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 익숙한 명작의 향기, 오마주의 한계를 넘어라 [씨네뷰]
2026. 06.24(수) 08:00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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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쌍둥이 동생이 죽었다. 타살이 분명했지만, 모두가 아니라고 한다.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언니는 스스로 동생의 죽음을 파헤치기로 한다. 점차 불투명해지는 시야 속에서 다가오는 주변 인물들이 의심스럽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언니는 동생을 죽인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24일 개봉되는 영화 ‘눈동자’(감독 염지호)는 유전병으로 시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는 서진(신민아)이 쌍둥이 동생 서인(신민아)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치다 그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배우 신민아가 3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으로 선택, 1인 2역으로 관객과 만난다.

작품은 주인공이 시력을 잃어간다는 설정과 인간의 탐욕, 비뚤어진 애착을 통해 스릴을 자아낸다. 보이지 않는 상태가 만들어내는 통제 불능의 상황과 심리적인 압박감은 극 전반에 걸쳐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서진의 시력에 대한 불확실성은 주요한 스릴 요소다. 관객은 시력을 잃어가는 서진의 불안정한 시야와 감각에 의존해 서사를 따라가기 때문이다. 스크린에 주어지는 정보들이 온전한 진실인지, 혹은 불안이 만들어낸 착각인지 확신할 수 없게 만든다. 감각이 제한된 상황을 이용한 연출은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심리적인 불안을 자극하며 몰입을 돕는다.

주변 인물들이 형성하는 미스터리 역시 서사를 이끄는 핵심이다. 인물들이 주고받는 일상적인 대화와 미묘한 시선 교환은 서로를 온전히 믿을 수 없는 상황의 피로도와 의심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억지로 긴장을 쥐어짜기보다는 의도적으로 감춰둔 단서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유도한다. 이러한 인물 간의 촘촘한 심리전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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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에 등장하는 반전은 고전 스릴러 영화에 대한 오마주다. 이는 관객의 배경지식에 따라 감상이 엇갈릴 수 있는 지점이다. 원작을 아는 이들에게는 익숙하고, 모르는 이들에게는 반전 효과가 클 터다. 결말을 향해가는 과정에서 몇 가지 단서들이 주어지기에 흐름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는 있지만, 그 실체가 온전히 드러날 때의 장르적 재미는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이 오마주가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의 한계다. 기존 명작의 틀을 지나치게 충실히 따르다 보니 영화 고유의 색깔이 옅어졌다. 새로운 연출적 시도보다는 이미 검증된 공식을 답습하는 데 머물렀다는 점에서 다소 안일한 선택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스릴러로서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작의 그림자에 그쳤다는 사실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연출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오롯이 배우들의 몫이다. 신민아는 일란성 쌍둥이라는 1인 2역을 맡아 확연히 다른 두 인물의 결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외형이 같은 인물들을 연기하면서도 눈빛과 호흡만으로 캐릭터의 차이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스토킹으로 인한 극도의 불안감부터 동생을 향한 죄책감까지, 폭넓은 감정선을 과장 없이 담백하게 소화하며 영화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형사 도혁을 연기한 김남희의 호연도 돋보인다. 복잡한 서사 속에서 신민아와 함께 극의 흐름을 양분하며 안정감을 더한다. 쉽지 않은 입체적인 캐릭터를 과도한 힘을 빼고 차분하게 그려내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두 배우가 주고받는 균형 잡힌 연기 합은 자칫 헐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의 밀도를 높인다.

배우들의 연기가 어느 정도 아쉬움을 상쇄시키지만, 후반부의 한계가 관객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가 이번 작품의 승부수가 될 터다. 최근 영화 ‘살목지’ ‘백룸’ 등 공포 스릴러 장르가 관객의 선택을 연달아 받으면서 ‘눈동자’에 대한 관심도 높은 상황이다. ‘눈동자’가 한계를 돌파하고 관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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