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내용 요약
세계 시총 1위 기업 총수 젠슨황,
한국 매력에 빠졌나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선거 유세 느낌이었다”
세계적 기업 엔비디아 CEO 젠슨황(63)의 올해 6월 방한은 여러 모로 국민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자그만 몸으로 동네 화장실 청소나 설거지를 도맡았던 9살 타이완 소년은 타고난 이공계 재능을 벗 삼아 자신의 힘으로 미국 공대에 진학했고, 독학을 거듭하며 세계를 호령할 힘도 층층이 다졌다.
훗날 그가 창립한 전 세계 시총 1위 기업 엔비디아는 AI 가속기를 비롯해 자율주행, 로보틱스, 차세대 메모리 공동 개발 등 복합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며 글로벌 기술의 패권을 거머쥔다. 이 같은 대기만성에는 평범한 사람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번뜩이는 아이디어, 현장을 발로 뛰어다니는 노고가 있었다. 과거 용산 전자상가에서 영업을 불사하며 자기 부품을 유통했던 청년은 이제 전 인류가 걸어갈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이 유명 CEO의 최근 이색적인 행보 중 하나는 연이은 내한이다. 대만계 미국인인 그가 와이프, 딸 메디슨 황 등 가족들과 연달아 2년 째 입국해 비즈니스 자리뿐 아닌 오락 일정까지 소화하는 건 어떤 연유일까.
선거 유세만큼 화려하게 한국을 누비고 다닌 지난 3박 4일(2026.6.5.일-8일)은 급기야 그가 지난 7일 잠실 야구장에서 선보인 관광 버스 스타일의 춤 사위로도 부각됐다. “마치 선거 유세하는 사람 같았다”는 시민들의 파안대소는 덤이었다.
◇ 깐부 회동 vs 삼소 회동 ◇
말로만 듣던 젠슨황의 외적 이미지가 직접적으로 드러난 계기는 지난 2025년 10월, 삼성동에서 사적으로 진행된 일명 ‘깐부 회동’이었다. 당시 비즈니스 파트너로 협력 관계를 다지는 삼성 이재용 회장,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 등이 동참했고 젠슨은 한국식 치킨 메뉴과 생맥주를 함께 즐기면서 한국인들에게 시나브로 친한(親韓) 이미지도 심었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기업 관계자들은 “세계적인 CEO인 그가 대한민국에서 얻어가고 싶어하는 것은 많아 보인다”고 분석한다. 반도체 강국으로 떠오른 2026년 대한민국이 그의 시선 안에서도 여전히 먹거리가 많다는 해석이다.
7개월 여 만에 그는 또 한 번 내한했다. 지난 5일 입국하자마자 게이머 페이커 이상혁을 만나 인증샷을 찍은 그는 한국이 낳은 이 글로벌 오락 스타와 퍽 흥미로운 협업부터 상정하기에 이른다.
이윽고 젠슨황이 선택한 올해의 핵심 만찬은 ‘삼소(삼겹살+소주) 회동’이었다. 해외 출장이 있었던 이재용 회장을 제외하고 근간 반도체로 해외 사업의 큰 활로를 연 SK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LG 구광모 회장, 네이버 이해진 의장이 기꺼이 동참해 취재진의 뜨거운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비즈니스 면면을 차치하고라도 서로 간 의형제 같은 사담을 나누는 자리였다는 분석이다. 여기서도 젠슨황은 코미디언처럼 화려한 오버액션과 에너자이저 캐릭터로 말미암아 국민들의 스마트폰 카메라를 장악했다. 어쩐 일인지 그는 여느 평범한 동네 할아버지마냥 한국 어린이에게 용돈을 주거나, 쪽쪽 빤 손가락으로 식당 앞에 몰려든 시민들과 튀김 음식을 나눠 먹기도 했다.
◇ ‘유퀴즈’, K-엔터 장악한 입담과 철학 ◇
애초 젠슨황이 선택한 국내 토크쇼는 비공식 스케줄로 내정됐다. 누구도 몰랐던 해당 일정을 그는 현충일인 6일 오후 신속하게 촬영했고, 10일 밤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엔 모두가 궁금해 했던 그의 실체가 클로즈업 됐다.
유쾌함으로만 중무장한 듯했지만 그에게도 인생의 역경이 당도한 시절이 있다. 그는 엔비디아 파산이 30일 목전이었던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이를 ‘한강의 기적’과 비견하기도 했다. “한국도 위기 속에서 이렇게 시련을 통해 빚어졌고 민족의 화합도 이뤄내지 않았냐”며 대한민국 민족성을 강조한 그는 최근 엔비디아 핵심 사업 소재인 AI(인공지능)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사실 컴퓨터는 어렵지만 AI는 쉽다. 가게 웹사이트나 새 어플을 만들고 싶다면 누구나 AI에게 도와 달라고 하면 된다. AI가 세상의 기술 격차를 줄였다. 모든 분들이 그 혜택을 함께 누리길 바란다”는 것이 그의 신사업 요지다.
◇ “중요한 건, 강철 같은 회복 탄력성” ◇
단계 별로 시행착오를 겪어온 기업가에겐 중요한 덕목이 있다. 엔비디아 한 주가 75원이었던 시절을 지나 ‘깐부 회동’ 당시엔 28만 원, 현 시점 31만 원에 육박하기까지 젠슨황은 매 순간 불굴의 의지를 다져야만 했다. 그는 “강철 같은 회복 탄력성이 중요하다. 미래를 완벽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견고한 회복력을 갖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이라면서 “당신들이 깨지지만 않는다면 언젠간 행복해지고 성공할 것”이라는 낙천성을 귀띔했다.
그런 그가 인재를 볼 때 중시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능은 흔한 상품이다. 인성이 제일 중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베풀고 타인들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하는 사람과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최근 화제가 된 국내 ‘오둥이’ 가정을 향해 “부모와 CEO, 조직은 결국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아이들에게 스스로 분투할 기회,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줘야 한다”라면서 “그럴수록 아이들은 더 강한 회복 탄력성을 갖게 될 거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탐구하면서 자라날 것”이라면서 후세대의 회복 탄력성, 인성 함양을 강조했다.
◇ “나도 너도 잘 되는 삶” ◇
젠슨황을 상징적으로 추대하는 ‘유퀴즈’ 식 이벤트도 재미를 더했다. 관악산 박성준 역술가는 그의 관상을 유심히 분석해 “이마가 시원하다. 턱은 단단해 말년의 복록, 후배를 품을 수 있는 힘이 있다. 코를 중심으로 많은 사악이 예의를 갖추어 우러러 보는 형국이므로 평생 재물이 마르지 않는 제국을 호령하는 독보적인 거상의 얼굴”이라고 풀이했다.
이내 역술가는 평소 좋은 기운을 관리하는 젠슨만의 비결을 궁금해 했는데, 여기선 비로소 젠슨황의 베푸는 진심이 도드라졌다. 알려진 대로 그는 일체 사리사욕을 탐하는 경우가 아니다. “제 에너지는 여러분을 돕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며 삼성, LG, SK 등 숱한 비즈니스 파트너를 언급하는 한편,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의 성공을 염원한다고 강조했다.
비단 대기만성형 위인의 립서비스만도 아닐 것이다. 잇속을 챙기는 범인(凡人) 단계를 일찌감치 탈피한 그는 문명과 이기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최근 자나 깨나 AI 관련 구상을 다잡는다.
왕관의 무게를 감행하는 세계 1위의 자리. 젠슨황이 꿈꾸는 미래는 무릇, 전 인류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공생이었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