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배우가 진행하는 예능프로그램이 대중의 사랑을 받기 위해선 어떤 요소가 필요할까. 이미 성공한 예들을 중심으로 몇 가지 조건을 추려볼 수 있다. 가장 먼저, 혼자든 여럿이 나오든 연출진이 출연하는 배우의 ‘찐’ 매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배우로 하여금 배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끌어내도록, 그러한 연기를 하도록 만들고 독려할 수 있다.
그러한 배우의 진면목이 프로그램에 제대로 녹아들게 하는 건 그 이후의 문제다. 시청자의 대부분이 출연한다는 배우를 보려고,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만 보았던 그 배우가 예능프로그램에선 어떤 모습을 보일지 호기심 어린 마음을 충족하려고 브라운관 또는 OTT 플랫폼에 시선을 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다 그 혹은 그녀의 모습이 진솔하고 진솔한 가운데 특유의 재미있음이 발견될 때, 다음 화를 기약하는 것이다.
당연히 배우의 진솔함은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와 맞닿아 있겠고, 아니 맞닿아 있을 수밖에 없다. 진솔한 사람은 주어진 상황을 선택한 자신만의 분명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인위적이어선 안 된다. 즉, 무엇을 하려고 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 존재하고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젖어 들어야 한다. 이들을 맛깔나게 요리하는 건, 특유의 재미있음을 포착하고 뽑아내는 건 어디까지나 연출진의 몫이며 재량이다.
그들에 의해, 배우 본연의 색깔이 선명하게 발휘되는 순간 이를 맞닥뜨린 사람들은 브라운관 또는 스크린 너머에만 존재할 것 같던 배우에게 한발 다가간 느낌, 즉 은근한 내적 친밀감과 함께, 그 혹은 그녀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자체에도 짙은 흥미를 가지게 된다. 다시 말해 출연하는 배우를 제대로 드러내 줄 수만 있다면 프로그램은 성공적인 성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으며, 그러다 보니 찐친인 관계의 배우가 함께하면 그들만의 편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본모습을 더욱 쉽게 보여줄 수 있어, 그 시너지는 배가 되기도 한다.
배우 박보검이 KBS2 음악프로그램 ‘더 시즌즈’의 새로운 진행자로 발탁되었다. 그를 위한 타이틀은 ‘박보검의 칸타빌레’로, 뮤지션이 아닌 배우가 MC를 맡은 건 처음이다. 그간 유명한 뮤지션이 맡아 왔음에도 그렇게 특별한 시청률을 내지 못했던 일을 생각하면, 박보검의 합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이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만.
흥미롭게도 바로 이 지점, 박보검이 뮤지션이 아닌 배우라는 것이 또 낙관할 만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음악프로그램을 딱히 즐겨보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배우 박보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뮤지션이 아닌 배우가 음악 전문 프로그램 MC로서 어떤 느낌을 낼지 궁금한 이들이 부러 찾아볼 수도 있을 테다.
그러니 ‘더 시즌즈 - 박보검의 칸타빌레’가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지만, 음악보다는 박보검에게 최대한 포커스를 맞추어야 하겠다. 그냥 칸타빌레가 아니라 박보검의 칸타빌레인 만큼, ‘찐’ 박보검을 보여주는 게 먼저가 될 때, 비로소 그와 ‘더 시즌즈’의 칸타빌레가 많은 이들의 주목과 애정을 받으리라. 진행자가 바뀜에 따라 각기 다른 타이틀이 만들어지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어쩌면 각각의 독자적인 느낌을 주지 못했기에 지금까지의 시청률이 저조하지 않았나 싶고. 박보검을 계기로 ‘더 시즌즈’가 새로운 도약을 하길 바라본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etvidet@naver.com, 사진 = KBS2 ‘더 시즌즈-박보검의 칸타빌레‘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