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하이픈의 가장 날카로운 무기 '자신감' [인터뷰]
2026. 01.28(수) 11:00
엔하이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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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왕실의 예복을 입고 고전적인 뱀파이어의 역사를 읊조리던 소년들이 가죽 재킷을 걸치고 현대의 거리로 뛰어들었다. 웅장한 성벽 안에 박제돼 있던 뱀파이어 서사는 이제 ‘도피’라는 이름의 로드무비로 확장된다. 새로운 시도에 수반되는 위험조차 유희로 즐기는 대담함, 그리고 자신감으로 무장해 돌아온 엔하이픈의 이야기다.

엔하이픈은 지난 16일 오후 2시 미니 7집 ‘더 신 : 바니시(THE SIN : VANISH)’를 발매했다. 타이틀곡 ‘나이프(KNIFE)’를 포함해 총 11곡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번 신보는 ‘전대미문의 뱀파이어 연인 도피 사건’을 정서적 배경으로 한다.

데뷔 초부터 견고하게 구축해온 뱀파이어 세계관의 연장선이지만, 결은 확연히 달라졌다. 정원은 “이전에는 사랑하는 ‘너’를 뱀파이어로 만들고자 하는 갈망을 다뤘다면 현재는 뱀파이어가 된 연인과 도피하며 느끼는 복합적인 심경 변화를 담았다”라며 입체적으로 진화한 서사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컴백은 굵직한 시상식들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후 첫 행보란 점에서도 이목을 끌었다. 7개월의 공백기 동안 멤버들은 왕좌의 무게를 견디며 칼을 갈았다.

희승은 “데뷔 때부터 목표로 삼았던 대상을 감사하게도 수상하게 됐다. 하지만 수상의 기쁨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아티스트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라면서 겸손하면서도 단단한 소신을 전했다. 성훈 역시 대상 아티스트에 걸맞은 품격을 퍼포먼스로 증명하겠단 포부를 덧붙였다.

이 같은 각오와 책임감은 이번 앨범 곳곳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엔하이픈은 ‘더 신 : 바니시’에 대해 K팝 아이돌의 예리한 감각을 담아낸 앨범이라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제이는 “매번 콘셉트 앨범을 선보이며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를 여러 장르로 보여드릴 수 있는 게 우리 팀의 정체성이라고 본다”라며 “음악은 물론 콘셉트, 스토리, 퍼포먼스, 비주얼, 프로모션까지 입체적으로 준비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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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 요소와 서사가 정교하게 맞물리며 엔하이픈만의 독보적인 세계관을 완성한 ‘더 신 : 바니시’. 멤버들은 기승전결을 명확히 볼 수 있는 탄탄한 이야기가 매력이라고 짚었다. 제이는 “신보를 즐기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몰입감이라고 생각했다. 사전 프로모션부터 다양한 요소들을 준비했고 활동이 끝날 때까지 진행되는 스토리 라인을 유기적으로 짜놓은 상태다. 하나의 활동이 연결된 결과물을 보며 큰 만족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더 신 : 바니시’의 가장 전략적인 승부수는 시점의 변화다. 멤버들이 직접 화자로 나섰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에는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내레이션을 통해 제3자의 관점에서 사건을 조명했다. 제이크는 “내레이션을 통해 사건의 발단부터 그 너머까지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뱀파이어 콘셉트를 다양한 언어의 내레이션으로 풀어내 대중적으로 다가가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음악적 변신도 파격적이다. 타이틀곡 ‘나이프(KNIFE)’는 도피 과정의 불안과 자신감을 묵직한 힙합 비트 위에 녹여낸 곡이다. 니키는 “데모를 듣자마자 확신이 들 정도로 귀에 꽂히는 곡”이라며 애정을 드러냈고, 제이크는 “칼을 형상화한 단순하면서도 압도적인 퍼포먼스가 포인트”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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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데뷔 6주년을 맞이한 엔하이픈은 이번 앨범을 통해 아티스트로서의 역량도 증명해냈다. 특히 희승은 자작곡 두 곡을 수록하며 프로듀싱 능력을 과시했다. 선우가 “외부 프로듀서의 곡인 줄 알았다”고 극찬할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이 곡들은 앨범의 서사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희승은 “앨범 콘셉트가 정해지기도 전에 만든 곡인데 신기하게도 이번 서사와 너무 잘 맞아떨어졌다”라며 작업 비화를 전했다.

이들의 시선은 이제 K-팝의 경계를 넘어 더 넓은 세계를 향하고 있다. 코첼라 등 굵직한 글로벌 무대를 거치며 ‘자신감’이라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를 갈고닦은 덕분이다. 제이크는 “K-팝은 이미 세계적인 장르지만,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으려 끊임없이 고민한다”라며 “전 세계 곳곳에 아직 K팝을 접하지 못한 분들에게도 우리의 음악이 닿을 수 있도록 스펙트럼을 넓혀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매번 커지는 무대 규모와 기대치에 대한 부담감마저 즐거움으로 승화시킨 이들은 새 앨범 ‘더 신 : 바니시’를 통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예고했다. 니키는 “이번 앨범은 정규 앨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멤버들의 참여도와 만족도가 높다. 스케일이 커진 만큼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음악적 시도들을 밀도 있게 담아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티스트로서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야 팬들과 대중 앞에 오래 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만의 스토리를 담은 독보적인 퍼포먼스로 보답하고 싶다”며 진심 어린 마음을 전했다.

연습생과 아이돌 사이 모호한 경계에서 치열하게 고뇌하던 소년들은 자신들과 꼭 닮은 콘셉트를 통해 대중과 만났다. 이들은 계속해서 스스로의 한계를 돌파하며 K팝 역사의 족적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만의 이야기를 푸는 아티스트가 되겠다”는 다짐에는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을 열정과 팬들에 대한 사랑, 음악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티브이데일리 한서율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빌리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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