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찬 혹은 조롱…'호프' 극과극 평점 현상, 영화계에 물었다 [TD취재기획]
2026. 07.30(목) 11:00
영화
영화 '호프'
[티브이데일리 안윤지 기자]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극찬 아니면 조롱이다. 영화 한 편의 평가가 이토록 양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을까. '호프'가 취향 전쟁 한복판에 서있다.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호프'(감독 나홍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나홍진 감독이 영화 '곡성' 이후 10년 만에 내는 신작인 만큼, '호프'는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이에 개봉 첫날부터 사전 예매율 68%를 기록했고 29일 오후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누적 관객수 361만 명을 달성했다.

'호프'는 시원한 액션과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CG로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오락 영화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살펴보면, '호프'가 근본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결국 '소통'에 닿아있다. 영문도 모른 채 외계인의 침공을 막는 범석 일행과 공격에 맞서는 외계인들. 이들은 서로 왜 싸우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면서도 이 상황을 지속한다.

관객은 약 세 시간의 러닝타임에서 각자의 사연을 통해 싸움의 이유를 추측할 수 있다. 외계인 조르는 지구에서 죽음을 맞이한 아들 칼리를 되찾으려 온 힘을 다하고, 조르의 수하 마베이요 역시 성기(조인성)를 향해 무언가 메시지를 전달하려 시도한다. 하지만 끝내 대화는 이뤄지지 않은 채 대립만 격화된다. 범석 역시 어린 외계인의 죽음과 알 수 없는 눈물에 잠시 공감하면서도, 가족을 위협하는 모습에 결국 다시 총을 들어 올린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소통'이 부재한 상황은 비극적인 싸움으로 이어지게 만들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배우 황정민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속 인물들이 겪는 이 '불통'은 현재 '호프'를 둘러싼 풍경과 맞닿아있다. 대중은 '호프'를 두고 극단적인 비난과 조롱으로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평을 남기는 관객에게는 '눈이 낮다'라며 비아냥거리고, 비평을 남기는 관객에겐 '영화를 볼 줄 모른다'는 무시가 쏟아졌다. 최근 이동진 평론가의 한 줄 평도 온라인상에서 과열됐다.

이동진 평론가는 '호프'에 대해 별점 5점 중 4점을 부여, "기괴한 난장판 속에서 대담하게 질주하는, 영화 전체가 거대한 크레센도"라고 평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이동진 평론가가 나홍진 감독과의 친분이나 감독의 명성, 침체된 한국 영화계를 고려해 후한 점수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호프'의 호불호 논란과 이동진 평론가를 향한 의혹이 거세지자, 결국 그는 "나홍진 감독과 친분 없다. 커피 한 잔 나눈 적 없으며 전화번호도 모른다"라고 해명에 나섰다. 또한 "제 앞에 놓인 영화 한 편 한 편의 평가는 한국영화계 전체 사정보다 중요하다. 평론가로서 그게 옳다고 믿으며 이 일을 지속해왔다"라며 "('호프'는) 단점들이 있음에도 그걸 상쇄할 정도로 매우 강력한 장점이 있는, 매력 넘치고 독창적이고 재밌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이동진 평론가를 향한 의혹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종결됐지만, '호프'를 향한 호불호 논쟁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렇다면 영화계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티브이데일리 포토
배우 조인성

영화 '현상수배'를 연출한 신재호 감독은 티브이데일리와 전화 통화에서 "창작자 입장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감독은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 이런 점이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다"라며 "나홍진 감독은 특히 영화 속 세계관이 뚜렷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호불호 논란이 점차 극대화되는 이유는 영화의 문제보단 사회적 문제 같다. 사실 음악도 그렇고 댓글 문화를 보면 조롱이나 혐오가 하나의 콘텐츠로서 자리 잡은 것 같다"라며 "요즘 '호프'로 두드러져 보이는 것뿐이지, 이전부터 축적된 문제"라고 토로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 역시 대중의 비평 풍토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영화를 서사의 완결성 중심으로만 바라보고, 자신들만의 기준을 절대화하여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에게 공격적인 태도와 조롱하는 풍토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즉, 영화의 미학이나 메시지 대신 이야기 전개만을 잣대로 삼아 과도하게 비난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절대적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인한 소모적인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이 문제는 '호프' 흥행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타인을 공격하지 않고 생각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배우 정호연

일각에서는 호불호 논란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노이즈 마케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현상의 단면만 본 착각이다. 과도한 폄하와 밈화된 조롱은 하재근 평론가의 말대로 흥행 리스크를 극대화할 뿐이다. 더 나아가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시도를 하는 창작자들의 입지를 좁혀, 결국 시장엔 뻔한 서사만 남게 될 위험성도 존재한다.

물론 감상에는 정답이 없다. 관객 모두가 각자 살아온 환경과 경험에 따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호프'를 둘러싼 과열된 논쟁은 단순히 온라인상 헐뜯기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비관용적인 태도를 돌아볼 계기가 돼야 한다.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즐기는 자세가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지키는 힘이 된다.

[티브이데일리 안윤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안윤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tvdaily 홈페이지(http://tvdaily.mk.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info@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