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서툴고 치기 어렸던,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드는 시기를 우리 모두 겪는다. 그 모든 순간조차 결국 지금의 단단한 나를 완성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다. 배우 공명도 지나온 과거를 온전히 긍정하며 현재의 자신을 더욱 깊이 있게 다져나가고 있다. 지금의 시간들이 모여 공명은 어떤 배우가 될까. 늘 궁금했지만, 10년 뒤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공명이다.
지난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남편들’(감독 박규태)은 범죄 조직에게 납치당한 아내를 구출하기 위해 얼떨결에 힘을 합친 전남편 충식(진선규)과 현남편(공명)의 예측불허 구출 대작전을 그린 코미디 액션 영화로, 공명은 극 중 현남편 민석을 연기했다.
공명이 ‘남편들’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진선규와 박규태 감독이 그 이유였다. 진선규와 영화 ‘극한직업’ 이후 좋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만큼, 다시 작품에서 재회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진선규가 아니었다면 출연을 고민했을 정도였다고. 박규태 감독의 경우 영화 ‘육사오(6/45)’로 함께 작업을 할 뻔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아 무산됐던 아쉬움이 있었다. 그 아쉬움이 공명의 선택에 큰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남편이라는 캐릭터의 설정도 공명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공명은 “제 나이에 남편 역할을 해보는 거 자체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했었다”라면서 “장르 특성상 남편이어서 보여줄 수 있는 감정적인 장면은 없지만, 내면적으로 연기 부분에서 성장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진선규와 7년 만에 작품으로 재회한 현장은 두 사람이 그간 쌓아온 신뢰가 빛을 발휘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공명은 “’극한직업’ 때에는 저희가 워낙 막내 포지션이지 않았나. 이번에 만났을 때에는 선규 형이 모든 배우들을 이끌어주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다”고 했다.
무엇보다 진선규와 편하게 아이디어를 주고받을 수 있었던 것도 공명에게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게 했다. 그래서 처음엔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공개를 앞두고 작품 홍보 활동을 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극한직업’ 조합의 ‘케미’를 기대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부담감을 느꼈단다. 이에 대해 공명은 “’극한직업’이 워낙 잘된 작품이지만, ‘남편들’은 그것과 다르게 다른 주제와 관계성이 주는 재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형이랑 즐겁게 촬영하면서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첫 번째였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공명은 현장에서 진선규와 치열한 고민을 거듭하며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 특히 코미디의 적정 선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두고 고심했단다. 공명은 “이번에 진짜 매일 선규 형과 고민을 많이 했다”며 “현장에서 리허설을 하기 전부터 대사 연습을 하고, 지금 여기까지 표현하는 게 괜찮을지 아니면 좀 과한 게 아닐지 서로 엄청나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수많은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치열한 과정은 그에게 코미디라는 장르의 무게감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공명은 “그 부분에서 저도 다시 한번 코미디 영화가 결코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현장에서의 밀도 높은 소통은 과거 ‘극한직업’ 시절과는 사뭇 다른 경험이었다. 공명은 “‘극한직업’ 때에는 저희가 워낙 막내 포지션이기도 했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선배님들을 믿고 멋모르고 신나게 했었던 느낌이 강했다”고 했다. 반면 이번 ‘남편들’ 촬영에 대해서는 “선규 형이랑 함께하면서 신을 아주 어렵게 어렵게 만들어 나가는 느낌으로 임했다”며 “많은 선배님이 왜 코미디가 가장 어렵다고 말씀하시는지 비로소 그 이유를 깊이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진선규와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장면도 있었다. 바로 충식과 민석이 냉동창고 안에서 발로 서로의 얼굴에 씌여진 비닐봉투를 벗겨주는 장면이다. 공명은 “현장에서는 그렇게 깊숙이 들어오는 줄 몰랐는데, 실제로 비닐봉지를 썼을 때 정말 힘들었다”며 “잘 안 보이고 호흡도 뜻대로 안 돼서 속으로 빨리 뚫어달라고 외쳤을 정도였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어 “모니터를 하면서야 상황을 제대로 알았는데, 그런 장면은 상대 배우가 선규 형이 아니었으면 서로 쉽지 않았을 것 같다”며 “화면을 보고 누군가는 헐거워 보인다고 할지 몰라도 현장에서는 정말 발까지 깨끗하게 닦아가며 정말 힘들고 진지하게 촬영했다”고 했다.
카체이싱 액션 장면 역시 스태프들과의 호흡으로 완성됐다. 카체이싱 액션에 대해 공명은 “드리프트 장면들은 전문 액션 팀이 안전하고 멋지게 소화해 주셨다”며 “제가 연기할 때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액션 스쿨에 가서 드리프트를 직접 체험해 보기도 했지만, 실제 촬영은 액션 팀이 직접 다 해주셔서 현장에서 소리에 놀라며 감탄하며 지켜봤다”고 공을 돌렸다. 또한 “평소 워낙 활동적인 취미를 좋아하다 보니 극 중 클라이밍 장면을 위해 따로 배웠는데,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었던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공명은 작품을 대하는 가치관과 선택의 기준에 대해서도 한층 깊어진 속내를 전했다. 그는 “20대 때는 그 나이와 시기에 맞춰서 주어지는 대로 했었고, 사실 제가 작품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던 때도 아니었다”며 “그저 주어진 현재에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군 제대 이후 배우로서 큰 전환점이 찾아왔다. 공명은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는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어떤 방향으로 걸어가야 할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공명의 선택은 10년 뒤인 40대의 청사진과 맞닿아 있다. 공명은 “40대 때는 더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면서 "류승룡 형이 최근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로 상을 받지 않으셨나. 형들 같은 배우를 꿈꾸면서 다양하게 작품을 선택하려고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어 “20대 때도 ‘이제 한 발 뗐다’는 생각으로 했다. 이제 30대 되니까 두 발 뗀 것 같다. 아직 저 자신에게는 만족보다 조금 더 욕심을 내고 싶다”며 단단한 의지를 드러냈다.
시간이 흐르며 현장에서 느껴지는 변화에 대해서도 유연하고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공명은 “당연히 나이가 들며 달라진 부분들을 체감하고, 그 시기와 위치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 것이 맞다”라면서도 “다만 제 자신에게는 채찍질은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20대 때 멋모르고 했을 때가 그립기도 하지만, 저는 지금이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10년 후에도 저는 그때의 제가 가장 좋을 것이다. 과거를 크게 뒤돌아보거나 후회하지 않는 타입이기 때문에, 늘 현재에 맞게 매 순간 열심히 하려고 한다”며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기대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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