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안윤지 기자] 연애 리얼리티 시장이 파격적인 시도를 통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더 이상 순수한 사랑 이야기만으로는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어려운 시대가 왔다. 콘텐츠 전반에서 자극과 몰입감을 요구하는 흐름에 따라 연애 리얼리티 시장에도 '도파민 찾기'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시한부 투병 경험자들의 사랑부터 AI와의 연애 서바일에 이르기까지, 방송사들이 다채롭고 과감한 콘셉트를 무기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오는 8월 3일 방송되는 SBS '내 남은 연애'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경험이 있거나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투병 경험을 가진 2030 청춘들이 다시 삶과 사랑을 마주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이는 무속인들의 연애를 다룬 '신들린 연애'의 연출자 이은솔 PD의 신작이다.
'내 남은 연애'는 콘셉트가 공개되자마자 시청자들 사이에서 부정 여론이 형성됐다. 시한부나 중병 투병 경험처럼 무거운 사안을 상업적으로 소비하며 타인의 아픔을 단순한 도파민 자극용 소재로 전락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방송이 출연자들의 순수한 사랑이 아니라 동정심이나 신파로 비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진정성이 핵심인 연애 리얼리티에서 이러한 파격 설정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이은솔 PD가 연출을 맡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전작 '신들린 연애' 역시 무속인의 로맨스란 소재 탓에 우려가 깊었으나, 결과적으로는 완성도 높은 연출로 호평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내 남은 연애'도 그 뒤를 따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 SBS '기이안 연애' |
AI와의 연애 실험도 등장한다. 오는 8월 20일 SBS '나의 AI 파트너-기이안 연애'(이하 '기이안 연애')는 AI와 연애 리얼리티를 결합한 국내 최초 AI 연애 서바이벌이다. 기안84는 AI 여자친구와 일상을 함께하며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든다. 일종의 연애 실험에 참여하는 기안84는 "기계라서 몰입이 안 될 것 같다. 거짓으로 연기할 수 없어서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현실에서도 AI를 감정적 교감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화형 AI 캐릭터인 이루다와 가상 연애 감정을 나누는 이들이 등장해 충격을 안겼다. 또한 일본 및 미국 등지에서 AI 챗봇과 교감하며 가상 결혼식을 올렸다는 사례들이 외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재미로만 평가됐던 2013년 개봉한 영화 '헐(Her)'의 설정이 현실이 된 셈이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담은 '기이안 연애'는 어떤 재미를 선사할지 기대된다.
이 밖에도 성별의 조건을 넘는 젠더 블라인드 연애 리얼리티인 웨이브 '스탠바이미', 침대 소개팅을 파격적으로 내세운 넷플릭스 '연애실험실', 연애 미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시즌2' 등이 연이어 등장했다. 엠넷도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 더 머니(Show Me The Money)' 출신 래퍼들이 출연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래퍼 여친 구함'이란 슬로건을 걸었다. 이는 쿨하고 시크한 여성들을 가리키는 온라인 밈 '래퍼 여친 같다'를 모티브한 것이다.
성별, 대상, 포맷의 경계를 허무는 이색 연애 예능의 등장은 자극을 갈구하는 시청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결과다. 다만 지나친 자극성을 추구하는 게 프로그램 본연의 가치를 훼손하거나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이에 자극성과 진정성의 중심을 잡아 나가는 것이 핵심 과제로 보인다. 거침없이 영역을 넓히는 연애 예능이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재미와 공감을 안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안윤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SBS '내 남은 연애', '기이안 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