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안윤지 기자] 우리의 '실장님'이 달라졌다. 젠틀함은 온데간데없고 서늘한 미소만 남았다. 배우 주상욱은 첫 악역 도전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뛰어난 연기로 합격점을 따냈다. 인생 캐릭터를 새로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가 재발견된 순간이다.
지난 25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김부장'(극본 남대중·연출 이승영)은 평범한 아빠 김부장(소지섭)이 하나 뿐인 딸을 되찾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가 돼 싸우는 아빠 유니버스 복수 액션 드라마다. 이는 첫 방송 당시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가구 시청률 9.5%로 출발했으며 방송 4회 만에 20%대를 넘겼다. 이후 마지막 회에선 23%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주상욱은 극 중 주학건설 대표 주강찬 역을 맡았다. 용역 깡패 출신인 주강찬은 딸 주혜리(유지안)를 보호하기 위해 김부장과 대립하는 인물. '실장님 전문 배우'란 별명이 따라다닐 정도로 평소 댄디한 이미지를 가진 주상욱은 이번 작품으로 절대 악(惡)을 그려냈다. 정장을 입는다는 사실은 변치 않았지만, 무섭도록 날카롭고 선이 굵은 분위기를 풍겼다.
그는 "사실 악역을 통해서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주강찬이 이 드라마에선 어떤 옷을 입을까'를 더 생각했던 것 같다"라며 "이런 고민의 결과가 좋으니 대성공한 것 같다. 보는 분들도 날 의아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 '주상욱이 저 정도도 할 수 있어?'란 평가를 받아서 좋다"라고 뿌듯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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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주상욱 |
악역이 된 주상욱의 첫 등장신은 사우나였다. 문신이 가득한 어깨를 드러내며 앉아 있는 주상욱의 포스는 감탄사를 자아냈다. 그는 노출신을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다고. 주상욱은 "악역은 첫 등장이 중요하지 않나. 그래서 나의 첫 등장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장소가 사우나라 너무 놀랐다. 사우나면 노출은 필수 아닌가"라며 "운동하고 식단 관리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니었다. 또 최대한 절주했다. 술자리 가서도 물만 마시고 나왔다. 살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한 달 정도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왔다"라고 했다.
주강찬이란 인물이 작품 속에서 더욱 악독해 보였던 이유는 김부장과의 극명한 대비 때문이었다. 딸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녔다는 점은 김부장과 같았지만, 주강찬이 딸을 지키는 방식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었다. 주상욱은 "주강찬과 김부장은 같은 출발점에 서 있다. 주강찬도 내 딸을 사랑하고 원하는 걸 다 해주려고 한다. 다만 방식이 잘못됐다. 연기하는 나도 주강찬의 방식에 공감할 수 없는데 시청자분들이 공감하겠나"라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이어 "용역 깡패였던 주강찬이 회장 자리에 올랐다는 건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다는 의미다. 단적인 예로, 딸이 잘못했을 때 보통 아빠들은 '진짜 네가 그랬냐'라고 혼을 낸다. 그런데 주강찬은 시체부터 확인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주상욱은 김부장이 주강찬을 찾아가 복수하는 장면을 언급했다. 해당 장면에서 주강찬은 얼굴에 잔뜩 피가 묻은 채로 도망가다가 결국 김부장 앞에서 사과하는 척 복수를 꿈꾼다. 이에 "김부장의 대사가 정말 주옥같다. 이때 액션신이 쉽지 않았지만 방송은 의도대로 잘 나왔다. 통쾌하고 더 처절하게 맞고 더 리얼하게 행동한다"라며 "하지만 정말 지독한 XX다. 이것 때문에 답답해하는 시청자분들이 많겠지만 드라마는 권선징악의 엔딩이니 이해하실 거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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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주상욱 |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액션에 대한 자신감도 가졌다. 특히 '김부장'의 출연 배우들이 대부분 40대임에도 불구하고 액션 장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기에 더 뜻깊어했다. 주상욱은 "이젠 때리는 것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이와 액션은 상관없다. 사실 어디를 가든 내가 선배인 입장이었는데, 여기선 감독님은 나보다 나이가 많고 배우들은 나와 비슷하다. 액션 장르 중에 주연진이 전부 40대인 작품은 흔치 않았는데 우리가 뭔가 보여준 거 같다"라고 남다른 감정을 드러냈다.
주상욱은 함께 액션 연기를 맞춘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그는 "다들 연기를 잘하는 분들이고 소지섭은 최고의 액션 배우 아니냐. 연기를 잘하는 사람과 하면 모든 과정이 쉽게 느껴진다"라며 "모든 촬영 현장은 분위기가 다르다. 어떨 때는 정말 가기 싫고 힘든 반면 어떤 곳은 빨리 촬영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김부장'은 굉장히 편안했고 따뜻한 현장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착했고, 가고 싶은 현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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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주상욱 |
이토록 높은 만족감을 가진 주상욱은 '김부장'을 통해 재발견됐다. 앞서 이승영 감독은 '김부장' 제작발표회에서 주상욱의 배우 인생을 두고 "'김부장'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바 있다. 주상욱은 당시 이 감독의 말을 듣고 의아했지만 드라마를 마친 후 동감했다.
그는 "난 늘 비슷한 이미지였던 것 같은데 '김부장'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고 대중도 다르게 생각할 거 같다. 그런 측면에선 감독님의 말이 실제로 이뤄진 거 같다"라며 "앞으로도 매 작품 마다 새로운 모습을 연기하려고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티브이데일리 안윤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HB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