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나는 몸짓으로 채울라네. 소리를 잃었지만 대신 아직 연기는 할 수 있어. 춘향이를 하던, 심청이를 하던 그 사람이 되어버릴라네. 그래서 빈 소리를 아주 차고 넘치게 채워버릴 거여."

최근 방송된 tvN 주말드라마 '정년이' 11회에서 윤정년(김태리)은 매란국극단 복귀를 앞두고 어머니 서용례(문소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후 윤정년은 이 약속대로 완벽하게 심청이로 변신, 매란국극단 입단 시험을 대중 앞에서 성공적으로 마치는 데 성공한다.

성공적인 변신을 마친 건 배우 김태리도 마찬가지. 온몸과 마음을 작품을 위해 바친 김태리는 누구도 대체하지 못할 자신만의 정년이를 완벽하게 완성해 내며 '정년이'를 아주 차고 넘치게 채워버렸다. 우려했던 '소리' 연기부터 극 전개에 따라 요동치는 정년이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은 것이다.

시청률과 화제성만 봐도 '정년이'를 향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알 수 있다. 4.8%(이하 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의 예상 밖 저조한 성적으로 첫 발을 내디뎠던 '정년이'는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4회 만에 10% 능선을 넘어서는 데 성공했고, 계속 팬층을 늘려가더니 최종회에 들어선 16.5%를 돌파, tvN 드라마 역대 시청률 순위 9위에 이름을 올렸다.

화제성 면에서도 '정년이'와 주연 배우 김태리는 1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로 TV-OTT 통합 부문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는 중이다.(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FUNdex) 기준)


다만 '정년이'를 향한, 김태리를 향한 반응이 처음부터 뜨거웠던 것만은 아니다. 방송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기를 끌었던 원작 웹툰에서 많은 부분이 각색됐다는 점, 제작사 간의 갈등 탓에 기대보단 사실상 우려가 더 컸었고, 배우들이 '정년이'의 중심과도 같은 '소리'를 잘 표현할 수 있겠냐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도 함께했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1회 만에 뒤집혔다. 처음 공연을 보고 국극의 세계로 순식간에 빠져드는 정년이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지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것. 그리고 그 중심엔 김태리가 있었다. 김태리는 능청스러운 연기와 감칠맛있는 전라도 사투리로 시청자들을 단숨에 1950년대로 떠나보냈고, 이후에도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졌다가 기적적으로 극복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뱉게 되는 정년이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몰입도를 탄탄히 쌓아갔다.

'소리'에 대한 우려도 2회 만에 완벽히 지워냈다. 오죽하면 '노래 대역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을 정도. "선천적인 소리꾼의 재능을 흉내 내기 위해" 3년을 쉬지 않고 소리 연습을 했다는 걸 증명할 정도로 흠잡을 데 없는 소리 연기를 선보이며 안방극장에 진한 감동을 선사했고, 이 와중에 마치 정년이 그 자체가 된 듯한 표정 연기까지 더해지며 보는 이들을 울컥하게 했다. 정년이가 울분을 터트리며 득음하는 장면, 회광반조처럼 떡목을 이겨내고 피를 토하며 소리를 내뱉는 장면은 '정년이'의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처럼 김태리는 한 캐릭터를 위한 끝없는 노력과 연구로 '미스터 션샤인'의 고애신,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나희도, '악귀'의 구산영에 이어 또 한 번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매 작품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그가 다음엔 또 어떤 변신을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진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DB, tvN '정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