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쥐' 류준열 "난이도 최상 1인 2역, 확신 없어 두렵기도 했죠" [인터뷰]
2026. 09.05(토) 09:00
들쥐 류준열
들쥐 류준열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낯선 도전은 언제나 확신 없이 시작된다. 막연한 두려움과 자괴감이 발목을 잡기도 하지만, 그 도전의 끝은 스스로가 어떤 태도로 임했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 류준열은 스스로 디테일을 깎고 다듬으며 기어이 자신만의 완벽한 확신을 화면 위에 빚어냈다.

지난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들쥐’(연출 김홍선)는 의문의 존재 '들쥐'에게 이름, 얼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소설가 문재(류준열)와 잃어버린 돈을 회수하려는 사채업자 노자(설경구), 그리고 형사 순용(이규형)이 들쥐의 정체를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추적 스릴러로, 류준열은 극 중 들쥐와 문재를 연기했다.

류준열은 이번 작품을 통해 필모그래피 사상 처음으로 1인 2역에 도전했다. 들쥐와 문재, 겉모습은 같지만 내면은 완전히 다른 두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류준열은 디테일에 고심했다. 류준열은 “외형적으로는 분장팀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다. 두 인물의 외형이 다른 것 같은데 뭐가 다른지 모르게 하는 게 포인트였다. 들쥐는 직모 스타일, 문재는 웨이브가 있는 헤어스타일로 변화를 줬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들쥐일 때에는 얼굴의 점을 의도적으로 없애고, 렌즈를 착용해 작은 디테일에서 변화를 주려고 했단다.

또한 목소리에도 차별을 뒀다. 두 인물을 연기하는 사람은 류준열 한 명이지만, 어떻게든 시청자들에게 두 인물이 같은 인물로 보이지 않게 해야 하는 게 관건이었기 때문이다. 류준열은 “처음에는 윤호(들쥐 역) 씨의 목소리와 제 목소리를 섞어서 만들어 보자고 했는데, 부자연스러운 것 같아서 제가 해보겠다고 했다. 전반적으로 그런 부분들을 표현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여타 작품보다 더 열려 있었던 현장은 류준열이 하고 싶은 연기들을 마음껏 할 수 있었던 장이었다. 이에 류준열은 들쥐와 문재를 연기함에 있어서 다양한 디테일들을 철저한 계산 속에서 연기하는데 중점을 뒀다. 그는 “철저한 계산 안에서 연기를 하다 보니까 디테일한 부분들을 더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류준열은 들쥐를 연기할 때 기존의 문법과 어법과 다르게 표현하려고 했다. 류준열은 “들쥐 같은 경우에는 빌런으로 해내야 하는 몫이 있어서 묘하게 연기해야 했다. 부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문재를 연기할 때에는 캐릭터가 지닌 트라우마와 기억 장애가 어떤 후폭풍을 가져오는지, 그 충격을 잘 표현해야 승산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처럼 철저한 계산 아래 이루어진 연기였지만, 그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류준열은 1인 2역에 대해 “안 하던 걸 해보려고 하니까 거기서 오는 괴리감과 자괴감이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지금까지는 꽤나 확신을 가지고 연기를 했는데, 확신 없이 연기하는 게 두렵고 무너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응원을 많이 해줬다”며 “난이도가 최상이었지만, 철저하게 계산을 하면서 연기하다 보니까 재밌었다"고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류준열이 ‘들쥐’에서 또 하나 중요하게 여긴 지점은 바로 리액션이다. 류준열은 “연기는 리액션이다. 대사가 중요한 게 아니라 듣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대 배우와 호흡하며 의외의 상황 속에서 좋은 장면을 만들기도 했다. 동시에 스스로 상황을 통제하며 밀도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이번에는 모든 걸 제가 다 상황을 통제하다 보니까 꽉 찬 디테일이 생겼고, 그 안에서 의외의 행동 같은 것들이 나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들쥐’는 대선배 설경구와의 만남으로도 류준열에게 큰 의미를 남겼다. 류준열은 “10년여 동안 작품을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잘 연결이 안 됐다”며 “이 작품을 통해서 비로소 만나게 돼서 아쉬우면서도,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30대 초반에 만났다면 지금 경구 형님을 보고 배우는 것들을 반의 반도 못 배웠을 것”이라며 깊은 존경심을 드러냈다.

설경구와의 현장 호흡은 그에게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류준열은 “모든 신을 경구 형님한테 제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게 가능하다는 건 형님이 다 받아주시고 들어주셨기 때문이다. 그게 너무 행복했고, 그런 부분에서 호흡이 최고였다고 생각한다”고 회상했다. 또한 “저렇게 연기해도 되나 싶은데 화면에서는 너무 멋있게 나오더라. 이런 게 내공이구나 싶어서 옆에서 보고 흉내 내기도 했다. 나도 저런 선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어느덧 데뷔 10년을 훌쩍 넘긴 류준열은 현장을 바라보는 시야도 한층 넓어졌다. 그는 “10년 이상 하다 보니까 감독님이나 제작자분들이 어떤 태도와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물어봐 주신다”며 “자연스럽게 제작 전반에 관해 이해하며 작품에 임하게 되고 여러 의견을 내게 되는데, 이게 메인 롤의 몫인 것 같다”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늘 자기 몫을 하고 집에 가면 된다는 주의다. 하지만 메인 롤의 역할은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와 작업 환경에도 깊은 관심을 갖는 것”이라며 주연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내비쳤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최하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tvdaily 홈페이지(http://tvdaily.mk.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info@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