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드라마 OST 제작과 유통, 그리고 콘텐츠 IP 사업을 병행하는 모스트콘텐츠 유진오 대표는 음악과 영상 산업을 모두 경험한 인물이다. 그는 최근 티브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두 산업의 구조적 차이를 비교하며, 현재 콘텐츠 시장이 직면한 과제와 향후 방향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특히 음악 산업의 전환 경험을 바탕으로 영상 산업의 한계를 진단하고, AI 시대에 필요한 구조 변화까지 짚으며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유 대표는 2000년대 초 디지털 음악 시장의 전환기를 현장에서 겪었다. KT뮤직(현 지니뮤직) 설립 초기 멤버로 참여해 유료 음원 서비스 모델 구축에 관여했다. 당시 음악 시장은 불법 다운로드 확산으로 급격한 침체를 겪었지만, 월정액 기반 구독 모델 도입 이후 점차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형성했다.
그는 “초기에는 반발도 컸지만, 결과적으로 구독 모델이 음악 소비 패턴과 맞아떨어지면서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했다”며 “IP가 축적되면서 지속적인 수익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은 반복 소비가 가능한 콘텐츠라는 점에서 구독형 모델과 자연스럽게 맞물렸고, 시간이 지날수록 저작권 수익이 누적되는 구조를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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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스트콘텐츠 유진오 대표 |
이러한 경험은 현재 영상 산업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드라마와 OTT 중심 시장이 높은 제작비에 비해 수익 구조가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영상 콘텐츠는 반복 소비가 제한적인데도 음악과 동일한 구독 모델이 적용되고 있다”며 “이 구조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드라마 산업이 ‘납품형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핵심 문제로 지목했다. 제작사는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고 일정 금액을 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흥행 이후 추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 결과 안정적인 재투자 기반이 부족해지고, 다음 작품 제작 부담이 계속 누적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그는 “음악은 IP를 보유하면 지속적으로 수익이 발생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지만, 영상은 그런 구조가 부족하다”며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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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스트콘텐츠 유진오 대표 |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그는 ‘단계적 유료화 모델’을 제안했다. 초기에는 개별 결제를 통해 콘텐츠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구독 모델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웹툰 시장이 유료화 전환 과정에서 ‘기다리면 무료’ 같은 장치를 통해 소비자 저항을 완화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IP 확장 전략 역시 핵심 방향으로 강조됐다. 모스트콘텐츠는 OST 제작을 넘어 공연, 해외 리메이크, 필름 콘서트 등 다양한 부가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도깨비’, ‘태양의 후예’, ‘사랑의 불시착’ 등 글로벌 인지도를 확보한 드라마 OST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음악 IP의 확장 가능성을 입증해 왔다. 특히 드라마 장면과 음악을 결합한 ‘필름 콘서트’는 콘텐츠의 수명을 연장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유 대표는 “해외에서는 이미 영화나 애니메이션 IP를 활용한 공연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며 “국내 콘텐츠도 제작 이후 활용 단계에서 더 많은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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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스트콘텐츠 유진오 대표 |
AI 기술을 둘러싼 변화에 대한 의견도 이어졌다. 그는 AI가 콘텐츠 제작 효율을 높이는 도구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산업 구조 자체를 흔들 수 있는 변수로 보고 있었다. 제작비 절감이나 작업 속도 개선을 넘어, 결국 중요한 것은 ‘완성된 콘텐츠가 어떻게 유통되고 수익으로 이어지느냐’라는 점이라는 설명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수익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산업은 지속되기 어렵다”며 “AI 역시 기존 구조 위에서 작동하는 만큼, 근본적인 설계가 바뀌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AI 기반 제작 기술 확산으로 콘텐츠 생산 비용이 낮아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콘텐츠의 가치 기준과 수익 배분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산업 전반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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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스트콘텐츠 유진오 대표 |
그는 음악 산업 역시 과거 IT 플랫폼과의 충돌 속에서 위기를 겪었지만, 협의와 제도화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영상 산업도 비슷한 과정을 지나고 있다”며 “지금이 구조를 재설계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콘텐츠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구조 설계’라는 키워드로 정리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이 어떻게 유통되고, 어떻게 수익으로 이어지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IP가 축적되고 순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그 콘텐츠를 얼마나 오래 남기고 이어갈 수 있느냐다.
[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