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는 셋인데, 무대는 옥주현 쏠림…공연의 질 괜찮을까 [이슈&톡]
2026. 01.29(목) 09:52
옥주현
옥주현
[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를 둘러싼 캐스팅 몰아주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트리플 캐스팅으로 운영되는 주인공 안나 카레니나 역에서 옥주현에게 공연 회차가 과도하게 집중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연계 안팎에서는 형평성과 캐스팅 운영의 타당성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제작사가 공개한 캐스팅 스케줄에 따르면 '안나 카레니나'는 약 5주간 총 38회 공연된다. 이 가운데 옥주현은 안나 역으로 23회 무대에 오른다. 같은 배역에 캐스팅된 이지혜와 김소향은 각각 8회, 7회 출연에 그친다. 멀티 캐스팅 체제임에도 한 배우가 전체 공연의 절반을 넘는 비중을 차지한 구성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반면 안나의 상대역인 브론스키는 세 명의 배우가 비교적 고르게 회차를 나눠 맡았다. 동일한 작품, 동일한 캐스팅 구조 안에서 특정 배역만 한 배우에게 집중된 점은 회차 배분 기준의 일관성에 의문을 남긴다. 여기에 옥주현의 공연이 주말과 야간 등 관객 선호도가 높은 시간대에 상대적으로 많이 배치됐다는 점 역시 불균형 논란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제작사 측은 캐스팅과 회차 배분은 제작사와 오리지널 크리에이터의 고유 권한이며, 배우 스케줄과 외부 변수를 고려해 조율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객들 사이에서는 권한의 문제와 별개로, 결과적으로 드러난 회차 편중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여전히 우세하다. 멀티 캐스팅이 본래 배우의 부담을 분산하고 관객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이번 편성이 그 취지에 부합하는지를 묻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옥주현의 대응 역시 논란을 잠재우기보다는 논쟁을 가중시키는 양상이다. 옥주현은 자신의 SNS에 죄수복을 연상시키는 복장을 한 영상을 올리며 "죄수. 나의 죄명? 내가 옥주현이라는 것"이라는 문구를 남겼다. 해당 게시물은 캐스팅 몰아주기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되는 동시에, 비판 자체를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는 반응이 뒤따랐다.

여기에 가장 비중이 적은 김소향은 SNS에 별다른 설명 없이 "할많하말"이라는 짧은 문구를 남기며 자연스럽게 비교의 대상이 됐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말자'는 의미의 이 표현은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현 상황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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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안이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옥주현을 둘러싼 캐스팅 논란이 과거에도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2016년 뮤지컬 '마타하리'에서는 옥주현과 김소향의 회차 비율이 8대 2로 배분되며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고, 2022년 '엘리자벳'에서도 옥주현이 73회, 이지혜가 33회 공연에 나서며 회차 격차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이지혜의 공연이 낮 시간대에 집중됐다는 지적과 함께, 이른바 '옥장판' 논란까지 불거지며 캐스팅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된 바 있다. 당시 뮤지컬 배우 김호영은 자신의 SNS에 '옥장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뮤지컬 업계에 옥주현의 힘이 미치고 있다는 뉘앙스의 글을 올린 바 있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특정 배우에 대한 호불호나 인지도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캐스팅 운영 방식이 결국 공연의 질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옥주현은 '안나 카레니나'가 개막하는 2월 20일부터 '보니 앤 클라이드' 막공인 3월 2일까지, 공연이 없는 2월 23일을 제외하면 두 작품을 번갈아가며 거의 매일 무대에 오르는 일정에 놓여 있다. 실제로 해당 기간 동안 하루 두 차례 공연을 소화하는 날도 포함돼 있다. 과거 컨디션 난조로 인해 캐스팅 변경이 이뤄진 사례를 고려하면, 특정 배우에게 회차가 집중되는 구조는 공연의 안정성과 완성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물론 캐스팅과 회차 배분은 제작사의 고유 권한이며, 스타 캐스팅이 흥행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국내 공연계의 현실 역시 부정하기 어렵다. 구매력 있는 팬덤을 확보한 배우의 존재가 작품 성패를 좌우하는 구조 또한 업계 전반에 자리 잡고 있다. 다만 VIP석 가격이 17만 원에 달하는 대형 뮤지컬을 관람하는 관객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안정적인 컨디션과 완성도 높은 무대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대와 우려가 맞물리며 이번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논쟁의 중심에 선 당사자는 반복되는 문제 제기를 자신이 '옥주현이기 때문'이라는 시선으로 받아들이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구조적 질문에 답하기보다 논란을 개인적 억울함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은, 본질을 흐리며 갈등만 키우는 셈이다.

[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DB, 마스트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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