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끝줄 소년' 최민식은 여전히 꿈을 꾼다 [인터뷰]
2026. 07.06(월) 08:00
맨 끝줄 소년
맨 끝줄 소년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흔히들 꿈이란 청춘들의 전유물이라고 한다. 젊을 때 도전해 보라는 말로 쉽게 꿈을 권장하곤 한다. 하지만 숱한 세월 동안 수많은 인물의 삶을 살아내고도 여전히 배우 최민식은 꿈을 꾼다. 이미 정점에 오른 대배우임에도 익숙함에 안주하는 법 없이, 매번 새로운 인물 앞에서 스스로의 한계를 의심하고 기꺼이 굳은살을 베어내기 때문이다. 최민식의 열정이 여전히 뜨겁고도 순수한 이유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맨 끝줄 소년’(연출 김규태)은 실패한 작가이자 국문학과 교수인 허문오(최민식)가 강의실 맨 끝줄 소년 이강(최현욱)의 천재성을 발견하고 그의 글에 집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드라마다.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동명 희곡이 원작이며, 최민식은 극 중 허문오를 연기했다.

최민식은 오래전부터, ‘맨 끝줄 소년’ 같은 작품을 기다려왔다. 학창 시절,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틈틈이 읽었던 단편 소설들처럼 인간의 욕망과 감정에 깊이 파고드는 그런 클래식한 작품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맨 끝줄 소년’은 짧지만 강렬한 울림이 있는 이야기였다.

히어로들이 세상의 악에 맞서 싸우는 권선징악의 이야기도 좋지만, 보잘것없는 인간의 면모를 발가벗기며 불편한 진실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는 작품이 최민식의 취향에 더 부합했다. 특히 글과 말로 업을 쌓기 쉬운 요즘 시대에 ‘맨 끝줄 소년’과 같은 작품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단다. 최민식은 “물리적인 폭력 보다도 말과 글에 의한 폭력을 다룬 작품 아닌가. 우리는 너무나 많은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말과 글로서 서로 상처를 주고, 이로 인한 증오와 분노 같은 것들을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최민식이 연기해야 하는 허문오는 비호감에 가까운 인물이다. 오랜 시간 열패감을 긍정적으로 풀어내지 못하고 품고 있으며, 자신보다 상대적 약자인 학생들의 글에 말로 폭력을 가하는 인물이다. 자신 보다 잘난 친구인 김수훈(허준호)이 망하길 누구 보다 바라는 그 못된 마음이 결국 이강의 함정에 허문오가 스스로 빠질 수 없게 만든다.

최민식은 그렇지만 허문오를 누구보다 이해하고, 그를 연기해야 했다. 그는 허문오를 “지질하지만 연민이 가는 캐릭터”라고 표현했다. 몇 개월 동안 허문오를 살아보니, 만약 그가 실존 인물이라면 술 한잔 같이 하면서 안아줄 것 같다고 제법 인간적인 면모를 보였다.

허문오에 깊이 몰입하며, 연민의 감정으로 그를 이해하는 것이 동력이었던 최민식이다. 그렇다 보니 공개 이후 시청자들이 지적했던 개연성에 대해서도 최민식은 이해 못 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특히 이강이 어린 시절 허문오의 비난 한마디를 마음에 품고, 성인이 돼서 모든 판을 짜는 동기에 대한 개연성의 문제에 대해서도 최민식은 개인의 경험을 비추어 이해했다. 최민식은 “초등학교 때 폐결핵에 걸려서 죽을 뻔했는데, 의사가 제 앞에서 ‘가망 없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한 게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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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의 미덕은 ‘꼰대’ 같지 않다는 것일 터다. 자신이 단순히 경험이 더 많고, 오래 살았다고 젠체하지 않는다. 작품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고, 중요한지 정확하게 파악한다. 혼자서 빛나기 위해 현장과 나아가 작품을 망치는 몇몇 배우들이 마땅히 본받아야 할 태도다.

그런 최민식의 태도는 ‘맨 끝줄 소년’에서도 이어졌다. 이강을 연기한 최현욱의 연기에 자신이 잘 되받아치는 것이 중요했다고 생각했단다. 허문오가 이강이 짠 판에 휘둘려 파멸로 향해가는 것처럼, 최민식은 최현욱의 연기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리액션을 하려 노력했다. 후배를 후배로만 보지 않고, 함께 작품을 만들어 가는 ‘동료’로 인식하고 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작품과 연기에 대한 호평에 대해서 최민식은 최현욱뿐만 아니라 김규태 감독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최민식은 “김규태 감독님을 대학교가 배경이다 보니 현장에서는 총장님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총장님이 지휘자로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잘하셨다”면서 “이 지휘자가 너무 노력하고 작품에 찰떡같이 연출을 잘하셨다”라고 했다.

이어 최민식은 “배우들은 세션 맨이다. 어떤 악기로 어떤 소리를 낼지는 지휘자의 지시가 우선되어야 한다. 각자 맡은 부분에서 지시에 맞게끔 정확하게 연주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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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에게 연기란 팍팍한 삶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완벽한 자유이자 짜릿한 일탈이다. 그는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 가장 흥분된다. 얼굴이 알려져 함부로 일탈을 시도할 수도, 담배꽁초 하나 마음대로 버릴 수도 없는 삶이지만, 배우로서 좋은 작품 안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고 자유롭다”고 고백했다. 물론 그 과정이 늘 즐겁고 평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표현의 한계에 부딪히고, 세월과 함께 스스로에게 베긴 굳은살을 깨부수며 인물을 온전히 수용해 나가는 고통스러운 투쟁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치열한 투쟁은 결국 작품의 묵직한 주제 의식과 맞닿아 있다. 최민식은 허문오를 통해 문학을 빙자한 말과 글의 폭력, 이른바 구업에 대해 깊이 소통하고자 했다. 나아가 타인의 삶을 관음하고 상업적으로 소비하면서도 어떤 죄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현대 사회의 씁쓸한 이면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맨 끝줄 소년’은 단 한 문장으로 주제를 정의할 수 없을 만큼 여러 층위의 의미가 내포된 작품이라 더욱 좋았고, 그래서 더 답답하고 불편했다"고 했다.

청춘 남녀가 트렌드의 중심이 된 시대라지만, 최민식은 여전히 자신이 살아오며 겪은 사랑과 애정, 분노와 정의 등 모든 삶의 희로애락을 치열하게 작품에 쏟아내길 갈망한다. 죽는 날까지 끊임없이 스스로를 들들 볶으며 인간과 세상을 탐구하다 가고 싶다는 그의 목소리에는 한 치의 꾸밈도 없었다.

돌이켜보면, 최민식이 지금까지 연기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매 작품마다 우리를 완벽하게 설득시키는 원동력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작품을 하며 자신이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려는 듯 무척이나 열정적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 진지하고도 뜨거운 모습을 지켜보며, 옅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희끗해진 머리카락이 이상하지 않을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저토록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싶어서 말이다. 기꺼이 자신의 한계를 깨부수며 대중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최민식이 앞으로 보여줄 또 다른 얼굴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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