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무비' 이나은 작가표 청춘 감성, 시나브로 빠져든다 [OTT리뷰]
2025. 02.16(일) 08:00
멜로무비
멜로무비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더니. 심드렁하게 보고 있다가 점차 빠져든다. 빌드업을 견디고 나면, 쉽게 헤어 나올 수 없는 여운이 기다리고 있다. 이나은 작가의 감성이 한 번, 배우들의 연기가 또 한 번, 그리고 대사에 담긴 위로가 또 한 번 마음을 움직이는 ‘멜로무비’다.

지난 1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멜로무비’(극본 이나은·연출 오충환)는 사랑도 하고 싶고 꿈도 이루고 싶은 애매한 청춘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영감이 되어주며 각자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영화 같은 시간을 그린 로맨스다.

이번 작품은 드라마 ‘그 해 우리는’으로 감성 가득한 청춘 로맨스를 선사했던 이나은 작가가 집필을 맡고, ‘호텔 델루나’ ‘무인도의 디바’ ‘스타트업’의 오충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배우 최우식이 ‘그해 우리는’에 이어 이나은 작가와 다시 재회한 작품으로, 박보영 이준영 전소니 등이 합류해 신뢰를 더했다.

우선 ‘멜로무비’는 예고 없이 헤어지고, 또 우연히 재회하게 된 고겸(최우식)과 김무비(박보영)의 이야기를 그린다. 마치 이나은 작가의 ‘그 해 우리는’을 다시 보고 있는 듯한 기시감이 일 정도로 비슷한 서사구조를 그대로 답습한다.

또한 재회 후 자신의 마음을 자각하고 무비에게 다가가는 고겸과 그런 고겸을 밀어내기만 하는 김무비의 이야기가 반복돼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서브 커플인 홍시준(이준영)과 손주아(전소니)도 왜 과거에 헤어져야 했는지에 대한 묘사 없이 재회 후 감정 겨루기만 하고 있으니 피곤함을 배가 시킨다.

그러나 반복되는 이나은 작가식 서사 전개 방식에 흥미를 잃어갈 때쯤, 마침내 빌드업을 끝낸 ‘멜로무비’는 엄청난 몰입감과 함께 깊은 감정의 여운으로 보는 사람들을 끌어당기기 시작한다. 초반부 빌드업 과정에서 하차하면 절대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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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후반부부터 하나씩 그려지는 각 인물들의 상처와 감정들이 앞서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갔던 서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면서 감정의 울림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흔들리는 청춘들을 향한 이나은 작가의 위로가 담긴 대사들이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기도 한다. 특별하고 거창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담담해서 더 큰 울림을 지닌 대사들이 마음을 건드린다.

특히 고겸과 그의 형 고준(김재욱)의 관계성은 작품의 ‘킥’이다. 어떻게 보면 작품의 메인인 로맨스보다 형제의 서사가 주는 임팩트가 더 크다. 왜 고준이 미련해 보일 정도로 고겸에게 희생했는지, 왜 고겸은 사고 후 깨어난 고준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과정은 눈물 없이는 보기 힘들 정도로 그 여운이 대단하다.

배우들의 연기도 ‘멜로무비’의 강점 중 하나다. 최우식은 미운 짓을 해도 미워할 수 없는 고겸의 매력을 완벽하게 담아냈다. 왜 그렇게 철벽을 치던 김무비가 결국 고겸에게 마음을 열 수밖에 없었는지, 최우식의 연기로 모든 것이 설명된다. 박보영은 아버지를 너무 사랑해서 미워하기로 한 상처와 그런 상처를 숨기며 살아가는 김무비의 감정선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 몰입도를 더했다. 그런 두 사람의 ‘케미’는 더할 나위가 없다.

이 외에도 이준영 전소니 고창석 김희정 차우민 등도 각자 자신의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그려내며 ‘멜로무비’의 또 다른 축을 훌륭히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김재욱은 특별출연임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고겸 앞에서는 한없이 다정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에 속앓이를 하는 고준의 복잡다단한 감정선을 몰입도 있게 그려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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