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OTTT 시대, 손 안의 스크린을 통한 콘텐츠 소비가 일상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한동안 침체기를 겪던 극장가는 관객들의 발길을 다시 끌어모으며 활기를 찾는 모양새다. 단순한 영화 관람을 넘어 오프라인 공간이 주는 대형 스크린의 스케일, 압도적인 몰입감, 그리고 현장 중심의 문화 체험을 누리기 위해서다. 극장은 단순히 영상만을 감상하는 장소를 넘어, 오감을 만족시키는 입체적인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이에 티브이데일리는 극장을 찾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과 멀티플렉스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대중이 영화관으로 향하는 진짜 이유를 짚어봤다.
◆ OTT 시대에도 상영관을 고집하는 이유
수많은 콘텐츠가 손안에서 소비되는 시대에도 관객들은 영화관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주는 몰입 환경에 가치를 둔다. 스마트폰이나 외부의 방해 없이 오롯이 작품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은 집 안의 시청 환경이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극장만의 고유한 영역이다.
현장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김 씨는 "집에서 OTT로 보면 집중력이 떨어져 끝까지 가만히 보지 못하는데, 영화관은 조용하고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 영화에 훨씬 더 몰입이 잘 된다"라고 전했다.
스포일러를 피하고 대형 스크린이 주는 시각적 쾌감을 가장 먼저 누리고자 하는 욕구 역시 이들을 상영관으로 이끄는 주된 동력이다. 개봉 초기의 화제성을 현장에서 직접 체감하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소비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20대 관객 도 씨는 "개봉 시기에 맞춰 빠르게 관람해야 작품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 소외되지 않는다"라며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으로 봐야 특유의 생동감과 몰입감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관객들은 일상적 시청과 극장 관람을 명확히 구분 지으며, 깊은 몰입이 필요한 작품에는 기꺼이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소비 형태를 보인다. 이는 오프라인 상영관이 제공하는 '집중의 가치'가 콘텐츠의 범주가 넓어진 시대에도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음을 증명한다.
◆ 어트랙션이 된 상영관, 특별관을 찾는 발길
일반 상영관을 넘어 아이맥스(IMAX), 4DX, 스크린X(ScreenX) 등 고품질의 관람 경험을 제공하는 특별관의 인기는 한층 뜨겁다. 관객들은 추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영화가 전달할 수 있는 감각적 체험을 극장에서 경험하길 희망한다.
특별관을 즐겨 찾는 40대 관객 김 씨는 "일반관에서 볼 때와 4DX, 스크린X 같은 특별관에서 볼 때 느끼는 감흥의 차이는 크다"라며 "상면 전체가 스크린으로 이어지거나 음향과 진동이 가해지면 영화 속 한가운데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라고 강조했다.
아이맥스(IMAX), 4DX, 스크린X(ScreenX)에 대한 선호는 영화 관람을 일종의 체험형 놀이기구처럼 즐기는 젊은 관객층의 성향과 맞물려 있다. 오감을 자극하는 특수 효과가 영화적 서사 외의 추가적인 재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실제로 주요 영화관 현장에서는 화제작의 특별관 회차가 조기에 매진되는 현상이 상시로 일어난다. 시청각적 연출이 강조된 대작일수록 관람료 차이에도 불구하고 특수 포맷을 먼저 찾는 경향은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3년 차 현장 직원 A 씨는 "영화 '오디세이',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와 같은 대작들이 연이어 개봉하면서 스크린X와 아이맥스 등 인기 특별관 회차는 사전 예매 단계부터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라며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관객들의 높아진 기대치에 힘입어 극장 관계자들 역시 관객들의 입맛에 맞춰 기술적 환경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크린과 음향 설비를 최신식으로 업그레이드하며 '극장만의 스펙'을 지속적으로 넓혀 나가는 추세다.
CGV 서지명 팀장은 "영화의 가치를 극대화해 최적의 환경에서 감상할 수 있게 돕는 것이 극장 본연의 책무”라며 "상영관의 개선을 통해 오프라인 상영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시각적, 감각적 경험의 깊이를 계속해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 굿즈부터 무대인사까지, 오프라인 현장의 확장
관객들이 극장으로 향하는 목적은 비단 상영관 내부의 영상 관람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정판 굿즈 수령, 감독 및 배우와 소통하는 무대인사 등 오프라인 현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고유의 팬덤 문화가 극장의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다.
무대인사 관람을 위해 극장을 찾았다는 20대 고 씨는 "배우들을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라며 "좋아하는 영화의 한정판 티켓이나 굿즈를 수집하는 것도 극장을 직접 방문하게 만드는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더위나 추위를 피해 극장을 찾는 생활형 관객들의 발길도 이어진다. 현장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관객은 "날씨가 너무 덥다 보니 하루 마음먹고 나왔을 때 영화관에서 피서처럼 시간을 보낸다"라며 "상영관 내부뿐만 아니라 극장 공간 자체에서 쾌적하게 시간을 보내며 여러 볼일을 해결하는 장점도 크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현장 중심의 콘텐츠와 쾌적한 환경은 작품에 대한 애정을 물리적 형태로 소장하려는 욕구와 맞물려 관객의 체류 시간을 자연스럽게 늘린다. 단순한 영화 관람을 넘어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체류 경험 자체가 또 다른 방문 목적이 되는 셈이다.
극장 측 역시 관객의 니즈에 맞춰 공간 전체를 체험형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관람 전후의 이동 경로 전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연결해 관객이 머무는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CGV 서지명 팀장은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 역시 영화 관람이라는 여정의 일부"라며 "전시존과 포토존 조성은 물론, 주차별 굿즈 제공과 무대인사 회차 확대 등을 통해 영화관을 방문하는 근본적인 재미를 더하고자 고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경계를 허문 협업, 진화하는 극장의 미래
OTT의 급부상으로 극장 산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으나 최근의 흐름은 콘텐츠 소비 시장의 외연이 확장되는 양상을 보인다. 영화관은 OTT를 대립 관계가 아닌, 각기 다른 가치를 지닌 보완적 매체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극장가는 OTT 플랫폼과의 경계를 허물고 콘텐츠 포맷을 다변화하는 상생 모델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인기 OTT 시리즈의 스크린 상영이나 특별관 포맷 변환 등 다채로운 협업이 관객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는 중이다.
CGV 서지명 팀장은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관객층은 OTT와 극장 모두를 열린 마음으로 이용한다"라며 "최근 OTT 콘텐츠의 마지막 회차를 4DX 버전으로 선보인 것처럼, 앞으로도 극장의 최적화된 관람 환경을 바탕으로 OTT 플랫폼과의 유연한 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플랫폼 간의 유연한 결합은 미디어 생태계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긍정적인 신호다. 극장과 OTT가 각자의 강점을 인정하고 상생하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관람객의 인장에서도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진 셈이다.
결국 관객들이 극장을 찾는 까닭은 분명하다.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하는 상영관 스펙, 현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체험형 이벤트, 그리고 오프라인 공간이 주는 고유의 감성적 가치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극장은 미디어 환경의 격변 속에서도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하며 대체 불가능한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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