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내용 요약
고꾸라진 박위의 신경질,
사회복무요원을 향한 ‘갑질’인가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2014년 전신 마비 판정으로 이동권 취약계층의 불편을 공론화하는 장애 2급 크리에이터 박위(男, 38)가 맹비난에 휩싸였다. 최근 KTX에 탑승하던 중 사회복무요원의 실수 탓에 박위의 몸이 휠체어 밑으로 고꾸라지면서, 일련의 과정이 박위 콘텐츠에 속속들이 전시된 까닭이다.
대중을 자극한 포인트도 명확하다. ‘유명 기득권 인플루언서’가 ‘상대적 약자인 사회복무요원’에게 위세를 부렸다는, 공교롭게도 무척 한국적인 갑을(甲乙) 구도였다. 마침 박위는 국내 장애우들 중 사회적 조건이 좋은 축이다.
‘KBS 스타 PD 박찬홍의 아들’, ‘유복한 집안’, ‘인서울 유수 대학’, ‘외국계 기업 취업’으로 앞날이 창창했던 ‘훈남’ 청년이 친구들과의 뒤풀이에서 불의의 낙상 사고를 당한 것. 통상적인 인간의 심리가 타인의 완벽함보다 망가짐 앞에서 무장해제 되는 것이라면, 박위를 향한 이 전국구 응원은 애초 진정성을 띠었고 주효했다.
역전은 그 이후다. 유명 PD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박위는 유튜브 채널 ‘위라클’부터 론칭하면서 발 빠르게 입신양명한다. 장애 취약계층의 불편은 그의 재활 과정과 병치되면서 전 국민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겼고, 이는 크나큰 수익으로도 번졌다. 박위가 각종 강연에서 요구한 회당 몸값은 1,000~1,500만 원이며 이는 국내 톱 강연 인사 김창옥마저 훌쩍 호가하는 수치다.
☞ 쟁점 1. 박위의 직업은 인플루언서(influencer)다
한국 직장인 중위 소득은 월 기준 약 280~300만 원, ‘쉬었음 청년’이 23만 명인 현 시점 누군가는 박위의 몸값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과한 것은 박위의 직업이 인플루언서라는 사실이다.
인스타 100K(10만 명) 팔로워 단위 기준, 피드나 릴스 건당 싯가 수 천 만 원. 여기에 따라붙는 공구(공동구매)까지 산정할 때 이들이 매달 벌어 들이는 금전 추이는 평범한 사업가의 순이익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구독자 100만 유튜버도 마찬가지. 숏폼 강세까지 정산한다면 채널 수익뿐 아니라 외부 행사, 광고주와의 협업 ‘라방(라이브 방송)’, TV 수익마저 압권이다.
100K, 1000K 이상 젊은 톱 인플루언서들은 이 같은 거대 수익 앞에서 욕망의 수도꼭지를 제어하기 쉽지 않고, 자극의 역치 자체도 일반인과는 달라진다.
따라서 박위가 사회복무요원 실수를 재빨리 콘텐츠화한 것은 다만 그의 업무 양상에 가깝다. 가령 전국구로 활동하는 그의 머릿속엔 편당 소재 발굴과 스토리라인 구상, 광고주의 시안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 등등이 바삐 돌아갈 것이다. 박위는 그렇게, 어린 사회복무요원을 제압하려는 갑질 청년으로 쉽사리 오인 됐을 터.
☞ 쟁점 2. 장애인과 주변인은 예민하다
지난 2024년 10월 9일, 형의 결혼식에 선 박위 친동생은 “형수(송지은)가 형의 배설물까지 무던하게 처리해서 감동이었다”는 일명 ‘배변 축사’로 구설을 낳았다. 동시에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는 맹비난이 폭발했다.
하지만 이는 대중과 장애우 사이의 좁힐 수 없는 격차에 불과하다. 통상 장애우와 그를 뒤치다꺼리하는 가족들은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예민함을 지닌 채, 칼날을 딛듯이 살아간다.
서울 소재 공립 중학교에 재학 중인 다운증후군 학생 연희(女, 13, 가명)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마다 소변을 보챈다. 이에 관련 특수교육교사인 관계자는 “학생보다 주변 가족이 더 예민”하다면서 “아이 컨디션에 민감한 학부모로선 화를 쏟는 일이 빈번하다. 나물만 먹이라는 식”이라 설명했다.
박위 사태도 마찬가지다. 자기 몸이 휠체어에서 고꾸라졌을 때 그는 과거 낙상 트라우마와 잠시 대면했을 것이다. 그의 가족들은 또 어떤가. 형의 뒤처리 문제를 십 수 년 간 봐왔을 친동생은 그간 삭였던 가족들만의 고통을, 새 형수를 맞이하는 경사를 빌어 비로소 슬쩍 한탄했으리라.
박위를 사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그가 결혼식에 도달하기까지의 어려웠던 과정을 잊을 수 없다. 축하, 축복, 감동의 한편에는 군중의 야유, 질타, 시기심까지 형성된 탓이다. 놀라웠던 것은 “여자가 상위에서 (체위를) 해야 하냐”(h****)는 성적 조롱과, “장애인도 예쁜 여자랑 결혼하는데, 사지 멀쩡한 내가 등신”(k*****)이라는 탄식 종류였다.
이쯤 되면 갑을 구분도 무의미해지지 않나. KTX 내부 사무실에 침투해 CCTV 복본까지 받아낸 박위의 ‘신경질적인 예민함’을 부인할 순 없다. 그러나 정녕 대중의 판가름이 ‘박위(甲) vs 사회복무요원(乙)’이라는 권력 갈등으로 치닫는 게 맞는가.
그보다 현실적인 방안은 이렇다. 박위가 사회복무요원 신상을 본의 아니게 침해한 일, KTX의 CCTV 비공개 규율을 장애인 자격으로 깨뜨린 박위의 업무 훼방 관련, 차라리 박위에게 피해 보상을 청구한다면 정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휠체어가 고꾸라진 현장 분위기조차 모르는 군중이, 한 장애인의 신체적 예민함을 ‘기득권의 갑질’로 호도하며 잔인한 돌팔매질을 하는 일은 과연 합당한가. 따지고 보면 평소 온갖 상하 권력 관계에 넌더리가 난 자국민들의 ‘오역’은 아닐지.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