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팬레터’의 배우 이규형이 AI 시대 속 무대 예술의 가치와 배우로서의 고민을 털어놨다.
이규형은 12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예술가의 집에서 진행된 뮤지컬 ‘팬레터’(연출 김태형) 관련 인터뷰에서 캐릭터 연구를 위해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동시에 느낀 직업적 위기감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날 이규형은 이번 시즌 ‘팬레터’를 준비하며 한층 깊어진 분석 과정을 언급했다. 그는 “10년 전 초연을 준비할 때에는 대본에만 의존했다면 이제는 인물의 과거사와 관계성을 AI와 함께 입체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지점을 찾으려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자료 찾기가 쉽지 않았지만, 요즘은 AI 덕분에 문인들과 관련한 정보를 수월하게 찾을 수 있어 연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더라”라며 감탄했다.
하지만 이규형은 기술이 주는 놀라움은 곧 경계심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는 “명령어 몇 줄로 만들어진 할리우드 배우들의 정교한 연기 영상을 접하고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라며 “실존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코딩으로 대체될 수 있는 시대에 ‘살아있는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고민 끝에 그는 AI인 제미나이(Gemini)와 직접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고. 이규형은 “놀랍게도 제미나이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결국 살아있는 무대가 더 귀해질 것이라는 점에 깊이 공감했다”라며 “AI로 돈을 들이지 않고 영상을 만들 수는 있어도 관객들이 사람의 연기가 아니라면 굳이 돈을 내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본인만의 연기 철학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도 덧붙였다. 이규형은 “똑같은 휴머노이드가 저를 완벽히 대체하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은퇴를 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일단 현재는 지금껏 해오던 제 방식대로 최선을 다해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 그 이후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팬레터’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문인들의 모임이었던 구인회의 실제 일화를 각색한 팩션 작품이다. 극은 천재 소설가 김해진, 작가 지망생 정세훈, 정체 불명의 인물인 히카루를 중심으로 진행되며 예술가들의 고뇌와 정서적 교감을 그린다. 이 가운데 이규형은 10년 간 김해진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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