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기자회견은 지난 2년간 이어진 하이브·어도어 분쟁과 뉴진스 전속계약 갈등의 주요 국면마다 등장하며 여론의 흐름에 적잖은 영향을 미쳐왔다. 세 차례 모두 '긴급'이라는 형식으로 열렸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의 방향과 태도, 전달 방식은 매번 달랐다. '개저씨'라는 표현으로 상징된 격앙된 발언에서 출발해,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민 전 대표의 언어는 분쟁 국면에 따라 변화해 왔다.
첫 번째 기자회견은 2024년 4월, 하이브가 어도어에 대한 내부 감사를 전격 실시하고 민 전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하며 시작됐다. 당시 민 전 대표는 직접 기자회견장에 나와 경영권 탈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하이브가 날 배신했다" "이 개저씨들이 나 하나 죽이겠다고 한다" "들어올 거면 맞다이로 들어와라" "뒤에서 X랄 떨지 말고" 등 거침없는 표현을 쏟아냈다. 이 자리에서 민 전 대표는 자신을 거대 자본에 맞서는 창작자로, 뉴진스를 지키는 당사자로 규정하며 분쟁의 본질을 '경영권 다툼'이 아닌 '창작자의 자율성과 신의 문제'로 전환했다. 욕설과 오열, 날 것의 감정은 논란을 낳았지만, 동시에 대중적 파급력을 극대화했다.
한 달 뒤인 2024년 5월, 법원이 민 전 대표의 대표이사직 유임을 인정하자 두 번째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민 전 대표의 톤은 확연히 달라졌다. 그는 "내가 싸움을 일으킨 게 아니다" "이제 모두를 위해 넘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하이브를 향해 화해의 메시지를 던졌다. 첫 회견에서의 격앙된 언어 대신, 대의와 타협을 강조했고, "뉴진스와 함께 그리던 미래를 이루고 싶다"며 멤버들에 대한 애정을 재차 언급했다. 이는 법적 국면에서 일단 한 고비를 넘긴 뒤, 갈등을 봉합하려는 제스처로 해석됐다. 그러나 양측의 신뢰는 회복되지 않았고, 분쟁은 결국 대표직 해임과 이사회 갈등, 나아가 전속계약 문제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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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희진 측 소송대리인 |
세 번째 기자회견은 지난 28일, '뉴진스 탬퍼링' 의혹과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이 맞물린 상황에서 열렸다. 이전과 가장 큰 차이는 민 전 대표가 회견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신 법률대리인이 전면에 나섰고, 메시지는 감정 호소가 아닌 법률대리인을 통한 법적 주장 위주로 전달됐다. 민 전 대표 측은 뉴진스 탬퍼링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오히려 "뉴진스 멤버 한 명의 가족과 특정 기업인이 결탁한 주식시장 교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는 자신이 뉴진스와 함께 이들의 이해관계에 이용당한 피해자라는 구도를 제시했고, 하이브가 이 만남을 '탬퍼링 프레임'으로 활용했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 경영진과의 대화 녹취, 특정 기업 및 인물과의 접촉 경위를 공개하며 "민 전 대표는 투자나 계약을 시도한 적이 없고, 오히려 오해를 경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이브가 "만나지 말라"고 사전에 경고한 정황이 공개된 뒤에도, 이를 어떻게 프레임화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명확히 정리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특히 뉴진스 멤버 가족을 핵심 의혹의 주체로 지목한 점은, 그간 강조해왔던 '뉴진스를 지키는 보호자' 서사와는 결이 다른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분쟁이 장기화된 지금, 여론의 기준은 더 이상 화제성이나 발언의 강도에 머물지 않는다. 뉴진스 전속계약 유효 판결,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 그리고 탬퍼링 의혹의 실체는 결국 법원의 판단으로 가려질 수밖에 없다. 민희진 전 대표의 말은 여러 차례 국면을 흔들었지만, 그 말의 무게를 최종적으로 증명할 곳은 여전히 법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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