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그룹 이즈나(izna)가 미니 3집 '셋 더 템포(SET THE TEMPO)'를 통해 자신들만의 색깔을 한층 선명하게 각인시키고 있다. 데뷔 초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파워 몽환(Power Dreamy)'이라는 차별화된 콘셉트를 앞세워 5세대 걸그룹 시장에서 독자적인 영역 구축에 나선 모습이다.
최근 K팝 시장에서 걸그룹 콘셉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강렬한 걸크러시, Y2K 감성, 하이틴, 이지리스닝을 내세운 내추럴 분위기까지 다양한 콘셉트가 공존하는 가운데, 단순히 음악만으로는 팀의 정체성을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결국 대중은 각 팀만이 가진 강점을 찾고, 그룹들은 자신들만의 서사를 구축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즈나가 내놓은 해답은 바로 '파워 몽환'이다.
그동안 K팝에서 몽환적인 콘셉트는 신비롭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표현하는 장치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꿈속을 걷는 듯한 사운드, 유려한 안무, 감성적인 비주얼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즈나는 여기에 강렬한 에너지와 퍼포먼스를 더했다. 단순히 몽환적인 분위기에 머무르지 않고, 무대를 압도하는 힘까지 결합하며 새로운 형태의 콘셉트를 만들어냈다.
이 같은 특징은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메트로놈(METRONOME)'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곡은 몽환적인 사운드로 시작해 점차 속도를 높이며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세련된 하우스 리듬과 중독성 강한 멜로디가 어우러지며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증폭시킨다. 부드러움과 강렬함, 유려함과 역동성이 한 곡 안에서 공존하는 구조다.
무대에서는 이러한 특징이 더욱 극대화된다.
엠넷 걸그룹 데뷔 서바이벌 '아일랜드2' 통해 결성된 이즈나는 데뷔 때부터 완성도 높은 군무와 안정적인 라이브, 퍼포먼스 역량을 강점으로 평가받아 왔다. '메트로놈' 무대에서도 메트로놈의 추가 움직이는 모습을 형상화한 포인트 안무를 비롯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선과 정교한 군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부드럽게 흐르던 안무가 순간적으로 강한 동작으로 전환되는 구성은 곡이 지닌 몽환성과 에너지를 동시에 표현하며 이즈나만의 색깔을 완성한다.
이는 최근 K팝 시장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이제 음악은 단순히 듣는 콘텐츠가 아니다. 틱톡, 릴스, 쇼츠 등 숏폼 플랫폼이 음악 소비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면서 '보는 음악'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 번의 챌린지 영상, 15초 분량의 퍼포먼스 클립이 곡의 흥행을 좌우하는 시대다. 자연스럽게 그룹의 정체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안무와 퍼포먼스가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즈나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파워 몽환'이라는 콘셉트를 퍼포먼스와 결합하는 전략을 택했다. 몽환적인 무드를 유지하면서도 강렬한 동작과 군무를 더해 짧은 영상에서도 확실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다. 실제로 '메트로놈' 챌린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글로벌 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즈나가 단순히 콘셉트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앨범에는 세상이 정한 기준이 아닌 자신들만의 템포를 만들어가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셋 더 템포'라는 앨범명 역시 남들이 만든 흐름을 따라가기보다 스스로 흐름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음악과 퍼포먼스, 메시지가 하나의 방향성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이전 활동보다 한층 선명한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음을 의미한다.
데뷔 초의 이즈나는 다양한 가능성을 증명하는 팀이었다면, 이제는 자신들만의 색깔을 구축해 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차별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현 K팝 시장에서 몽환과 에너지를 결합한 '파워 몽환'이라는 새로운 공식을 앞세운 이즈나. 이들이 5세대 걸그룹 경쟁 구도 속에서 어떤 존재감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신정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