사가 생기면 사투리 선생님께 급하게 전화해 톤을 잡아나갔다. 촬영을 마치는 순간까지 한마디를 하더라도 백 번, 이백 번 선생님과 계속 맞췄다"라며 고충을 밝혔다.

유현수는 "사투리를 정말 열심히 연습했었는데, 처음에는 통영보다는 부산 사투리에 가깝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아무래도 미디어에서 상대적으로 부산 사투리를 더 많이 접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였다"라며 "통영은 어미를 좀 내리면서 끄는 느낌, 텀을 두는 느낌이 많더라. 연습 과정에서 차이점을 확실히 느꼈다"라고 말했다. 함께 연기한 배우의 부산 사투리에 휘말리지 않으려 애쓰며, 통영 말씨를 지켜내는 것이 관건이었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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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들의 쇼핑몰, 유현수

외피 뿐만 아니라 내면을 조각하는 작업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유현수는 섬 청년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등을 참고하며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고 말했다. 특히 다른 캐릭터들과의 교류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고, 각각의 인물과 모두 다른 거리감을 지닌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인물을 그려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만물상에게는 까칠한 청년, 어머님들에게는 든든한 손자, 아린에게는 20대 풋풋한 소년 이미지를 만들려 했다. 미스터리 스릴러 로맨스 코미디가 다 있는 여러 장르의 드라마를 촬영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섬마을 어머니들과의 첫 촬영이 기억에 남는다며 "어떠한 온기가 느껴지더라. 연기로 만들어지기보다는 선배님들의 삶과 인간에서 나오는 온기라고 느껴져서 그 순간만큼은 편안한 앙상블이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로맨스 호흡을 맞춘 선배 김혜준에 대한 질문에는 "너무 유쾌하고 친근하게 다가와주셨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특히 자신과 또래임에도 스태프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현장 분위기를 활발하게 이끌어가는 주연 배우 다운 리더십이 인상적이었다고. 촬영을 할 때는 누구보다도 몰입해서 프로답게 집중하는 모습에 많은 것을 배웠다는 유현수다. 특히 마음을 열고 거리를 좁혀준 김혜준 덕에 인간적인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고, 그런 마음이 연기에도 고스란히 묻어나 정지안과 김우진의 애틋한 로맨스가 완성된 것 같다고.

두 사람의 로맨스는 김우진이 총상으로 사망하며 다소 이르게 막을 내렸으나, 김우진의 죽음은 정지안이 쇼핑몰의 대표로서 각성하고 남은 스토리를 이끌어가게 하는 중요한 극 중 장치였다. 때문에 유현수는 김우진의 이른 퇴장이 아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퇴장이었다고 생각했다"라며 "무엇보다도 정지안의 결핍을 온전히 채워주는 인물이었기에 뜻깊은 캐릭터였다고 생각한다. 죽음을 마주하는 순간까지도 지안이에게 '너라는 존재만으로도 사랑받을 만하다'라고 말하며, 정지안에게 정체성에 대한 확신을 주고 사랑을 주는 인물이었다"라는 설명이었다. 지안에게 각성제이자 치료제 역할을 하는 캐릭터였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김우진의 죽음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유현수는 작품 공개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해외 시청자들의 응원 메시지가 쏟아졌다며 "글로벌 OTT의 위력을 실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찍었지만 세계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라며, 기억에 남는 댓글로는 "드라마 보면서 10년 동안 운 적이 없는데 4부에서 김우진의 마지막을 보고 처음 울었다"는 한 해외 시청자의 반응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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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킬러들의 쇼핑몰2'의 서사 한 축을 담당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유현수. 그의 존재감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연극부 동아리에서 처음 연기와 마주쳤고, 대학에 들어와서는 단편 영화를 찍으며 매체 연기에 대한 흥미를 키워나갔다. "CG나 여러 가지 음향 편집이 어우러지면서 결과물을 바라보는 재미가 컸다"는 설명이었다. 고학년 때는 필름메이커스 구인구직 사이트에 매일 100개 가까이 지원서를 넣었다고 했다. "연락 오는 건 한두 개, 그렇게 100개를 넣으면서 노력하던 중에 성사된 것이 뮤직비디오였다. 그걸 통해 상업적으로 발을 디딜 수 있었다"고 했다. "가만히 있으면 기회는 오지 않는다는 걸 확실히 느꼈다"는 말도 덧붙였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역할도 분명했다. "스펙트럼을 넓게 가져가는 배우가 되는 게 가장 큰 꿈"이라며 "풋풋한 학생, 학원물에 대한 로망도 있고 사건의 크기가 크고 비극적인 걸 겪는 사극, 시대극 같은 정서를 표출해낼 수 있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 악역에 대한 갈증도 있다"고 했다. "세계 많은 분들에게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정서적인 교류를 할 수 있도록 연기력을 잘 다져야겠다는 사명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항상 총알을 많이 준비해두라는 교수님의 조언을 되새기고 있다"는, 준비성 대단한 이 신인 배우의 다음 행보에 대한 기대가 차오르는 시간이었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킹콩 by 스타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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