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KBS 주말극 천하가 제대로 끝난 모양새다. 한때는 30% 시청률도 손쉽게 넘었던 주말극이지만 이젠 20%는 커녕 10% 초반대 시청률이 익숙해지며 여느 미니시리즈와 큰 차이 없는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KBS 주말극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의 명성과는 달리 2022년 3월 종영한 '신사와 아가씨' 이후 30%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을 넘긴 작품은 단 한 편도 없으며, 평균 시청률 역시 천천히 하락 중이다.

'신사와 아가씨'의 경우 최고 38.2%·52회 평균 31.2%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넷플릭스 톱10 안에 진입하기도 했으나, 후속작 '현재는 아름다워'는 최고 29.4%·평균 24.2%까지 하락했고 '삼남매가 용감하게' 때는 최고 28.0%·평균 22.0%로 다시금 하락세를 보였다.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 '진짜가 나타났다'는 최고 23.9%·평균 20.5%까지 떨어졌으며 '효심이네 각자도생'의 경우 평균 17.7%로 20%대 벽이 처음으로 무너졌다. 심지어 2007년 이후 방송된 KBS 주말극 중 역대 최저 시청률(4회, 11.1%) 기록을 경신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계속된 부진에 KBS도 가만있을 순 없었다. 이에 그들은 '신사와 아가씨' 당시 좋은 시너지를 보여줬던 김사경 작가와 배우 지현우를 다시 초빙, 자극적인 전개와 연출로 무장한 '미녀와 순정남'을 선보였으나 결과는 대실패. 최저 12.4%·최고 21.4%·평균 16.9%를 기록하는 등 전작보다 더 암울한 성적으로 KBS를 고민에 빠지게 했다.

가장 최신작 '다리미 패밀리'(극본 서숙향·연출 성준해)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주 첫 방송을 시작한 KBS2 주말드라마 '다리미 패밀리' 1회와 2회는 전국 가구 기준 각각 14.1%, 14.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0.4%P 상승폭을 보여주긴 했지만 여전히 10% 초반대 시청률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는 전작 '미녀와 순정남'(1회 15.3%, 2회 17.2%)보다 저조한 성적이자 상승폭이기에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그렇다면 KBS 주말극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시청 환경의 변화 탓이 크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수의 시청자가 TV가 아닌 OTT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 상황. 과거엔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한정돼 있었다면 이젠 언제 어디서나 본인이 원하는 작품을 볼 수 있어졌다. 다른 경쟁력 있는 콘텐츠들 대신 굳이 주말극으로 시간을 보낼 이유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시청자들의 취향도 지난 몇 년 사이 크게 변화했다. 과거엔 고부갈등·출생의 비밀·숨겨진 과거 등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가 안방극장의 시선을 이끌었을지 몰라도, 이젠 이것만으로 소비자들의 만족감을 충족시키기엔 어려워졌다. 현재의 소비자들은 한층 넓어진 시장 속에서 더 다채로운, 더 양질의 콘텐츠들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작품이 방송되는 주말 저녁 시간대는 보통 가족들이 함께 모여 보내는 시간. 자극만을 쫓다 등장하게 된 원나잇, 살인 등의 소재는 가족들이 함께 시청하기엔 어려움이 있는 만큼 시청자들의 외면만 이끌어내고 있는 중이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KBS2 '다리미 패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