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마켓' 이재인의 성장 [인터뷰]
2026. 01.19(월) 08:00
이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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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배우에게 연기란 가보지 않은 길을 걷고, 겪어보지 못한 삶을 살아내는 매혹적인 여정이다. 모든 규범이 무너진 아포칼립스의 세상, 이재인은 오직 명석한 두뇌 하나로 생존의 법칙을 써 내려가는 희로가 되어 또 한 번 우리를 놀라게 했다.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인간애 사이를 오가며 아역의 껍질을 깨고 ‘배우 이재인’으로 단단히 뿌리내린 이재인의 성장이 더없이 반갑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완전판 ‘콘크리트 마켓’(연출 홍기원)은 대지진 이후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에서 생긴 황궁마켓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는 사람들이 목숨을 건 생존에 맞서기 시작하는 재난 드라마로, 이재인은 극 중 황궁마켓을 뒤흔드는 희로를 연기했다.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연기가 좋은 건, 일상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상황들과 감정들을 실제로 겪은 것처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라는 말들을 하고는 한다. 그런 점에서 이재인이 ‘콘크리트 마켓’을 선택한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나이대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지진 이후, 우리가 알고 있던 규범들이 모두 무너지고 오로지 생존만이 제1의 법칙인 세상에서 희로의 생존 법칙은 지능이었다. 뛰어난 지능으로 마켓의 최고 포식자 박상용(정만식)을 향해 제일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향하는 희로의 모습은 일종의 쾌감을 자아냈다. 이재인도 이 부분에 가장 중점을 뒀다. 이재인은 “희로가 웹툰 주인공 같은 느낌이 났다. 모든 일들이 알고 보면 희로의 계략이지 않았나. 희로가 척척해나가는 것들을 보면서 시청자 분들이 재미를 느낄 것 같았다”라고 했다.

‘지능캐’인 희로를 잘 표현하기 위해 이재인은 작전을 설명하는 장면들을 유달리 신경 써서 연기했단다. 이재인은 “똑똑한 연기를 하려면 내가 똑똑해야 할 텐데라는 걱정이 있었지만, 세계관이 그렇게 설정돼 있고 감독님 덕을 많이 받았다”라고 말했다.

희로를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인물은 세정(최정운)이다. 박상용으로 인해 끔찍한 최후를 맞은 절친 세정은 희로의 동력이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만큼 세정은 희로에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재인은 희로와 세정의 관계성에 대해 “재난 상황에서 다시는 영영 못 볼 줄 알았던 친구를 만났는데 결국 지켜주지는 못하지 않았나. 제 개인적으로는 희로가 자기가 아끼는 사람에 대해서는 보호하려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세정뿐만 아니라 태진(홍경)도 이재인이 희로를 연기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이재인은 “희로가 계산적이고 타산적인 인물처럼 비치지만, 세정과 태진 같이 스스로가 호감을 가지고 신뢰하는 인물들에게는 약해 보이는 느낌이었다”면서 “희로가 너무 냉철하고 계산만 하는 캐릭터로 안 비쳤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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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세계관은 출연 이유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난제 중 하나였다. 실제로 겪어보지 못한 재난 상황에 어떻게 몰입을 할 수 있을지. 이재인의 고민은 거기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그 고민은 촬영이 들어가자마자 무색해졌다. 제작진과 스태프들이 구현해 놓은 세트장이 이미 완벽했기 때문에 저절로 세계관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재인이다.

또한 대본에 담긴 디테일들도 이재인의 몰입을 도왔다. 대지진 이후의 세계이기 때문에 살아남은 사람 대부분이 큰 소리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는 디테일은 이재인에게 희로를 좀 더 살아있는 인물로 표현하는데 도움이 됐다. 이재인은 희로도 큰 소리를 불편해한다고 설정하고 연기했단다.

무엇보다 홍기원 감독의 세심하면서도 디테일한 디렉팅이 큰 도움이 됐다. 이재인은 “세트장에 다양한 것들이 있었는데, 설정이 다 자세하게 있었다. 감독님이 그런 부분들도 설명을 해주셨다”라고 했다.

희로가 그랬던 것처럼, 이재인은 촬영 당시 스스로 똑똑하게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단다. 그러나 막상 모니터 속 자신의 모습이 어린아이처럼 보였다고. 그게 그렇게 속상하고, 후회가 되기도 했지만 촬영이 끝난 지 4년 만에 공개된 작품을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희로가 아무리 똑 부러지고 철이 든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대지진만 없었다면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그 또래의 아이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이재인은 그런 부분에서 희로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특히 희로와 비슷한 나이였을 때 연기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콘크리트 마켓’은 이재인의 마음에 또 하나의 소중한 작품으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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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 배우에서 성인 배우로, 그 과도기를 지나 어느새 누구의 아역이라기보다는 그저 이재인이라는 이름 석자로 자신의 존재감을 탄탄히 하고 있는 이재인이다.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을 터지만, 이재인은 “저는 항상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하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어린 나이에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았고, 또 좋은 작품에서 좋은 감독, 배우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이재인에게는 행운이었다. 그러나 그 행운을 기회로 바꾼 것은 이재인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즐겁게 해내려고 했기 때문에 이재인이라는 이름에 배우로서 신뢰감을 쌓아올 수 있었다.

이제는 자신을 향한 대중의 기대치를 안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기를 소망하는 이재인이다. 그런 이재인의 앞날을 아낌없이 응원하는 바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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