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발라드 여왕' 백지영이 데뷔 25주년을 맞이해 신보를 내놓았다. 새 미니앨범 '오디너리 그레이스(Ordinary Grace)'는 삶의 작고 평범한 부분에서 느끼는 소중함과 깊은 감정을 표현했다. 트랙리스트는 처연한 이별이 아닌 담담하면서도 다채로운 감정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노래들로 채웠다.

타이틀곡은 1번 트랙 '그래 맞아'다. 백지영은 "처음 들었을 때 '그래 맞아 아름다웠지' 부분이 너무 와닿고 마음에 들어서 깊게 고민 안 하고 타이틀곡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1세대 아이돌 그룹 H.O.T.의 강타가 작곡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백지영은 "올해 중반기쯤에 송 캠프를 통해 모았던 곡 중에 한 곡이었다. 블라인드 모니터로 진행해서 강타가 쓴 곡인 줄 몰랐다. 타이틀로 정하고 나서 안 이사님께서 쓴 곡이라는 걸 알았다. 친하게 지냈고, 예전에 같이 술도 먹고 했던 옛날을 떠올려보면 지금 강타와 이런 작업을 하고, 이런 날이 왔다는 게 감동스럽다. 그것도 선물로 주거나, 달라고 해서 받고 한 게 아니라 우연처럼, 필연처럼 만나서 더욱 감동적이다"라고 털어놨다.

타이틀곡으로 정해졌을 때의 강타 반응에 대해선 "뛸 듯이 좋아하지 않고, 많이 놀라워하진 않았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생각 외라고 생각한 게 아니더라. 곡에 대한 자신감이 있더라. 가사를 히키(Hickee)라는 친구랑 썼는데, 둘이 처음 작업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둘이 작업하면서도 서로의 결과물에 대해 칭찬하고 리스펙트 했다더라"라고 밝혔다.

강타와의 작업에 대해선 "놀라만 한 일은 없었고, 예상하는 대로 굉장히 매너 있고, 친절하고, 칭찬을 많이 해줬다. 자기가 가수면서 작곡가라 그런지 부르는 사람 스타일에 맞게 편하게 디렉팅을 해주더라"라면서 "요구를 너무 안 하더라. 내가 생각했을 땐 몇 번 부르지도 않았는데 오케이가 나더라. 오히려 제가 의심하고 더 부르자고 했다. 너무 널널한 선생님을 만났다. 분위기는 매우 모범적이었다"라고 미소 지었다.

백지영

'그래 맞아' 뮤직비디오엔 배우 나나와 채종석이 출연해, 사랑하는 남녀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를 하면서 느끼게 되는 감정을 다이내믹하게 표현했다.

백지영은 "여주인공이 중요했다. 조건이 예뻐야 했고, 안무가 아닌 몸으로 표현이 가능하고, 나이가 많지 않고, 연기력이 있어야 했다. 왜냐면 메인 장면이 마지막에 다리에서 불꽃과 함께 남녀 주인공이 몸으로 표현을 해야 했다. 그 표현이 막 하는 게 아닌, 동선과 표현이 짜여진 거였다. 중간중간에 배우들 간의 감정 교류로 애드리브는 들어갔지만, 그렇게 해줄 여자 배우가 필요했다. 나나와 인연이 있어서 오랜만에 장문의 메시지로 부탁했는데, 진짜 흔쾌히, 그동안 누가 흔쾌히라고 말하면 믿지 않고, 조건이 맞아서 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나나는 '너 출연료 이만큼 밖에 못 주고, 촬영 되게 힘들고, 날짜도 이 날짜에 꼭 해야 해'라는 긴 메시지를 보냈는데, '언니 25주년 앨범이고, 이응복 감독님이라면 자기 무조건 해보고 싶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나나한테 어울리는 남주인공을 찾았어야 되는 상황에서 해줬으면 하는 배우가 3명 정도 있었고, 나나가 종석이와 다른 친구 한 명을 저희한테 제안을 줬다. 저희가 그 친구들 자료를 찾아보고 이응복 감독과 회의 끝에 많은 고민 없이 종석이로 하게 됐다. 나나와의 케미가 너무 좋을 것 같았다. 키도 잘 어울리고, 얼굴도 너무 유니크해서 마음에 들어 했다. 나나 쪽 회사와 콘택트를 했을 때 종석이가 몸쓰는 게 자유롭고, 표현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 있는 피드백을 받아서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백지영

그동안 '사랑 안해' '총 맞은 것처럼' '잊지 말아요' 등 수많은 곡을 히트시키며 '발라드 여왕'으로 군림한 그다. 그러나 의외로 음원 차트 등 성적에 대해선 연연하지 않는다고. 그는 "회사에서는 신경을 많이 쓰는데, 전 정말 신경을 안 쓴다.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약간 너무 매곡에 일희일비하고 싶지 않고, 잘 되고 안 되고 가 다음 작업에 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크다. 사실 지나고 봤더니 생각보다 안 된 곡들이 많다. 그래서 잘 안돼도 괜찮다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올해는 공연을 안 하지만 매년 공연을 했는데, 현장에서 어떤 곡을 불렀을 때 뜻하지 않게 관객들을 터치하는 노래가 꼭 생긴다. 음원은 되게 잘 됐는데, 생각보다 현장에서 반응이 미지근한 곡이 있고, 성적은 좋지 않았는데 불렀을 때 반응이 따뜻하고 좋을 때가 있다. 그런 게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런 부분이 저한텐 되게 중요한 포인트"라고 전했다.

대중들이 갖는 기대감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그는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솔직히 밝혔다. 그러면서도 "기분 좋은 스트레스다. 기대를 너무 안 해주면 그것도 슬픈 일이고, 세상일이 적당히 아름답게만 갈 수 없는 것이라면 차라리 기대가 높은 게 낫다. 사실 어떤 음원을 냈을 때 성적이 좋지 않다는 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다만 그럴 때 너무 의기소침하지 않고 지혜롭게 기다리면서 일을 도모해 보고 지치지 않게 저를 컨트롤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백지영

지난 1999년 1집 '소로우(Sorrow)'로 가요계 데뷔해 어느덧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백지영은 "어디선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25주년보단 24주년과 26주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30주년보다 29주년, 31주년이 더 중요하다. 왜냐면 5단위로 끊어지고 0단위로 끊어지는 게 사실 그걸 기념하고자 만든 거지 24주년, 25주년, 26주년이 어떻게 보면 다 똑같이 거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런 생각을 갖고 맞이했다"라며 "여담인데 올해가 결혼 10주년인 줄 알았는데, 11주년이더라. 남편도 나도 10주년을 그냥 넘어간 거다. 그게 서로 둘 다 중요하지 않았던 거 같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조금 특별하게 다가오는 게 있다면, 25주년이 됨으로써 제 인생에 노래를 부르지 않았던 때보다 노래를 불러온 때가 길어졌다. 그런 면에서는 '아, 이제 나도 노래를 꽤 많이 불러왔구나'라는 감사함이 생기더라"라고 두 손을 모았다.

가수 활동의 원동력에 대해선 주저 없이 '가족'을 꼽았다. 그는 "획기적인 답변을 하고 싶지만, 이게 진실이니 어쩔 수 없다. 제 종교를 떠나서 생각했을 때 우선순위의 가장 첫 번째가 가족이다. 일은 그다음이다. 그래서 저를 위해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제 성취나 커리어를 위해 일하는 것도 아니고, 전 가족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매 순간 열심히 하자'주의다. 넓은 의미에서 '좋은 가수'라는 얘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되게 많은 게 필요한데, 또 어떻게 생각하면 그렇게 많은 게 필요하지 아닌 게 '좋은 가수'라는 얘기인 것 같다. 훌륭하고, 대단한 가수가 아니어도 좋으니 그냥 '참 좋은 가수야'라는 얘기를 들으면 너무 뿌듯할 것 같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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