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우려와 공감 사이, 보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아요 [OTT리뷰]
2026. 06.06(토) 09:00
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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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교권이 무너졌다. 사제지간의 낭만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교사, 학생, 학부모 너나 할 것 없이 교실의 의미를 잊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절망적인 이야기들이 사회면을 도배하던 그때, 무너진 교육 현장을 바로잡기 위해 교권보호국이 창설된다. ‘참교육’을 위해서라면 체벌이라는 금기마저 기꺼이 깨뜨린다. 교권보호국은 추락한 교권을 다시 일으키고 교육의 참된 의미를 되살릴 수 있을까.

지난 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참교육’(극본 이남규·연출 홍종찬)은 가상의 정부 기관 교권보호국이라는 신선한 설정과 통념을 깨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종횡무진 활약을 통해 교육 현장을 회복하려는 속 시원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동명의 원작 웹툰을 각색한 작품이다. 넷플릭스 ‘소년심판’ ‘Mr. 플랑크톤’ 등을 연출한 홍종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여기에 김무열 이성민 진기주 표지훈 등 출연 라인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번 작품은 시작부터 논란과 함께 했다. 동명의 원작 웹툰이 과거 성차별 및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이며 북미 플랫폼에서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거센 비판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들이 학교 현장의 복잡하고 다단한 문제들을 단순히 악인을 응징하는 이분법적 구도로 축소시키며, 체벌과 인권침해를 정당화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은 캐스팅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초 주인공 물망에 올랐던 김남길이 원작의 논란을 인지하고 출연을 고사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작품을 향한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다. 결국 김무열이 새로운 주연으로 합류하며 우려를 봉합하는 듯했다. 하지만 작품은 출발선에서부터 원작의 꼬리표를 어떻게 떼어낼 것인가라는 무거운 숙제를 안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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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가 많은 원작이라 할지라도, 제작진이 어떻게 각색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탄생할 수 있다. 그래서 ‘참교육’에 대한 작은 기대가 있었다. 전작 ‘소년심판’을 통해 촉법소년이라는 무거운 화두를 날카로우면서도 균형 잡힌 시선으로 담아냈던 홍종찬 감독의 연출력과,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소외된 이들의 아픔을 섬세하게 어루만지며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냈던 이남규 작가의 검증된 필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참교육’은 논란과 창작의 경계에서 꽤나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제작진이 선택한 돌파구는 영리한 각색과 톤 앤 매너의 조율이다. 작품은 1회부터 3회까지의 초반부에서 다분히 만화적이고 과장된 톤을 전면으로 내세운다. 교권보호국이라는 가상의 정부 기관이 존재하고, 그 소속 감독관들이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우기 위해 물리적인 체벌까지 불사한다는 설정은 현재 대한민국 교육 현장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판타지다. 이러한 판타지를 시청자들에게 설득시키고 세계관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초반부의 분위기를 다소 만화적 리듬 속에 그려낸다.

다만 이 만화같은 톤은 양날의 검이다. 극 중에서 다루고 있는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뉴스 사회면에서 한 번쯤 접해봤을, 지극히 현실적이고 무거운 사안들이다. 그런데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 만화적이다 보니 소재와 작품의 톤 사이의 괴리감이 꽤 크다. 무엇보다 교권을 바로잡겠다는 명목하에 극 초반 등장하는 무자비한 체벌과 폭력 묘사는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아쉬운 지점이다. 악인을 물리적으로 응징하는 과정이 누군가에게는 통쾌한 사이다로 다가올 수 있지만, 아무리 판타지적 설정이라 할지라도 교육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폭력이 정당화되어도 되는 것인지 불편함을 남기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현재 학생이나 교사, 학부모 등 교육 현장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지 않은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초반부의 사건들이 피부에 와닿지 않거나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질 위험이 있다. 현실의 문제들을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이 폭력이라는 수단으로 해결하는 과정이 주는 이질감은 초반부 시청자들의 공감을 방해하는 진입 장벽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극이 후반부로 전개될수록 붕 떠 있던 톤이 점차 현실적으로 맞춰지면서, 작품의 메시지가 강력하게 작동하기 시작한다. 자극적인 사이다 전개에만 매몰되지 않고, 각 캐릭터들에게 깊이 있는 전사와 섬세한 감정선을 덧입히며 극의 정서적 밀도를 높여 나간다. 비현실적으로만 보이던 인물들의 행동에 타당한 이유와 사연이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이 점차 이들의 행보에 공감하며 몰입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작품은 어느새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교육 현장의 문제를 체감하게 만든다. 과장된 톤 뒤에 숨겨져 있던 인물들의 절망과 희망이 현실적인 톤과 맞물릴 때, 작품은 단순한 대리만족을 넘어 교권이 처한 현실에 대한 경각심과 짙은 여운을 남기며 각색의 묘미를 제대로 증명해 낸다.

또한 ‘참교육’은 단순히 교권 회복만을 주장하며 교사들의 편만 들지 않는다. ‘참교육’이 진정으로 조명하고자 하는 것은 무너진 교육 시스템 아래서 고통받는 모든 피해자들이다. 선량한 교사들이 겪는 억울함은 물론이고, 통제 불능의 교실에서 학습권을 침해받고 방치되는 학생들의 피해에도 주목한다. 나아가 그 피해가 또 다른 가해자를 낳는 끔찍한 악순환의 굴레를 끊어내는 것이 얼마나 시급하고 중요한 일인지를 역설한다. 즉 교권의 문제를 단순히 교사와 학생의 대립 구조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도를 넘은 진상 학부모의 민원, 최소한의 직업윤리마저 상실한 부패한 교사, 법의 맹점을 악용하는 영악한 촉법소년, 날로 잔혹해지는 학교폭력,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10대들의 마약과 도박까지. ‘참교육’은 이러한 문제들을 에피소드 별로 녹여내며 더 이상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하는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특정한 해결책을 정답처럼 내놓기보다는, 이 예민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 보자는 거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데 집중한다.

물론 뚜렷하고 속 시원한 해결책 없이 물음표만 남기는 이러한 전개 방식이 누군가에게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여지도 있다. 극 초반부에 거침없는 물리력으로 악인들을 단죄하며 안겨주었던 카타르시스에 비하면, 명쾌한 정답 대신 현실의 무거운 숙제만 시청자에게 넘겨버리는 듯한 태도가 다소 무책임하거나 아쉽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락적인 사이다 결말을 기대했던 시청자라면 뾰족한 해답 없이 끝나는 전개에 갈증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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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라는 여러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는 예민한 문제를 다루면서도 작품이 중심을 잃지 않고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배우들의 호연이 있었다. 특히 나화진 역을 맡은 김무열의 합류는 결과적으로 작품의 결을 풍성하게 만든 신의 한 수가 됐다. 만약 김남길이 연기했다면 그의 전작들과 겹쳐 자칫 기시감이 들 수 있었던 우려를 김무열은 특유의 뻔하지 않은 에너지로 지워냈다. 과감한 캐릭터 해석으로 극 초반의 만화적인 톤과 후반부의 현실적인 감정선을 유연하게 오가며 극의 중심을 묵직하게 잡아주는 김무열의 연기가 ‘참교육’의 또 다른 동력이다.

김무열을 필두로 이성민, 진기주, 표지훈 등 앙상블을 이루는 배우들의 끈끈한 케미스트리 역시 인상적이다. 마치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진짜 한 팀처럼 보이는 배우들의 연기 합은 ‘참교육’의 강점 중 하나다. 특히 진기주의 연기 변신이 단연 눈에 띈다. 진기주는 그동안 대중에게 보여주었던 익숙한 모습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임한림으로 분해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자칫 과도하게 튈 수 있는 설정이나 묘사들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소화하며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인물을 구축해 극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물론 원작의 논란 때문에 이번 작품에 대한 거부감이나 편견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에 대한 평가는 극을 끝까지 시청한 뒤에 이루어져도 늦지 않다. 원작의 논란과 같은 선상에 놓고 무작정 외면하기에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진심이 화면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나아가 교육 현장의 현실을 마주 보게 만드는 매개체로서 ‘참교육’은 그 가치를 충분히 증명한다.

그 시절을 거쳐 어른이 된 우리 모두는, 어렸을 때의 교육이 한 사람의 인생과 나라의 미래를 얼마나 크게 좌우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 피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이 숙제를 ‘참교육’을 통해 한 번쯤 정면으로 마주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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