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진 대신 떠든' 김구라, 남의 재산에 너무 '가벼운 입' [김지하의 맥짚기]
2026. 08.13(목)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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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방송인 김구라가 코미디언 이창호의 아파트 청약 당첨 후 계약 포기 사연을 듣던 중 그룹 아이브 안유진의 고가 아파트 청약 당첨설을 언급했다. 소속사조차 '개인적인 사안'이라며 말을 아낀 문제를 당사자도 없는 자리에서 굳이 끌어낸 것도 모자라, 제작진은 안유진의 사진까지 화면에 띄우며 해당 발언을 적극적으로 살렸다. 웃음을 위한 소재였다고 하기엔 뒷맛이 개운치 않다.

12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는 홍현희,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 코미디언 이창호, 마술사 유호진이 출연한 '더위 잊고~ 렛잇고' 특집으로 꾸며졌다.

이날 이창호는 동료들의 활약을 보며 느낀 불안감에 재테크 공부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 서울 여의도와 대방, 노량진 일대에 들어서는 고가 아파트 청약에 도전했고, 큰 기대 없이 신청했다가 뜻밖에 당첨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27억 원에 달하는 분양가가 문제였다. 이창호는 "될 줄 모르고 한 거다. 그런데 당첨되고 나니까 저한테 27억 원을 하라고 하더라"며 대출을 통한 자금 마련도 어려워 결국 계약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10년간 재당첨도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여기까지는 이창호 스스로 공개한 자신의 경험담이었다. 그런데 김구라가 돌연 이 자리에 없는 안유진을 소환하면서 이야기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김구라는 "안유진 양은 깔끔하게 돈을 넣었고, 창호는 돈이 없어서…"라며 두 사람을 비교했다. 이창호는 "전 깔끔하게 안 넣었다. 역시 총알이 있어야 한다"고 받아치며 웃음으로 상황을 마무리했다.

문제는 안유진의 청약 당첨 여부가 당사자 측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안유진이 고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며 화제가 됐지만,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개인적인 사안으로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럼에도 김구라는 방송에서 안유진이 실제로 자금을 납부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사실처럼 전제한 것도 신중하지 못했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설령 안유진의 청약 당첨이 사실이라고 해도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재산과 주거의 영역이다. 청약에 당첨됐는지, 얼마짜리 집을 샀는지, 계약금을 마련했는지 등은 본인이 공개하지 않는 이상 제3자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위해 꺼내야 할 이야기가 아니다.

더욱이 안유진은 이날 '라디오스타'의 출연자도 아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설명하거나 바로잡을 기회조차 없는 사람의 개인사를 다른 출연자의 경제력을 비교하는 소재로 끌어다 썼다. 이창호의 '27억 원 청약 포기'라는 에피소드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가 완성되는 상황에서 안유진이라는 실명을 굳이 소환해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제작진의 편집 역시 아쉬움을 남긴다. 김구라의 발언은 생방송에서 돌발적으로 튀어나와 그대로 전파를 탄 것이 아니다. 녹화 방송인 만큼 편집 과정에서 충분히 덜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라디오스타' 제작진은 해당 발언을 삭제하기는커녕 안유진의 사진까지 자료화면으로 삽입하며 발언의 맥락을 보다 선명하게 전달했다.

이는 김구라 개인의 즉흥적인 한마디에서 끝날 수 있었던 문제를 제작진이 편집을 통해 다시 한번 선택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당사자가 출연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사진까지 등장시키며 개인의 재산 문제를 예능의 소재로 적극 소비할 필요가 있었는지 묻게 된다.

소속사가 해당 청약설에 대해 "개인적인 사안으로 확인이 어렵다"며 선을 그은 이유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논란에서 중요한 것은 청약 당첨설의 진위가 아니다. 당첨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본인이 공개하지 않은 개인사를 어디까지 방송에서 다뤄도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사실이면 말해도 된다'는 논리가 타인의 사생활을 방송에서 언급해도 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거침없는 화법은 오랫동안 김구라의 방송 캐릭터로 통했다. 하지만 거침없음과 무례함 사이에는 분명한 선이 있다. 타인의 사생활을 웃음을 위한 비교 대상으로 끌어들이는 순간 그 선은 더욱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은 출연자 한 사람에게만 있지 않다. 김구라가 가볍게 꺼낸 말을 사진까지 붙여 방송으로 완성한 것은 제작진이다. 당사자도 없는 자리에서, 소속사마저 말을 아낀 개인사를 굳이 다시 꺼내고 강조해야 했는지. 가벼운 웃음을 노린 선택이었다고 하기엔 남는 씁쓸함이 크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안성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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