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평생 스타라고요? 감사하지만 외로울 때도 있어요. 제 어깨가 얼마나 무거운데요."
데뷔부터 현재까지 2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배우 전지현은 단 한 번도 스타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화려해 보이지만, 지독히 외롭고 무거운 자리다. 그래도 나이가 들수록 사랑받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는다. 전처럼 낯을 가리거나, 자리를 피하지 않는다. 늘 같은 사랑을 받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에, 모든 것이 즐겁게 느껴진다.
영화 '군체'로 10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 온 전지현과 만났다. 영화 '부산행', '반도'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의 좀비 신작 '군체'는 정체불명의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한 초고층 빌딩에서 생존자들이 좀비 집단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다. 제작비 200억 원이 투입된 작품으로, 해외 판매 호조에 힘입어 손익분기점 300만 명을 향해 순항 중이다.
극 중 전지현은 좀비와 맞서 싸우는 생명공학과 교수 권세정 역을, 구교환은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서영철 역을 맡았다. 배우들은 프랑스 칸 영화제를 시작으로 다양한 일정을 소화 중이다. 전지현은 "다양한 자리에서 팬들을 만나는 게 참 즐겁다. 관객들의 수준이 높아진 걸 실감한다. 무엇보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제가 계속 낮을 가리고 있는 것도 웃긴 일"이라며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일에 주저함이 없다고 밝혔다.
전지현은 ‘군체’ 시나리오를 처음 마주했을 때 전율이 느껴졌다고 한다. 기존의 좀비물이 개별적으로 움직이면서 통제 불능인 상태였다면, '군체' 속 감염자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하나의 군집으로 움직인다는 점이 무척 신선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열연한 좀비 배우들의 모습에도 감탄했다. 극장에서 관람할 때도 이들의 연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연상호 감독을 향한 전지현의 신뢰는 깊고 탄탄했다. 평소 연 감독의 작품을 모두 챙겨볼 정도로 팬이었고 특히 넷플릭스 '지옥' 시리즈를 좋아한다는 그는 "작품에 어두운 면에 있기 때문에 실제로도 그렇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만나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정말 유쾌하고 편한 분"이라며 "하지만 테이크를 여러 번 가지 않고, 계획대로 가시는 분이라 배우 입장에서는 긴장감이 느껴지는 감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연 감독이 그 어떤 연출자 보다 편했다는 전지현은 "콘티가 워낙 정확하고, 계획이 철저한 분이라 앞, 뒤 상황을 모두 이해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딱 그 부분만 잘하면 되기 때문에 편안했던 것"이라며 "내게 주어진 것만 잘하면 되지만, 원하는 컷이 나오면 두,세 번 테이크를 가지 않고 바로 오케이를 외치는 감독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잘해야 한다'는 배우의 책임감이 중요한 감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지현은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에 이어 '군체'를 통해 또 좀비 장르에 도전했다. 해외 시장을 겨냥한 장르물에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시장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어릴 때부터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회가 되면 해외에서 활동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운동 등 자기 관리에 열심인 이유도 그 때문이다. "대사보다 액션이라는 직관적인 장르를 통했을 때 전 세계 관객과 언어의 장벽 없이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는 것. '군체'에서 맡은 생명공학 박사 권세정 역은 직업이 박사이다 보니 캐릭터 성격상 화려한 액션을 자제해야 해 아쉬움이 남았지만 향후 연 감독과 제대로 만나 ‘정이’(넷플릭스)보다 훨씬 거칠고 본격적인 고강도 액션 영화를 함께 해보고 싶다고.
함께 호흡을 맞춘 동료 배우들을 향한 애정도 아끼지 않았다. 센스가 넘치는 구교환과는 현실적 대화보다 상상을 펼치는 대화가 잘 통해 특별한 말 없이도 현장에서 죽이 잘 맞았다고 전했다. 지창욱에 대해서는 촬영이 끝난 후 사적으로 매우 친해진 상태에서 영화를 다시 보니 극 중 진지하게 연기하는 모습이 도리어 다른 사람을 보는 것처럼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왔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래 배우인 김신록은 인간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는 "신록이와 대화를 많이 했다. 나와 동갑인 여배우는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해서 대화를 많이 나눴다. 인간적인 사람이어서 배울 것이 많더라"고 덕담을 건넸다.
전지현은 늘 스타로 살아왔고, 출연하는 작품 마다 대표 캐릭터를 경신했다. '엽기적인 그녀'부터 '별에서 온 그대' 천송이, '도둑들'의 애니콜까지 전지현이 도전하는 캐릭터는 모두 아이콘이 됐다.
가장 애착있는 캐릭터로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다. 전지현은 "많은 역을 한 것 같지만, 늘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천송이를 만나기 전에는 나를 다 보여주지 못한 느낌이었는데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연기 뿐 아니라 실제 내 안에 있는 매력까지 다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천송이가 실제의 나와 닮았기도 하고, 내가 가진 것들의 최대치를 천송이를 통해 폭발할 수 있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전지현의 삶은 천송이의 삶과 닮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톱스타' 타이틀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삶은 어떨까. 전지현은 외로움과 책임감에 대한 무게를 털어놓으면서도 "그렇게(스타로) 살아온 시간들이 감사하고 귀하게 느껴진다"라며 "어렸을 때는 못 느끼던 감사함을 나이가 들면서 느끼게 됐다. 사람들이 저를 사랑해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 것인지 어린 시절에는 잘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지현'이라는 이름을 브랜드로 가두는 순간 안 좋은 길로 빠질 수 있기에 당장 눈 앞에 주어진 목표를 열심히 수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지현은 "나이가 들수록 겉으로 보이는 잘 생기고 예쁜 모습보다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본질적으로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매일 거울을 보며 외모만 신경 쓰는 삶은 살지 않는다고 밝혔다.
"20대에도 난 완성된 적 없었고, 30대도 40대도 마찬가지다. 일이든 가정이든 지금 눈 앞에 주어진 것들에 충실한 삶이 가장 중요하다. 과거의 영광에 얽매이거나 먼 미래만 생각하면 될 일도 안되니까."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