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광복절을 앞두고 배우 하영의 가족사가 조명되면서, 하영 증조부의 친일 이력을 둘러싼 논쟁이 학계와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하영이 한 방송에서 4대째 이어진 의사 집안의 내력을 언급한 뒤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을 둘러싼 논란이 불붙었다. 당시 소속사는 안상호가 증조부라는 사실만 인정했을 뿐 친일 의혹은 사실무근이라 반박했지만, 100여 년 전 사료들이 재조명되며 비판이 거세졌다.
같은 날 스포츠 경향에 따르면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은 일제가 조선 내 유력 인사를 포섭해 일선융화를 선전할 목적으로 결성한 대정친목회의 평의원으로 안상호가 이름을 올린 점을 지적했다. 이 전 관장은 해당 단체 참동 이력만으로도 친일 행위가 성립하며, 친일인명사전에 미등재되었다는 사실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과거 언론 사료를 통해 가족 전체가 일본인 공동체 위주로 생활했음이 확인된 만큼 친일적 행적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하영의 소속사 측은 기록 확인을 거친 후 공식 입장을 수정했다. 소속사는 당초 알려졌던 내용과 달리, 1916년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안상호의 이름이 실제로 포함되어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 가운데 박유하 세종대학교 명예교수는 이번 논란을 연좌제성 비판으로 규정하며 반박에 나섰다. 박 교수는 안상호가 스스로의 역량과 국가의 지원으로 성장한 의료계의 선구자였다고 평가하며 "일제강점기 당시 리더 위치에 있던 인물들은 구조적으로 친일 형태를 띨 수밖에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하영 조부의 소록도 경력에 대해서도 시각을 달리했다. 그는 "당대의 불임 수술 조치는 특정 민족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시대적 우매함에서 비롯된 비극"이었다고 짚었다. 아울러 타인을 향한 손가락질에 앞서, 누구나 일제강점기 조상의 한계와 친일 흔적을 갖고 있을 수 있음을 돌아보는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맞서 문화계에서는 역사적 아픔을 외면한 가문의 자랑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소재원 작가는 소록도의 한센인 피해 한이 서린 현장을 언급하며 "누군가에게는 사람을 살리는 인술이었을지 몰라도 소록도에서는 생명을 빼앗는 기술에 불과했다"라고 일갈했다. 소록도에 남아 있는 희생의 역사와 비극을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가문의 내력만을 당당히 자랑하는 태도를 지적했다.
역사학자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 역시 하영 측의 태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심 소장은 불편한 역사적 진실을 피하려 하는 모습은 기존 친일파 후손들의 인식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조상의 긍정적인 면모만 기억하려는 일상적 한계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다만 논란에 대한 냉정한 접근과 학계의 균형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소장은 주치의 이력만으로 고종 독살설이나 친일 부역자로 모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명확한 행적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단체 가입만으로 친일파라 단정 짓는 행위의 위험성을 경계했다. 단순한 괘씸죄로 친일 기준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심 소장은 학계가 감정적 대립에서 벗어나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독립운동가와 친일파 후손의 정의는 물론, 그에 따른 권리와 책무의 범위까지 다룰 사회적 기준과 합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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