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티스만이 가능한 K팝의 새로운 문법 [가요공감]
2026. 05.04(월) 15:00
코르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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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K팝 신에서 갓 데뷔한 아이돌은 대개 기획사의 치밀한 청사진 아래 통제되는, 정교한 기획의 산물에 가깝다. 주입된 콘셉트를 오차 없이 연기하는 ‘예쁜 인형’이 되기를 강요받는 시장에서, 반기를 든 그룹이 있다. 바로 그룹 코르티스(CORTIS)다.

지난해 8월 데뷔한 코르티스(마틴 제임스 주훈 성현 건호)의 행보는 여러모로 흥미롭다. 보통의 대형 신인들이 성공의 공식을 안전하게 답습하며 파이를 키워가는 방식을 택한다면, 코르티스는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대중이 기대하는 ‘아이돌스러운’ 화려함 대신 코르티스가 선택한 것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투박하며 그래서 더 직관적인 날것의 에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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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티스의 방향성은 ‘COLOR OUTSIDE THE LINES(선 밖에 색칠하다)’라는 문장에서 알파벳을 차출해 만든 팀명에서 가장 명확히 드러난다. 세상이 ‘정답’이라 부르는 안전한 울타리를 걷어차고, 기꺼이 그 밖으로 튕겨져 나가 자신들만의 궤적을 그리겠다는 포부다. 이는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자유로운 사고를 통해 오리지널리티를 구축하겠다는 창작자로서의 유쾌한 출사표다.

가장 눈여겨볼 지점은 코르티스가 스스로를 ‘영 크리에이터 크루(Young Creator Crew)’로 정체화한다는 사실이다. 메인 보컬이나 댄서 등 철저한 분업화 시스템 속에서 기능적으로 움직이는 대신, 코르티스는 포지션의 경계를 지워버렸다. 작사와 작곡, 안무 창작, 비디오그래피 영역까지 멤버 전원이 공동으로 작업한다. 누군가의 지시를 받는 장기말이 아니라 판 자체를 직접 설계하는 주체성을 가졌다는 것은 코르티스의 강점이다.

이러한 서사는 4일 발매되는 미니 2집 ‘그린그린(GREENGREEN)’과 리드 싱글 ‘레드레드(REDRED)’의 콘셉트로 매끄럽게 이어진다. 일상의 지향점과 경계점을 신호등의 메타포로 풀어낸 이번 앨범에서, 코르티스가 멈춰 세우고자 하는 ‘빨간불’의 대상은 거대한 사회적 부조리가 아니다. 이들이 경계하는 것은 ‘팔랑귀’, ‘눈치 살피기’, ‘쿨한 척하기’ 등 타인의 시선에 맞추느라 에너지를 소진하는 우리 내면의 허영과 무의식적인 자가 검열이다.

코르티스는 일상의 억압을 특유의 경쾌함으로 돌파한다. 눈치를 보는 대신 “신호등 바꼈어 green green”이라 외치며 망설임 없이 자신들의 타이밍에 맞춰 나아간다. 세상의 기준에 부합하려 애쓰는 대신 본인들만의 방향을 탐색하겠다는 쾌활한 선언은, 동시대 리스너들에게 자연스러운 공감대와 해방감을 선사한다.

메시지가 품은 날것의 태도는 사운드의 질감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리드 싱글 ‘레드레드’는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함을 전면에 내세운다. 세련된 비트와 화려한 편곡으로 점철된 트렌드와는 정반대로, 의도적으로 거칠고 빈티지한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택했다. 매끄럽지 않은 악기 소리들이 빚어내는 불협화음 직전의 경계에서, 특유의 여유로운 그루브 하나만으로 묘한 중독성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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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인 구현 역시 철저하게 궤를 같이한다. 막대한 예산의 세트장 대신 코르티스가 ‘레드레드’ 뮤직비디오의 배경으로 택한 곳은 오래된 삼겹살집과 낡은 동네 오락실 같은 가장 한국적이고 일상적인 공간들이다. 누구나 거쳐갔을 법한 노포들이 이들의 에너지를 만나 힙하고 생동감 넘치는 런웨이로 변모한다. 특히 삼겹살 시점에서 멤버들을 올려다보는 카메라 앵글은 코르티스의 유쾌한 똘기를 제대로 보여준다. 예쁘게 보이려는 강박을 내려놓고 또래의 날것을 노출시킨 연출은 기획된 콘셉트가 줄 수 없는 묘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퍼포먼스 역시 마찬가지다. 복잡한 동선과 묘기에 가까운 칼군무가 아이돌의 기본 소양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코르티스는 시간을 거꾸로 돌려 1990년대 에어로빅과 셔플 댄스, 테크토닉에서 영감을 받아 퍼포먼스를 구성했다. 자칫 촌스럽게 보일 수 있는 레트로한 소스들을 자신들만의 리듬감과 스웨그로 힙하게 재탄생시킨 것이다. 이 역시 안무가의 일방적인 지도가 아니라, 멤버들이 직접 밑그림을 그리고 제작진과 머리를 맞대어 완성한 결과물이다.

결과적으로 ‘레드레드’는 코르티스가 자신들의 고유한 색채를 확립하고 넥스트 스텝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변곡점이다. 유행을 따라가기 보다는 뚝심 있게 자신들의 직관과 취향을 밀어붙였다. 이는 단순히 기존의 문법에 반항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자신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문법의 판을 창조해 내고 있다는 점에서 꽤나 유의미한 행보다.

새로운 문법을 써 내려가는 코르티스의 행보는 정형화된 K팝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완벽하게 계산된 기획보다 때로는 가공되지 않은 솔직함이 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코르티스는 자신들이 걷고 있는 길을 통해 입증하고 있다. 단기간에 세운 수치적인 기록보다 앞으로 새롭게 규정해 나갈 코르티스만의 문법이 더 기대되는 시점이다. 주어진 룰에 얽매이지 않고 기꺼이 자신들만의 방향을 개척해 나가는 코르티스의 여정은 이제 막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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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빅히트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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