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방탄소년단(BTS)의 그래미 시상식 거부 선언 후폭풍이 거세다. 해당 시상식의 신설 부문 설립에 관여한 인사의 해명이 해외 커뮤니티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미 측 관계자 지나 코다는 지난 30일 개인 SNS에 세 장의 입장문을 올렸다. 그래미가 2027년 신설하기로 한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범주를 만든 경위를 해명하기 위해서다. 현재 해당 계정은 비공개 상태다.
지나 코다는 자신이 해당 부문 신설을 위원회에 건의한 당사자라고 밝히면서 이 부문이 본래 취지와 다르게 왜곡됐다고 반박했다. 최고 수준의 예우를 갖추고 아시아 예술가에게 더 큰 발언권을 주려는 시도였다는 설명이다.
방탄소년단의 결정에 대한 서운함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가장 큰 아시아 아티스트 중 한 명(팀)에 의해 우리(그래미)가 무너졌다. 화제성을 노린 과감한 행동을 취하기보다, 실제 취지가 뭔지 이해하기 위한 더 의미 있는 물밑 대화가 있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다"면서 "우리가 정말 하나로 뭉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카테고리가 방탄소년단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방탄소년단은 언제든 일반 팝 부문 지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아시아 부문 신설은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한 아티스트를 지원하려는 목적이라고 전했다.
음악 팬들은 이 같은 해명에 반발하고 있다. 그래미 후보에 5년 연속 노미네이트된 방탄소년단을 매년 불러 놓곤, 정작 주요상 수상에서 제외하는 행태를 지속해 왔기 때문. 아시아 팝이라는 모호한 기준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 출품 마감을 불과 두 달 앞두고 있던점, 방탄소년단이 완전체로 컴백한 후 신설된 부문이라는 점도 시상 기피 명목이 아니냐는 의심을 키웠다.
앞서 그래미는 2027년 2월 7일에 열리는 다음 시상식에서 '최우수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Best Asian Pop Music Performance)'를 비롯해 '최우수 라틴 송(Best Latin Song)', '최우수 전통 팝 보컬 퍼포먼스(Best Traditional Pop Vocal Performance)', '최우수 R&B 컬래버레이션 또는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R&B Collaboration or Duo/Group Performance)', '최우수 전통 포크 앨범(Best Traditional Folk Album)' 등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방탄소년단은 SNS를 통해 "저희는 올해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는 글을 올리며 사실상 그래미 보이콧을 선언했다. 멤버들은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 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의 출품 거부는 그래미 측이 아시안 팝 장르를 포함한 새로운 부문 신설하는 것에 대한 반발인 것으로 풀이됐다. 멤버들이 보이콧을 선언하자 외신을 비롯한 수많은 음악 평론가들이 그래미를 비판하며 멤버들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지지를 보냈다.
외신은 이번 사태를 두고 그래미가 방탄소년단의 파급력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면서도 음악적 평가에는 철저히 선을 그어 온 점을 지적했다. 방탄소년단은 수년간 그래미 시상식의 시청률과 온라인 화제성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활용됐다. 그러나 시상식의 핵심인 '제너럴 필드(본상)' 지명에서는 번번이 제외됐다.
해외 언론과 대중음악 평론가들 역시 이번 신설 부문을 '구조적 격리'로 규정했다. 미국 롤링스톤과 빌보드 등 주요 매체 및 평론가들은 비영어권 아티스트를 별도 범주로 분리하는 조치를 '게토화(Ghettoization)' 전략이라 분석했다. 아시아 음악을 주류 부문 진입에서 차단한 채 하위 범주에 고립시키는 행위는 그래미의 배타적인 보수성을 증명한다는 지적이다.
외신은 레코딩 아카데미가 다양성 포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시상식의 기득권을 보존하려 한다고 꼬집고 있다. 세계적인 음원 성과와 음악성을 입증한 아티스트를 언어와 인종 기준으로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구조적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방탄소년단의 출품 거부는 그래미의 상업적 이용 태도와 제도적 한계를 공론화한 정당한 수순이라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