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어쩌면 최악의 사태에 직면했던 어제, 또는 직면 중인 오늘, 몇몇 스타와 유명인이 예기치 못한 곤욕을 치렀다. 대표적인 예로, 배우 공유는 10여 년 전 어느 인터뷰에서 존경하는 인물 중 하나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은 게, 작사가 김이나는 과거 인터넷 방송 등에서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용어로 알려진 몇몇 단어를 쓴 일이 재조명되며, 적지 않은 이들에게 비난을 받는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다.

두 사람이 맞닥뜨린 곤란함엔 공통되는 특징이 있다. 제대로 모르고 혹은 깊이 생각지 않고 쉽게 내뱉었던 언행이, 그럴 만한 조건을 갖춘 환경에 놓이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부피를 지닌 문제가 되어 되돌아왔다는 것. 아마도 각자가 내놓은 ‘몰랐다’라는 해명은 진실이라 보아도 될 것이나, 유감스럽게도 몰랐다는 솔직한 답변이, 솔직해서 더욱 용인되지 않는 상황이었다고 할까.

조금만 돌이켜 보면, 공유가 공교육을 받을 시절의 박정희는 독재자의 이미지보다 영웅에 가깝게 그려지곤 했으니 아직 치기 어린 젊음에 속했을 당시의 그로서 충분히 존경할 만한 인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이나 또한 별다른 이유 없이, 자신이 쓰는 단어가 극우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출처로 둔 것인지도 모른 채, 그저 혹자들이 만들어낸 재치 있는 신조어라 여기며 따라 쓴 게 다일 수 있다.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사안은 몰랐다는 것 자체가 치명적인 문제로 작용하는데 주로 공통의 역사를 바라보는 인식이나 사회도덕과 관련된 감수성에 있어 발동되며, 더욱이 영향력을 지닌 사람이라면 알고 모르고,에 따르는 책임을 피해 갈 수 없다. 즉, 모를 수는 있으나 몰라선 안 된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솔직한 해명과 사과가 자신들을 향한 손가락질을 수그러들게 하는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이리라.

어쩌다 몰라선 안 되는 것을 모르고 있었을까. 주변에 올바르게 전달해 주는, 바로잡아주는 이가 부재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편향된 시선의 사고 방식을 별다른 가치판단 없이 수용했다거나, 대충 그 시점의 맥락만 놓고 해당 단어의 의미를 받아들여 어떤 고심의 흔적도 없이 손과 힘에 담아내고 말았다거나.

한 번 더 사고하고, 한 번 더 신중하게 들여다보아야 할 것을 그러지 않았다는 것, 별다르게 굴어야 했을 문제를 별다르게 굴지 않았다는 것. 이로부터 비롯된 ‘무지’가 오늘에 이르러 그들의 발목을 아프게 죄었다. 비단 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반드시’ 해당하는 것으로, 우리 또한 몰라선 안 되는 수많은 중요한, 세계와 삶의 마디마디를 모른 채로 살아가다가는 무지가 죄목이 되는 어느 순간에 제대로 부닥칠 테다.

독일의 작가이자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남긴 저서,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으로 유명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아이히만(유대인 학살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전혀 깨닫지 못했던 자였다. 이런 점에서 악의 평범성의 특징이 있다. 생각의 무능이 괴물을 만들 수 있으며 우리 모두의 안에는 아이히만이 존재한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