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틀에 박혀 있기보다는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외연을 넓히는데 몰두한다. 그리고 또 도전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 배우 하지원이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유다.
9월 2일 개봉되는 영화 ‘비광’(감독 이지원1)은 톱스타 부부 중구(류승룡)와 남미(하지원)가 갑자기 나타난 중구의 딸 동주(김시아)로 인해 파경을 맞은 뒤 8년 후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린 동주를 구하기 위해 마지막 남은 모든 것을 걸고 진실을 파헤치는 찐한 가족 연대기로, 하지원은 극 중 남미를 연기했다.
‘비광’을 만나기 전, 하지원은 배우로서 그리고 인간 하지원으로서 깊은 고민의 시기를 겪고 있었다. 무대 위 화려한 모습이 아닌 세상에 놓인 자신의 이야기를 페인팅 작업으로 풀어내고 있었단다.
그렇게 자신을 돌아보던 중 만난 ‘비광’의 남미는 그에게 묘한 끌림으로 다가왔다. 기존에 주로 맡았던 강하고 판타지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나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인물이라는 점이 큰 매력이었다. 하지원은 “캐릭터들이 생생하고 살아있고, 삶이 느껴지는 느낌이 매력적이었다”고 선택의 이유를 전했다.
극 중 하지원이 연기한 남미는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톱스타에서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물이다. 세상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 배우의 숙명은 하지원과 남미의 공통분모였다. 하지원은 “내가 사는 세상에서도 제 직업이 배우이고 남미가 사는 세상에서도 배우이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톱스타였던 남미가 나락으로 향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는 남편 중구의 딸 동주가 등장하면서부터다. 하지원은 상처받은 두 영혼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 깊이 공감했다. 그는 “사랑을 많이 받지도 못했고 동주라는 아이를 거둘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는,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은 아픔의 존재이기에 남미니까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남미가 놓인 상처와 배경을 고스란히 가지고 바라봤다"고 설명했다.
파경 이후 8년이 흐른 뒤, 삶의 끝자락에 놓인 남미의 모습은 처절한 버팀 그 자체다. 욕망을 좇기보다 그저 주어진 현실을 견뎌내는 소시민의 얼굴이다. 하지원은 “8년 후에 남미의 모습들을 보면 욕망에 부딪히려고 하는 것보다는 삶에 놓여서 버티는 것에 가깝다”며 “그녀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견디다가 더 이상 갈 수 없는 상황까지 놓이지 않았나 싶다. 남미가 배우라서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얄궂게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촬영 지연은 오히려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축하는 득이 되었다. 오랜 프리 프로덕션 기간 동안 감독과 치열하게 고민하며 남미를 빚어냈다. 그는 “프리 단계에서 하나하나 다 완성해 나갔던 것 같다”며 “준비 기간이 많았던 것 또한 남미를 연기하면서 도움이 많이 됐고, 프리 단계가 있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더 비워서 그녀처럼 삶을 받아들이는 감각들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화려한 톱스타와 나락으로 떨어진 8년 후의 극단적인 간극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생활감이 묻어나는 남미를 위해 하지원은 몸을 혹사시키는 다이어트까지 감행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미안해하셨는데 살을 빼야 했다. 8년 전에는 건강한데 그 뒤에는 생활감이 느껴지고 삶에 놓인 느낌을 위해 극단적인 다이어트로 외적인 변화들을 줬다”며 “그렇게 굶으면서 해본 건 처음이었다”고 고백했다.
외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남미 특유의 거친 말투와 호흡을 체화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말투가 거친 스타일이 아니어서 내 방 테라스에 나가서 혼자 더 거칠게 연습하고 그랬다”며 “감독님과 엄청 많이 연구하고 대사 톤도 맞춰서 이미 끝내고 현장에 갔다”고 덧붙였다.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비광’의 개봉을 맞이한 하지원의 얼굴에는 홀가분함과 벅찬 감동이 교차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촬영과 개봉이 미뤄지며 오랜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원은 “개봉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며 “감독님이 저를 안고 우셨는데, 감독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공을 많이 들였는데 개봉이 늦어지면서 말하지 않아도 감정이 와닿았던 것 같다”고 벅찬 소회를 밝혔다.
‘비광’은 하지원에게 단순한 필모그래피 그 이상이다. 최근 유튜브와 음악방송 출연 등 다양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그에게 이번 작품은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준 소중한 기점이다. 하지원은 “새로운 도전들이 힘들지만 하고 나면 확장이 되는 것 같고 세상과 더 소통하게 된다”며 “내가 보는 시야를 조금씩 넓혀가야 나아가게 되고, ‘비광’은 나라는 사람을 조금 숨을 쉬고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비광', 해와달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