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 김재중, 불혹에 마주한 낯선 세계 [인터뷰]
2026. 06.23(화) 10:00
김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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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오랜 시간 무대 위를 화려하게 수놓던 아티스트가 스크린 속 음산한 폐신사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왔다. 스포트라이트 대신 기이한 공기 속에 자신을 던진 그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내공을 바탕으로 또 한 번 미지의 영역에 발을 내디뎠다. 배우 김재중의 이야기다.

지난 17일 개봉된 영화 '신사: 악귀의 속삭임'(감독 구마키리 가즈요시)은 일본 고베의 한 폐신사에서 발견된 의문의 불상으로 인해 시작된 연쇄 비극과, 그 참혹한 저주를 끊어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박수무당의 이야기를 그린 오컬트 호러물이다. 이 가운데 김재중은 박수무당 명진 역을 맡아 극의 전개를 이끌었다.

한국과 일본을 활발히 오가며 음악과 방송 활동에 매진했던 그의 스크린 복귀는 무려 14년 만이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부터 '천국의 우편배달부'까지 액션과 로맨스를 아우르던 김재중이 복귀작으로 낯선 오컬트 장르를 선택한 배경에는 새로움을 향한 갈증이 있었다. 그는 "일본 감독님과 작업을 한다고 했을 때 구미가 당겼다. 한일 합작 작품이 가지는 차별성과 시너지가 있을 것 같아 기대감이 컸다"라고 회고했다.

기대 속에 첫발을 뗐지만 거듭된 시나리오 수정에 따른 캐릭터의 급격한 변화는 쉽지 않은 숙제였다. 김재중은 "초반 기획 단계의 명진은 감정적으로 거칠고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년이었다. 하지만 대본이 수정되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라며 "캐릭터의 성격이 어두워지니 영화의 흐름과 전체적인 톤도 무거워졌다"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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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인물의 설정은 작품의 특색을 결정짓는 핵심축이었기에, 우선 김재중은 그에 걸맞은 액션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극 중 명진은 염불을 외우는 건 물론, 몸으로 부딪치며 악귀와 거친 대결을 펼친다. 기존 오컬트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이색적인 모습이다. 그는 "영화마다 설정이 다르듯 우리 작품만의 독창적인 캐릭터를 그리고자 했던 감독님의 뜻이었다. 저는 그의 의견을 존중해 무당의 도구는 참고했지만 기술적인 행위는 다르게 구현했다"라고 설명했다.

전형적인 한국 무속인의 틀에서 벗어난 만큼, 관객을 설득하기 위한 영리한 조율도 거쳤다. 그는 감독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캐릭터를 구축했다. 김재중은 "감독님께서 보여주고자 한 건 '다크 히어로'였기에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무당의 이미지보다는 여러 종교적 색채와 샤머니즘이 결합된 비주얼을 구축하려고 했다"라며 "정답이 없는 캐릭터였기에 더욱 과감하게 변주를 시도할 수 있었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독창적인 외형을 갖추는 것만큼, 인물의 깊은 내면을 스크린에 투영하는 작업도 중요했다. 김재중은 이야기 전개상 명진이 모든 비극의 진실을 이미 직감하고 있는 듯한 아우라를 풍겨야 한다는 점에 집중했다. 백 마디의 말로 인물을 설명하는 대신, 무거운 침묵 속에 명진이 지닌 오랜 상처와 외로움을 녹여냈다. 겉으로는 담담해 보이지만 내면의 결핍으로 인해 결국 악귀에게 이용당하고 마는 인물의 전사는 그렇게 완성됐다.

복잡한 인물의 심연을 스크린에 온전히 담아내기까지 촬영 현장은 매 순간이 고비였다. 생경한 장르와 역할에 혹독한 현장 조건까지 더해졌지만, 김재중은 도리어 이러한 악조건을 배역에 깊이 몰입하는 기회로 삼았다. 그는 "습하고 음산한 터널 안에서 촬영하다 보니 춥고 공기도 나빴다. 심한 감기에 걸려 굉장히 아프기도 했지만 가라앉은 목소리는 낮고 무거운 신의 분위기에 맞아떨어져 다행이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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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치열하게 임했으나 한국 관객에게 낯선 설정, 판타지적 무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김재중은 이 아쉬움을 관객의 상상력으로 채우며 흥미로운 여백으로 남겨두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98분이라는 러닝타임은 짧았다. 시간적 제약 탓에 미처 다 설명하지 못한 서사가 있어 아쉬움도 남고, 한국 관객의 시선에선 어색하게 느껴질 부분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모든 것을 친절하게 설명하려 했다면 이 시간 안에 끝내지 못했을 것이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저마다의 다채로운 해석을 하시며 영화를 즐기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불혹의 나이에 감행한 도전이 과욕으로 비칠지 모른다는 두려움, 대중성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은 늘 존재한다. 그럼에도 김재중은 멈추지 않는다. 성장하고 싶다는 열정이 크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선배들을 보며 앞으로 걸어갈 삶의 이정표를 세운다는 그는 "아직 안 해본 장르가 너무 많기도 하고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대역 없이 더 격렬하고 어려운 액션 신에도 직접 몸을 던져보고 싶다"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라이브러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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