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 해당 기사에는 뮤지컬 '멜리에스 일루션'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극의 중간중간 이은결 특유의 재치가 묻어 나온다. 그러나 무언극이라는 특성상 난해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이은결이란 이름값의 마술쇼를 기대해선 안 될 '멜리에스 일루션'이다.

지난 9일 LG아트센터에서 첫 공연을 선보인 창작뮤지컬 '멜리에스 일루션'은 이은결이 창작하고 연출한 작품으로 연극, 마술, 영상, 마임, 가면극이 결합된 복합 공연이다. 프랑스의 마술사 겸 영화감독 조르주 멜리에스의 삶과 예술에 대한 이은결의 오마주를 담은 작품으로, 쇼케이스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거쳐 지속적으로 발전 중인 작품이다.

'멜리에스 일루션'은 대사가 없는 무언극으로 퍼포머들이 무대 위에서 아날로그와 마술을 통해 멜리에스가 도입한 영화적 효과를 재현한다. 멜리에스는 최초의 SF 영화인 '달세계 여행(Le Voyage dans la lune)'을 만든 인물이자 영화에 특수효과를 도입해 시간과 공간을 가공해 새로운 배경을 만들어낸 시초가 된 인물이다.

공연은 중앙 무대와 상단 스크린, 그리고 무대를 중심으로 양 사이드에서 '달세계 여행'의 오마주를 펼치며 진행된다. 우측에는 멜리에스의 가면을 쓴 노인이 영화 산업 초기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멜리에스가 말년에 제작한 영화들의 거듭된 실패로 장난감을 파는 작은 구멍가게를 운영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시간을 역행하기도, 중앙 무대와 오밀조밀하게 사물을 주고받는 작은 마술이 멜리에스의 영화를 재구성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를 확대해 보여주는 건 상단 스크린이다 보니 결국 스크린이 메인이 되어버린다.

대사도 자막도 없고, 스토리에 대한 설명도 따로 없기에 멜리에스나 '달세계 여행'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극을 이해하기 힘들고 난해하다. 배우들이 타이즈를 입고 나와 크로마키 효과를 내며 결과적으로 영화와 비슷한 영상을 만들어 내지만 이조차 결국 상단 스크린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는 점은 아쉽다.

타이즈를 입은 배우들이 유쾌하게 중간중간 웃음을 자아내려는 작은 몸개그를 선보이지만, 웃음을 자아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은결식 재치와 작은 제스처가 상상이 되는 장면도 여럿 존재하지만, 멜리에스가 만들어내는 분위기와는 맞아떨어지지 않아 어색하다. 단 한 차례 가량 "신기하다"는 생각이 드는 마술이 있긴 하지만 이은결이란 이름값에 대한 기대감을 채워주긴 모자라다.

빌드업이 많아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기도 하며 난이도도 높은 편이다.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산업에 대한 오마주와 2차 세계대전에 관한 내용으로 이를 잃은 모습이 나타난다. 이에 더해 극 후반부엔 관객참여형 극으로 전환된다. 관중들의 플래시를 켜게 하고 이 장면을 스크린으로 보여주고, 이를 캡처해 열차가 밤하늘을 지나가는 장면처럼 연출된다.

극의 클라이맥스엔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최초의 영화로 많이 알려져 있는 '열차의 도착'에 대한 오마주가 담겨있다. 당시 관중들은 단지 라 시오타 역에 기차가 도착하는 장면을 찍은 영상을 보고 놀랐다는 일화가 전해진 바. 이를 오마주해 무대에 갑자기 큰 증기 기관차가 등장해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이를 통해 극과 관중들의 시간적 배경이 무너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작품에 멜리에스에 대한 헌정이 가득 담겨있지만, 이은결 식 마술을 기대한다면 아쉬움이 따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멜리에스 일루션'은 오는 17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LG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