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배우 차인표가 33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게 된 소회를 밝혔다. 이와 함께 캐스팅 과정에서의 고민부터 젊은 배우들 사이에서 느낀 부채감, 그리고 58세인 자신이 그려낸 소위 '늙은 키팅'이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까지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11일 오후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차인표 기자간담회가 서울 종로구 NOL 씨어터에서 열렸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1989년 개봉한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작 톰 슐만의 동명 극본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한국에서 첫 정식 라이선스로 무대에 오른 이 연극은 1959년 미국 명문 기숙학교 웰튼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새로 부임한 영어 교사 존 찰스 키팅과 입시와 규율 속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차인표는 故 로빈 윌리엄스가 영화에서 연기했던 존 찰스 키팅 역을 맡아 데뷔 33년 만에 연극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다.
◆ 58년 인생, 첫 연극…"나이 들수록 도전 두렵지만, 기쁨도 커"
차인표는 첫 연극 도전에 대해 "대중 연예인으로서의 활동도 많이 줄이고, 또 나이가 들고 소설을 쓰며 한 틀에서 벗어나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삶이라는 게 굳이 한 가지에 안주할 필요는 없었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나이가 들어서 도전이 덜 두렵거나 불안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더 두렵거나 부끄러움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도전에서 느끼는 기쁨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설가로서 그런 생각을 해왔고, 연극 도전 또한 내게는 새로운 영역으로 가는 것이기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작품 선택의 배경도 밝혔다. 차인표는 "아내나 주변 사람들이 많은 응원을 해줬고, 결정적으로 21살 때 원작 영화를 보면서 삶에 대한 자극과 질문, 그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을 겪었던 기억이 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거의 6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때 키팅 선생이 영화를 통해 던졌던 질문이 결국 내가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이었구나, '그 사람이 옳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나이가 든 지금은 좀 더 진정성 있게 이 역할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요즘 젊은이들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전했다.
생애 처음 대학로 무대에 서게 된 소감도 밝혔다. 차인표는 "운이 좋게도 연예인으로서 나와 내 아내 모두 많은 사랑을 받고 평생 잘 살았다. 자녀들도 잘 성장했고. 이렇게 혜택을 받은 사람으로서 연극에 뒤늦게 참여하게 됐는데, 대학로에 와서 보니 수많은 젊은이들이 젊음을 불태우며 내일 없이 도전하고 땀 흘리는 모습을 봤다"라고 말했다. "좀 더 다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고 있다. 연극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혜택을 받은 사람으로서 연극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기회를 창출해줄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제가 장편소설 5권을 냈는데, 내 소설도 어쩌면 연극의 원작이 되는 기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말했다.
가족들의 응원도 전했다. 차인표는 "아내 신애라가 적극적으로 하라고 해서 했다. 첫날 공연 보기 전에 내가 실수할까 봐 자기가 공연하는 것보다 더 떨린다고 했다. 보고 나더니 '내 말 듣고 하기 잘했지?'하더라"며 웃었다. 이어 "한 세 번 봤는데 어떨 때는 지인들 데려와서 공연장엔 넣고 자기는 집에 간다. 오늘도 최지우 유호정이 온다. 나는 집에 가고. 멋진 도시락도 팀에 선물해주고, 정말 많이 고맙다, 서포트를 많이 해줬다"라고 말했다. 특히 84세인 어머니가 생애 처음으로 본 연극이 자신의 첫 공연이었다며 "어머니가 '대표작을 '죽은 시인의 사회'로 바꾸게 된 것을 축하한다'라고 문자를 보내셧다. 그 평가로 제가 꿈꿨던 것을 이뤘다고 생각한다"라며 뭉클한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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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차인표 |
◆ "젊은 피, 뜨거운 열정에 반성…귀 열고 조언 들었다"
차인표는 "지난 4월 연락을 받았고, 제일 늦게 팀에 캐스팅이 됐다"라며 "출연 제안을 받고 보니까 5월 중순부터 두 달 간 연습을 해야 하더라. 일요일만 빼고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주 6일 연습이었다. 이건 내가 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정리해야 할 일정도 많고, 연습을 안 하면 뒤떨어지겠다는 걱정도 있었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하지만 실제 연습 현장에서 마주한 젊은 배우들의 열정이 마음을 움직였다고.
차인표는 "와서 봤더니 젊은 친구들이 저보다 훨씬 일찍 와서, 나는 와도 편하게 매니저랑 같이 오거나 택시 타고 오는데 서울 외곽에 사는 사람들이 2시간씩 전철, 버스 타고 와서 몸을 풀고 이미 연습을 하고 있더라"며 "이 친구들이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데 여기 물을 끼얹지 말아야겠다, 열심히 해서 한 팀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연습을 거의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며 "결국 나를 연극 배우로 데뷔 시켜준 건 같이 출연하고 연습하고, 지난한 시간을 같이 보내고 무대에 오르고 연기한 젊은 배우들 덕"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연극을 통해 얻은 교훈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차인표는 "연습은 쌓인다. 수천 번 하면 내 몸에 쌓이더라.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 팀플레이라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연극을 하면 드라마 시청률 걱정하고, 영화 관객 수 걱정하던 것 그만하고 연기만 열심히 하면 되겠구나 싶었는데 와서 보니까 홍보를 다 제가 해야 하더라"라며 "드라마, 영화는 잘 안돼도 현장이 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연극은 잘 안되면 제가 그 앞에서 공연을 해야 하니 그 스트레스가 더하더라"라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그러면서도 차인표는 "매체 배우들도 계속 연기를 할 뜻이 있다면 꼭 무대에 서보기를 권한다. 촬영 현장에서는 대사 한 줄을 수백, 수천 번 다르게 말해보기가 불가능하다"라고 직언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연극 무대에 적응하는 과정 또한 쉽지는 않았다고. 차인표는 "조광화 연출이 젊은 배우들에게는 조목조목 가르쳐 주시는데, 오만석 연정훈과 나에게는 한마디도 안 하시더라. '몇십 년 동안 연기를 했으면 그 연기에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명백히 보였다"라며 "무대가 처음인데 동선 외에 이야기를 안 해주시니 어떻게 해야 하나 하다가 결국 '어땠어요?'하고 다그치듯 물어봤다. 그제서야 대극장 맨 끝 관객이 들을 수 있도록 대사를 말해야 한다, 드라마 연기하듯 하면 안된다는 설명을 해주셨다"라고 말했다.
그는 "선배, 후배 가리지 않고 팀 배우들에게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성량, 호흡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귀를 여니까 그제야 조언이 들어왔다"며 "연극 오래한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구하니까 처음에는 '이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가'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자꾸 물어보니까 대답을 해주더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결국은 제가 하고 있는 연기는 저 혼자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여러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만든 앙상블이라고 보시면 된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관객과 직접 만난 소감도 전했다. 차인표는 "공연에 오르기 전에 같은 대사를 수백 번 반복한다. 하나의 어떤 한 사람만 잘하고 인기 있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고, 모든 문제가 하나의 팀으로 축구경기하는 팀처럼 합을 맞춰야 하더라"라며 "내가 좀 미흡하면 옆에서 도와주고, 그렇게 서로 만들어가고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앙상블을 만든다는 것을 느꼈다. 그 상태로 공연에 올라가면, 또 우리끼리 주고받는 게 아니라 관객과도 에너지를 주고 받는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차인표는 "무대 시작 전, 백스테이지 불을 끄면 객석이 모니터에 보인다. 한 분 한 분 와서 앉을 때부터 에너지를 받는 것 같다.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을 텐데 다 제쳐두고 우리 연극을 보러 먼 길을 달려왔구나, 주차도 어려운데 이 더운 날씨에"라고 너스레를 떨며 "그 에너지가 하나씩 쌓이기 시작하고, 나중에 커튼콜할 때 관객 박수가 나오지 않나. '당신들이 내 마음을 위로해줬어요', '작은 용기를 보태줬어요'라는 이야기를 내게 해주시는 거 같다. 그런 것들에 큰 에너지를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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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차인표 |
◆ 차인표 표 '존 찰스 키팅', 그리고 '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
차인표는 자신이 그려낸 존 찰스 키팅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키팅이 영화에서 30대 초반으로 설정이 돼 있더라. 대학 졸업하고 다른 데서 좀 가르치다가 첫 부임하는 선생님이다. 30대라면 자신의 삶을 끝까지 살아보지 않았기에 자신의 길이 맞다는 확신이 조금 부족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며 "사실 나는 '늙은 키팅' 아니냐. 그 사람이 살지 않았던 세월을 30년 더 살았다. 살아보니까 그렇다. 인간은 누구나 틀 속에 태어나지만 이 틀, 저 틀이 많지 않나. '눈을 들어 다른 선택지를 바라보렴'이라는 키팅의 메시지를 진심을 담아 연기할 수 있었다. 그런 지점이 영화 버전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했다.
또한 원작 영화가 세상에 나온 지 30년이 훌쩍 넘은 2026년, 지금의 시점에서 가져야만 했던 고민에 대해서도 말했다. 차인표는 "조 연출과 많은 고민을 나눴다. 우리가 혹시 과거 속 동떨어진 이야기를 감성팔이하듯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책임도 못 지면서 맞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고민을 했다"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연극을 보면 아시겠지만 '현실은 다 나쁘고 다 부숴야 하는 틀이다'라는 메시지는 아니다. 그보다는 기본적 이야기"라며 "인간은 모두 탄생과 죽음이라는 큰 경계 안에서 태어나고, 각자의 틀에서 태어나 선택지가 적은 것은 안다. 하지만 키팅은 '그럼에도 다른 선택지가 있다'라는 것을 깨닫고 사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는 뜻을 계속 말한다. 그런 메시지가 청소년 관객들에게 닿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어른으로서의 고민도 전했다. 차인표는 차인표는 "지금 20대가 살고 있는 환경은 우리 5, 60대가 만든 거다. 우리 때는 열심히 살면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지금 20대들은 더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책임감을 느끼고 미안한 생각도 하고 있다. 그건 우리의 과오가 섞인 환경일 것"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극 중 '카르페 디엠'이라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차인표는 "나는 '카르페 디엠'이 조언이 아니라 선언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로 돌아갈 순 없지만 현재는 당신의 것이고 당신은 선택할 수 있다는 메시지 아닌가. 인간이 할 수 있는 것, 없는 것을 정확히 짚어주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예를 들자면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 하루가 많이 달라지진 않겠으나 매일 매일 작은 습관을 쌓으면 인생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그런 것들을 우리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끊임없이 깨우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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