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하정우의 성취 [인터뷰]
2025. 04.06(일) 09:00
하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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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배우 하정우가 세 번째 연출작 ‘로비’로 우리 앞에 섰다. 수치로 증명되는 기록도 중요할 테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함께 한 사람들과 관객들에게 오래 기억되는 작품이 되는 것이다. ‘로비’로 이루고 싶은 하정우의 성취다.

지난 2일 개봉된 영화 ‘로비’(감독 하정우)는 연구 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이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하정우는 연출과 메인 캐릭터인 창욱을 연기했다.

‘로비’는 하정우의 관찰로부터 시작됐다. 모두가 어떻게 하면 이길까 골몰하는 골프장에서 하정우는 그 사람들을 관찰했다. 지위를 막론하고 게임 스코어에 일희일비하는, 골프장에서 관찰한 캐릭터들을 ‘로비’를 만들어나갔다.

첫 연출작인 ‘롤러코스터’의 단점을 보완하는데 주력했다. 하정우는 “‘롤러코스터’ 때는 회차가 적었고, 예산도 없었다. 준비가 덜 됐다. 시추에이션의 연결이었고, 내러티브가 약했다”면서 꽤나 냉철하게 ‘롤러코스터’의 부족한 부분들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에 하정우는 창욱의 로비를 시작으로 결말로 향해 가는 이야기의 라인을 잡아놓고, 캐릭터를 배치했다. ‘롤러코스터’ 보다 드라마를 더욱 부각시킨 것이다.

무엇보다 하정우는 ‘로비’를 코미디라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연출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드라마 장르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며 연출했다. 하정우는 “레퍼런스로 진지한 사실주의 영화가 더 많았다”면서 “시나리오를 쓸 때에도,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줄 때에도 웃기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저 사람들은 생각보다 무표정이며 말을 빨리하고, 괴랄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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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는 ‘로비’ 큰 무기다. 하정우를 필두로 김의성 강해림 이동휘 박병은 강말금 최시원 차주영 곽선영 캐릭터에 제대로 몰입한 배우들의 연기가 ‘로비’의 강점이기도 하다. 어떻게 이런 배우들이 한 영화에 모였는지 신기할 정도로, 감독인 하정우에게 출연 배우 복이 좋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정우가 배우들을 캐스팅할 때 캐릭터와 잘 어울리고, 또 그 캐릭터를 잘 연기해 줄 수 있는 배우들을 찾았다. 특히 진프로 역의 강해림 캐스팅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했다. 하정우는 강해림 캐스팅에 대해 “실제 골프선수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반인처럼 연기했으면 했다”면서 “강해림과 만났을 때 연기보다 더 중요한 건 골프 폼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프로 골퍼로서의 폼이 그 인물에게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풋풋하고 신선한 느낌이 장점인 배우라 캐스팅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하정우는 “진프로와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 최시원이 연기한 마태수다.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 중에서 가장 연예인 같은 느낌이면 했다. 배우 후보군은 모두 아이돌 출신 배우였다. 최시원이 적합하다고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배우는 바로 창욱의 사촌 동생인 호식을 연기한 엄하늘이다. 하정우는 엄하늘을 처음 만났을 때 운명 같았다고 했다. 본능적으로 ‘로비’에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이에 호식의 분량을 대폭 늘렸단다.

이렇게 하정우가 한 명, 한 명 고심해서 모은 배우들은 티키타카 호흡으로 막강한 재미를 리딩 때 다 톤을 잡았다. 이에 대해 하정우는 “보통 사람이 생각을 하고 말을 해야 하지만, 대부분 생각과 동시에 말을 한다”면서 “그 템포가 나오려면 연습밖에 없다. 그래서 리딩도 많이 했고, 배우들에게 요구도 많이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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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해볼수록 성장한다는 말은 감독인 하정우에게는 철칙과도 같았다. ‘롤러코스터’와 ‘로비’의 간극 사이의 경험이 더 나은 작품을 만드는 데 자양분이 됐던 것처럼 말이다. 스스로 ‘로비’를 자신의 연출작 중 가장 나은 작품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로비’로 관객 앞에 나서는 하정우는 ‘롤러코스터’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작품이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관객들뿐만 아니라 참여한 배우들과 스태프 모두에게도 그런 작품이었으면 한다고. ‘로비’에 참여하길 참 잘했다고, 이 작품이 내 필모그래피에 있어서 좋다는 것. 함께 작품을 만든 이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이 자신에게는 큰 성취라고 생각한다는 하정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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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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