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6년 전만 해도 은퇴를 고려했단다. "3년만 해보자"는 주위의 권유에 속는 셈 치고 커리어를 이어나갔고,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자신의 세계관을 구축하는데 성공, 7집 앨범을 통해 데뷔 20년이자 인생 두 번째 스무 살을 맞이했다는 가수 윤하의 이야기다.

윤하의 정규 7집 '그로우스 띠어리'는 윤하가 약 1년간 준비한 정규앨범이다. 윤하는 지난 2021년 11월 발매한 6집 '엔드 띠어리(END THEORY)' 이후 2년 10개월 만에 'THEORY' 3부작 시리즈의 다음 편을 선보였다. 윤하는 자신만의 스타일과 감성을 담은 총 10곡의 자작곡을 수록했다.

윤하의 세계관 작업은 지난 6집 '엔드 띠어리'부터 시작됐다. 윤하는 "이번 7집의 경우 서사에 집중한 트랙리스트가 이어지게 됐다. 이입했을 때 분위기를 생각해 선정하게 됐다"라며 타이틀 곡의 배치를 설명했다.

그는 '그로우스 띠어리'를 작업하며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그러던 중 눈에 띈 건 바로 개복치였다. 이번 앨범 타이틀 곡 '태양 물고기'도 개복치의 영어 이름 Sun fish에서 따왔다. 윤하는 "왜 이 친구만 해의 이름을 가졌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바다에서 20년의 수명을 갖고 있기도, 심해에서 행동반경이 넓어 바다 생물들에게 이득을 주기도 하더라"라며 "개복치에 대해 대단한 오해를 하고 있었다. 해파리가 주식인 것도 귀엽더라. 정이 가기도 하면서 동화되어 이입하게 됐다"라고 타이틀 곡의 메인인 개복치를 설명했다.

윤하는 "자신의 페르소나에 대한 불안감과 내가 누군지에 대한 불안이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 있다. 이 앨범에는 '우리 개복치 같은 사람이 되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라며 "자신만의 길을 가고 나름의 좋은 영향력을 선사할 수 있는 개복치를 닮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윤하는 “팬데믹 기간에 다큐멘터리를 보고, 꼬리를 물며 여러 개념들을 알게 됐다”라며 “제가 학교를 잘 안 다녔다 보니까, 물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제대로 공부할 기회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곡들의 제목은 대부분 범상치 않다. 과학적인 단어와 도전적인 제목으로 이목을 끌기도. 윤하는 이에 대해 "처음에는 너무 가나 싶었다. 그러나 회사에서 아티스트의 의견을 존중해 준다. 항상 잘 알고 익숙한 것만 할 수는 없지 않냐. 도전을 시작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있다"라고 전하며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주욱 나열했다. 이어 그는 "세 번째 시리즈에선 우주에서 바다로, 더 작은 단체로 가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전에 마음이 맞는 분들과 회사를 차렸다. '슈퍼소닉' 앨범을 만들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게 회사를 돌리기엔 보상이 적은 시기여서 쉽지 않았다. 이후 완전히 혼자가 됐었고 슬럼프가 찾아왔다"라며 6년 전만 해도 은퇴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로 데뷔 20년 차를 맞이한 윤하는 "당시엔 제가 뭘 더 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은퇴를 고려하던 중 지금 대표님이 3년만 더 해보자더라. 어차피 그만둘 거라 생각했었기에 진짜 속는 셈 치고 했었다. 돌이켜보면 운이 좋았던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역주행의 신화를 쓴 '사건의 지평선'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한 윤하다. 그는 "제가 지나간 인연들을 정리를 못하는 편이다. '왜 그렇게 됐을까'라며 인과관계에 집착하는 스타일이다. 저만 이런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더라. 그분들에게 닿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곡이다"라며 "이렇게까지 좋아해 주시니까 정말 신기했다"라고 밝혔다. '사건의 지평선'을 통해 신규 팬의 유입과 '과학 가수'로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진 윤하다.

윤하는 맹그로브 나무와 개복치에 대한 애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제가 20주년이니까 두 번째 스무 살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키워드와 맞는 것 같아 채택하게 됐다. 맹그로브와 개복치가 대중적으로 알려지거나 주류는 아니다"라며 "고래와 상어와 개복치중 인기투표를 하면 질 것 아니냐"라는 엉뚱한 상상을 덧붙인 주장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윤하는 "덜 주목받는 것에 대해 마음이 가는 것 같다. 개복치나 맹그로브도 이 기회를 통해 생태계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알려졌으면 한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해서 가치가 없는 건 아니잖냐"라고 자신의 신념을 전했다.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마음은 어땠을까. 윤하는 "10주년에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운이 들었다. 이제 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주년은 '어떻게 왔지?' 하는 생각이 든다. 10주년 땐 의도한 대로 잘 왔다는 느낌도 들었고, 지금은 제가 하는 부분이 작게 느껴진다. 엔터 산업에서 생각대로 완성되는 부분은 '기적 같은 일이구나' 하는 걸 체감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윤하는 얼마나 가수로 길게 활동하고 싶냐는 질문에 "조용필 선배처럼 하면 좋을 것 같다. 음악은 놓지 않으려 한다"라고 말하며, 그의 팬들과 오는 2041년 금환일식이 일어나는 날에 음악회를 열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팬들의 일부가 고위직 공무원이 되어있고 게장비빔밥이 나오는 디너쇼를 약속하는 등, 윤하는 팬들과 구체적이고 소중한 약속을 언급해 미소를 이끌어 냈다. 윤하는 "구체적으로 정해놓으면 될 것만 같지 않냐. 만약 안되더라도 '그때 그런 약속을 했었지' 하고 다시 돌아볼 수도 있지 않냐"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윤하는 "이번 앨범을 통해 많은 분들이 긍정적인 영향을 받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라는 공동체에 대해서 좀 애정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라고 팬들에게 짧은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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