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코미디언 이수지가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을 풍자하는 영상을 올렸다가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예민한 이슈를 건드린 뒤 비판 댓글을 통제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더해지며 논란이 더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14일 이수지의 유튜브 '핫이슈지' 채널엔 '공무원 김지영 씨의 철밥통 지키기-휴먼다큐 진짜 극한직업'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영상 속 이수지는 1년 차 새내기 공무원 김지영 역을 맡아 연기력을 뽐냈다.
영상 속 김지영은 각종 악성 민원에 시달리면서도 최선을 다하며 묵묵히 버텨내는 인물로 묘사됐다. 이수지는 악성 민원인들로부터 "내 세금으로 월급 받잖아" 등 악성 민원에 시달리면서도 묵묵히 버텨내는 인물의 애환을 연기했다.
그러나 논란은 영상 속 특정 장면에서 시작됐다. 한 민원인이 "재선거"를 연이어 외치자, 이수지가 "여기서 그러시면 안 됩니다"라며 황급히 제지하는 장면이 포함된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은 최근 치러진 지방선거 당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희화화하고 특정 정치적 입장을 풍자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실제로 지난달 3일 진행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고, 이후 일부 시민들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티켓링크 라이브 아레나 일대를 중심으로 개표소 봉쇄 시위를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제작진은 논란이 된 장면을 즉각 삭제하고 15일 유튜브 댓글을 통해 고개를 숙였다. 제작진은 "해당 영상으로 인해 불편함과 실망을 느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많은 분들께서 지적해 주신 장면은 특정 사안이나 정치적 입장을 전달하려는 의도로 사용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충분히 신중하게 고려하지 못한 채 장면을 사용한 것은 제작진의 부족한 판단이었다"라고 전했다.
이들은 "이번 일은 출연진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며, 영상 제작 과정에서 제작진이 세심하게 검토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면서도 "이로 인해 출연진에게까지 불필요한 오해와 부담을 드리게 된 점 또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일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앞으로는 보다 책임감 있는 자세로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라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제작진의 해명에도 누리꾼들의 공분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영상 전체를 삭제하지 않고 논란 부위만 잘라내 조회수를 유지하는 점, 그리고 비판적인 실시간 댓글을 삭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그간 이수지는 현실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관찰력을 바탕으로, 아슬아슬하게 '선의 경계'를 타며 대중에게 시원한 웃음을 선사해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실패하며 스스로 '선'을 넘어버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대중의 감수성이 예민한 정치의 영역을 건드린 것은, 코미디언으로서 쌓아온 중립적이고 재치 있는 캐릭터에 씻기 어려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셈이다.
이수지는 그간 'SNL 코리아'와 '핫이슈지'를 통해 다양한 화제의 인물을 재치 있게 패러디하며 사랑받았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인해 그의 코미디 철학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적 의도와 무관하다는 해명이 나왔지만, 이미 돌아선 민심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유튜브 '핫이슈지',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