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배우 김동준이 전역 후 더 강인한 남자가 되어 돌아왔다.

KBS2 토일드라마 '고려거란전쟁'(극본 이정우·연출 전우성)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김동준)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최수종)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KBS가 '태종 이방원' 이후 1년 6개월 만에 선보이는 사극이자, 270억 원이라는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운명의 저주를 짊어진 19살의 어린 황제 현종(왕순) 역으로 분해 32부작의 긴 여정을 마친 김동준은 "실감이 안 난다. 오늘 아침에도 문경에 가야할 것 같고, 수원에 있는 세트장에 가야할 것 같더라. 인터뷰를 하면서 슬슬 끝났다는 게 실감되는 것 같다. 이젠 진짜 끝났구나, 현종을 보내줘야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라는 아쉬움 가득한 종영 소감을 건넸다.

이렇게까지 종영이 실감나지 않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촬영이 불과 며칠 전에 끝났기 때문. "방송하는 주까지 촬영을 해서 그런지 사복 차림이 더 어색하다"는 그는 "촬영을 시작한 이후엔 샵도 따로 안 갔는데, 오랜만에 가니 낯설더라. 옷이 딱 달라붙는 것 역시 어색하다"라며 민망한 미소를 지었다.

사전 제작 형식이 익숙해진 지금, '고려거란전쟁'과 같은 실시간 제작 형식은 요즘엔 보기 힘든 시스템이기도 하다. 실시간 제작 형태의 가장 큰 특징이 있다면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곧장 수용할 수 있다는 점. 김동준 역시 시청자들의 의견에 큰 도움을 받았단다.

김동준은 "우선 힘이 많이 됐다. 관심은 애정과 같지 않냐. 애정이 없으면 피드백도 없을텐데, 그런 면에서 이 드라마에 많은 관심을 주는구나라는 걸 느꼈다"라면서 "우리 드라마의 목표 중 하나는 성군 현종을 대중 분들께 제대로 알려드리는 것이었는데, 댓글을 보며 많은 도움과 힘을 받았고 참고해 신에 적용한 장면도 있다. 시청자들에게 많은 에너지를 얻었던 것 같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고려거란전쟁'은 김동준이 전역 후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자, 처음 도전하는 정통 사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 가해지는 부담감 역시 엄청났다.

김동준은 "사실 처음엔 그저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출연을 결심했다.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날 꽉 채우고 있었던 전역 직후라, 심지어 제목에 '전쟁'까지 들어가다 보니 그저 패기로 선택했다. 그런데 대본을 받고 나서부턴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현종은 일단 너무 대단한 인물이지 않냐. 이 분을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고, 지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인물에 대한 생각만 하고 살았다"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혼란스러워하던 그에게 해결책을 제시한 건 공교롭게도 극 중 현종의 스승인 강감찬을 연기했던 최수종이었다. "선배가 '이런 부담을 현종이 가진 고민들에 연결 지어 생각해 보면 어떨까'라는 조언을 해줬다"라고 밝힌 김동준은 "이 연결고리가 시청자들에게 더 많은 공감을 살 것이라고 말씀해 줬고, 나 역시 그때부턴 긴장감을 숨기지 않고 연기하려 했다. 땀으로 옷소매가 젖을 정도로 많은 선배들 앞에서 연기하는 게 긴장됐지만, 그런 모습이 오히려 어린 현종과 어울린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엄청난 부담감이 있었지만 선배들, 스태프들과 함께 만들어가면 된다는 믿음으로 해낼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회차가 진행될수록 바뀌는 목소리의 톤 역시 현종을 더 현종답게 표현하고 싶었던 김동준의 노력 중 하나였다. 그는 "현종의 모든 나이대가 작품에 담기진 않았지만 목소리 톤으로라도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고자 했다. 현종이 왕이 되어가는 과정을 잘 담아내고 싶었다"라며 "처음엔 10대의 순수함과 왕이 되기 이전의 패기를 보여주고 싶었고, 중간엔 왕이 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마지막엔 군주로서의 모습을 묵직하게 담아내고자 했다. 이때 참고한 것 역시 최수종 선배였다. 강감찬을 통해 배움을 얻는 현종의 모습을 바라보며, '저 역시 선배님을 닮아가면 어떨까요?'라고 질문했고 '좋을 것 같다'는 답변이 와 선배의 목소리 톤을 참고하며 연기했다. 현종과 강감찬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더욱 서로의 영향을 받았던 존재였기에 군주가 된 이후의 톤 역시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들 덕분일까. '고려거란전쟁'은 10회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을 돌파, 정통 사극으로선 이레적인 영향력을 보여줬고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23 KBS 연기대상에서 작가상, 남자조연상(이원종), 남자인기상(지승현), 베스트커플상(최수종, 김동준), 남자우수상(지승현), 남자최우수상(김동준), 대상(최수종)을 휩쓸었다. 방송 중인 작품이 트로피를 가져가는 것 역시 이례적이다.

당시를 회상하던 김동준은 "수상 이후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커졌다"며 "부담감이 줄어들 때쯤 더 큰 부담이 오더라. 방송 도중에 상을 받았는데 한순간도 마음을 놓지 말라는, 마무리까지 잘 하라는 의미로 들려 마지막 촬영까지 긴장을 놓지 못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시작부터 끝까지 늘 긴장의 연속이었고 부담감이 늘 자신을 짓눌렀지만 후회는 남지 않는단다. '도전하지 않으면 얻을 수도 없다'는 가치관이 그 안에 깊게 박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도전하지 않으면 뭐든 얻을 순 없잖아요. 내가 움직여야 뭐라도 얻을 수 있는 건데, 그렇기에 저도 도전이 두렵지만 주저는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이면 제가 감내해야 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계속 도전하고 스스로를 다듬어가는 것. 그런 과정이 없다면 이뤄지는 것도 없다 생각해요. 앞으로도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역할이라면 뭐든 도전하며 살아갈 것 같아요."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 메이저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