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랜드' 김성철의 세계 [인터뷰]
2026. 06.01(월) 09:30
골드랜드 김성철
골드랜드 김성철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한 번 봐서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다. 연기하는 모든 순간들을 나노 단위로 디테일하게 분석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 배우 김성철의 연기는 파헤칠수록 새로운 층위가 드러나는 다채로움을 지녔다. 매 순간 새로운 깊이로 진화하고 있는 김성철의 세계는 끝이 없다.

지난 27일 전체 회차가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골드랜드’(연출 김성훈)는 밀수 조직의 1500억 금괴를 손에 넣은 희주(박보영)가 탐욕과 배신이 뒤엉킨 아수라장 속에서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금빛 욕망 생존 스릴러로, 김성철은 극 중 희주를 돕는 대부 업체 말단 조직원 우기를 연기했다.

김성철은 처음 ‘골드랜드’ 대본을 읽었을 때 도파민이 터졌다. 1부 엔딩에서 희주가 관을 열고 1톤의 금괴를 발견한 그 순간, 김성철의 도파민도 상상력도 터졌다. 그 도파민은 우기에게로 이어졌다. 어떻게 이런 캐릭터가 남자 주인공일 수 있을까. 그 의문이 김성철은 계속해서 상상력을 자극했다.

어릴 적부터 자라온 동네에서 사는 대부업체의 말단 직원. 다른 작품에서라면 이름은커녕 ‘조폭 3’이라는 설명으로 치부됐을 인물이 어떻게 남자 주인공이 될 수 있겠나라는 생각이 내내 맴돌았다. 하지만 김성철은 그 생각을 거꾸로 뒤집었다. 그런 캐릭터가 남자 주인공이니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렇게 우기가 되기로 한 김성철은 우기의 비주얼에서부터 캐릭터성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김성철은 “우기라는 인물이 세련되지 않길 원했다. 아무리 꾸민다고 해도 운동복에 목걸이 정도로만 생각했다. 헤어 스타일도 제일 싼 염색약으로 셀프 염색한 스타일이었으면 했다”면서 짧은 헤어 스타일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맨 얼굴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서 짧게 커트를 했다. 표정도 많이 나왔으면 했다. 눈썹 같은 것도 잘 드러냈으면 좋겠어서 더 짧은 머리를 했다”라고 말했다.

김성철이 생각한 우기의 가장 큰 정체성은 선을 넘지 않는 것이었다.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우기만의 생존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성철은 우기에게 어떠한 의도도 입히려 하지 않았다. 멋있는 척, 섹시한 척, 그 ‘척’을 하지 않으려고 더더욱 노력했다. 그러한 의도들이 들어가면 우기스럽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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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는 김성철이 그전 작품에서 연기한 캐릭터들이 조금씩 녹아져 있는 인물이다. 금괴를 환전하는 방식이나 상황 등을 설명하는 서술자의 역할은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법자 캐릭터에서 가져왔다. 배신을 해야 하는 서사에서는 ‘아스달 연대기’의 잎생을 참고했다. 이에 대해 김성철은 “그때 연기했던 것들을 업그레이드하고, 한국적으로 바꿔서 우기에게 입혔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김성철은 이번 작품에서 때때로 무거운 극의 분위기를 환기해야 하고, 때로는 긴장감을 줘야 했다. 이에 대해 김성철은 “분위기가 무거운 장르이고, 여기저기 피 튀기는 이야기이다 보니 숨 쉴 공간이 필요하지 않나. 근데 그게 우기한테 다 몰려 있어서 캐릭터가 한없이 가벼워질 수 있는데, 한편으로는 카리스마도 가져가야 하고 긴장감도 조성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극 중 우기는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행동은 희주를 지키려고 하는 순애의 결인데, 말은 언제든 배신할 것 같은 뉘앙스이기 때문이다. 그 차이에서 오는 혼란이 ‘골드랜드’의 중요한 서사의 축이기도 하다.

김성철은 그 혼란을 처음부터 의도했다고 했다. 그는 “제가 추구했던 지점이다. 처음부터 순애로 가면 재미없지 않지 않나. 우기라는 인물이 어찌 됐건 긴장감을 조성해야 하는 친구인데 순애로만 가면 시청자들이 처음부터 우기랑 희주를 응원할 거 아니냐”라고 했다. 이에 김성철은 김성훈 감독과 많은 의견을 주고받으며, 순애와 배신 그 사이의 미묘한 선을 타기 위해 고심했다.

물론 작품을 다 보고 나면 희주를 향한 우기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는 있다. 김성철 역시 희주를 향한 우기의 감정은 결국 사랑이라고 생각했단다. 김성철은 “저에게 우기의 감정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결국 희주를 좋아하는 과정 속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루살이로 상명하복의 시스템 속에서 감정의 표출 없이 살던 우기가 자신을 믿어주고, 또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애정이 생기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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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의 연기를 보고 나면 한 번의 감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장면을 뜯어보고 곱씹어 분석하고 싶어 진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늘 궁금했는데, 이번 ‘골드랜드’를 통해 비로소 그 해답을 명확히 찾았다. 김성철이 만들어내는 인물은 결코 단편적이거나 평면적이지 않고, 파헤칠수록 새로운 층위가 발견되는 견고한 레이어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성철은 캐릭터를 구축할 때 무엇보다 입체적인 레이어와 빌드업을 최우선으로 여긴다고 했다.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촘촘하게 쌓아 올린 뒤, 훗날 시청자들이 “아, 그래서 쟤가 저런 행동을 했구나”라고 무릎을 칠 때 혼자만의 짜릿한 성취감을 느낀다는 김성철이다. 마치 음악을 들을 때 하나의 스피커로 듣는 것보다 여러 스피커로 들었을 때 더 음이 풍성하게 들리는 것처럼, 캐릭터 역시 다채로운 결을 살려내는 것이 김성철이 연기를 가장 재미있게, 그리고 완벽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겹겹의 레이어가 비단 연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간 김성철 그 자체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것이다. 영화 ‘댓글부대’를 시작으로 ‘지옥’ 시즌2, ‘파과’, 그리고 이번 ‘골드랜드’에 이르기까지 매번 인터뷰로 김성철을 마주할 때마다 다가오는 인상이 확연히 달랐다. 작품 속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진화하듯, 배우 본인 역시 끊임없이 자신을 다듬고 성찰하며 매번 새로운 깊이를 만들어내고 있었던 셈이다.

그 끊임없는 변화의 중심에는 겸손과 감사함이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어릴 적 선배들이 “겸손해야 한다, 까불면 안 된다”고 했던 조언을 이제야 온전히 이해했다는 김성철은 겸손이 곧 감사함이라는 진리를 마음에 깊이 새기게 됐다고 했다.

이어 김성철은 “저 그렇게 철두철미한 사람 아니다. 투명하고 솔직해서, 사람들 앞에서 ‘척’을 못 한다. 그런데 요새는 감사한 마음을 장착해 보니까 너무 편하더라. 이 일이 너무 감사한 일이라는 걸 늘 다짐한다”고 털어놨다. 꾸밈없는 진솔함과 감사함을 원동력 삼아 거침없이 나아갈 김성철의 빛나는 다음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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