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리고' 타협 없는 19금 K호러, '쫄보'들은 시청 금지! [OTT리뷰]
2026. 04.25(토) 09:00
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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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소원을 들어준다는 애플리케이션이 있습니다. 방법은 간단해요. 본인의 사주와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소원을 말한 뒤 영상을 애플리케이션에 전송하기만 하면 된답니다. 당신에게는 죽도록 빌고 싶은 소원이 있나요? 그렇다면 ‘기리고’에 빌어보세요. 단, 대가는 당신의 하나 뿐인 목숨입니다.

지난 2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리고’(극본 박중섭·연출 박윤서)는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한국 YA(영 어덜트) 호러로, 박윤서 감독의 첫 메인 연출작이다. 여기에 전소영 강미나 백선호 현우석 이효제 등 풋풋하지만 탄탄한 잠재력을 지닌 신예들이 대거 합류해 ‘기리고’의 세계관을 이끈다.

작품은 시작부터 압도적인 공포를 선사한다. 19세 미만 관람 불가 등급이라는 판정이 무색하지 않게, 오프닝 시퀀스부터 수위를 타협하지 않는 잔혹하고 강렬한 이미지로 작품의 방향성을 명확히 보여주고 시작한다. 이는 단순한 자극을 넘어 서사의 기저에 깔린 불길한 징조를 시각화하는 것과 동시에 극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이야기 전개 속도는 극 초반부터 풀 액셀을 밟는다. 소원을 이뤄주는 애플리케이션 ‘기리고’에 깃든 저주의 끔찍한 실체를 단 1회 만에 가감 없이 묘사한다. 방대한 세계관을 촘촘히 쌓아 올리는 데 시간을 할애하기보다는, 메인 소재인 애플리케이션의 저주가 얼마나 지독하고 파괴적인지 그 공포의 깊이를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데 온전히 집중한다. 이는 장르물 특유의 지난한 빌드업 과정에서 파생되는 지루함을 과감히 도려내고, 시청자를 곧바로 서늘한 공포의 한복판으로 밀어 넣겠다는 의도로 매우 영리한 선택이다.

이후 서사는 무속 신앙과 저주라는 전통적인 오컬트 소재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애플리케이션의 기괴한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에 힘을 싣는다. 첨단 기술의 산물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주술적인 오컬트 요소의 이질적인 결합은 극에 독특한 질감을 형성한다. 토속적인 무속 신앙의 끔찍한 저주가 최첨단 디지털 기기를 타고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는 설정은 장르적 쾌감을 증폭시키는 핵심 동력이다.

영 어덜트 호러로서의 정체성 또한 극을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다. 10대 특유의 불안정하고 미묘한 감정선, 즉 질투와 열등감 그리고 인정욕구를 치밀하게 조명하며 이를 거대한 비극의 씨앗으로 활용한다. 인물들 사이의 아주 작은 균열과 감정적 동요가 훗날 얼마나 끔찍한 화를 불러일으킬지 암시하는 복선 설계는 서사의 심리적 깊이를 한층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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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팽팽했던 극의 긴장감은 중반부를 넘어서며 연출의 과잉으로 인해 다소 흔들리기 시작한다. 극적인 반전 효과를 노리고 인물들의 시점을 교차시키는 전개 방식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다. 파편화된 시점은 퍼즐을 맞추는 쾌감보다는 서사의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는 데 불필요한 혼선을 초래하며 시청자의 몰입을 주기적으로 방해한다.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저주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한 회차를 전부 할애한 분량 선택에 있다. 현재 시점에서 절박하게 몰아치던 공포의 속도감이 과거의 서사를 나열하는 데 갇혀 급격히 제동이 걸린다. 이는 그동안 공들여 밀도 있게 쌓아 올린 극적인 긴장감을 단숨에 흐트러트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물론 저주가 시작된 과거의 비극적인 서사 그 자체만 떼어놓고 본다면 꽤나 매혹적이고 완성도 높은 이야기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전체적인 작품의 호흡을 고려했을 때, 단일 회차 전체를 과거 서사에 할애한 것은 그간 쌓아온 극의 리듬감을 무너뜨리는 뼈아픈 패착이다. 서사의 완급 조절 면에서 아쉬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구조적 맹점에도 불구하고 극을 이끌어가는 배우들의 호연은 작품에 강력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질투라는 원초적인 감정에 잠식되어 가는 인물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강미나의 연기는 단연 압도적이다. 또한 극 초반 작품 전반에 공포 분위기를 설정하는데 큰 몫을 한 이효제의 존재감 역시 인상적이다. 여기에 전소영 현우석 백선호 등 풋풋하지만 강렬한 에너지를 지닌 신예들의 활약이 더해져 탁월한 앙상블을 완성한다.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얼굴들을 새롭게 발견하는 쾌감은 이 작품이 남긴 가장 의미 있는 수확이다.

비록 과거 서사 배분을 비롯한 완급 조절 면에서 구조적인 아쉬움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기리고’는 타협을 모르는 날 것 그대로의 공포 수위, 무속 신앙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빚어낸 이질적이고도 신선한 시너지, 극을 완벽하게 장악한 배우들의 호연을 통해 자신만의 확고한 장르적 매력을 증명해 낸다. 구조적 흠결마저 가뿐히 상쇄시키는 이 강렬한 매력 덕분에 제대로 된 K호러 시리즈를 오랜만에 만났다는 반가움과 만족감이 더 크게 다가오는 ‘기리고’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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