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100억 규모’ ‘128개국 참가자’라는 어마어마한 스케일로 화제를 모았던 SBS의 첫 걸그룹 오디션 ‘유니버스 티켓’이 굴욕적인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주말 오후에서 평일 저녁으로 편성 시간대를 옮겨온 후, ‘파트 2’의 시작이라는 그럴싸한 홍보까지 곁들였지만 받아든 성적표는 초라해 보인다.

14일 오전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저녁 방송된 SBS ‘유니버스 티켓’ 5회의 시청률은 전국 가구 기준 0.5%를 기록했다.

프로그램의 자체 최저 시청률이다. 지난 11월 18일 1.1%의 시청률로 출발을 알린 후 곧장 0%대에 진입, 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렇다 할 반등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잦은 편성 변경과 악마의 편집 등의 구설을 문제 삼기에도 민망한 수치다. 첫방 이후 0.5~0.9% 사이를 맴돌고 있으니 흡입력을 갖는데 완전히 실패했단 분석이 따른다.

심지어 ‘유니버스 티켓’이 옮겨온 시간대인 수요일 저녁은 지상파 ‘수요 예능’ 왕좌를 수개월째 지키고 있는 ‘골 때리는 그녀들’의 바로 뒷 시간대다. 13일(4.6%)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5% 이상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인기 예능 바로 뒤에서 리모콘을 사수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앞서 방송된 다른 지상파 방송사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도 고전하긴 했다. MBC ‘극한데뷔 야생돌’(2021) ‘소년판타지 – 방과후 설렘 시즌2’(2023)도 모두 0%대 시청률이었다.

‘유니버스 티켓’을 연출 중인 이환진PD의 전작 ‘라우드’(LOUD, 2021)가 그나마 선전했지만 첫 방송에서 9%를 기록한 후 종영 때는 2.7%까지 떨어졌었다.

서바이벌 오디션에 대해 쌓인 시청자의 피로도가 수치로 나타났음을 의미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유니버스 티켓’을 강행한 것은 제작진의 확신, 자신감이 동반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니버스 티켓’의 시작은 화려했다. 패션 기업 형지가 설립한 신생 기획사 F&F엔터테인먼트와 공동 제작, 100억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필리핀과 미얀마, 몽골,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지역의 참가자들을 수급했단 것도 ‘유니버스 티켓’의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시작부터 삐걱댔다.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방송 3회 만에 편성이 두 번이나 변경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첫 방송은 토요일 오후 6시 5분 시작됐고, 2회는 토요일 오후 5시로 내려왔다.

4회부터는 아예 요일을 옮겨 수요일 오후 10시 40분 편성표에 들어왔다. 종영 때까진 이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이지만 시청자에게 혼선을 준 대가는 치르고 있다.

시청률이 더 떨어졌다. SBS도 1%대 시청률로 저조하단 평가 속 막을 내린 예능 ‘옆집 남편들-녹색 아버지회’ 이후 반등을 기대했을 수 있지만, ‘유니버스 티켓’은 이마저도 지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편성 시간대 변경에 대한 제작진의 변은 ‘신선한 변화’였다. 사전 오디션을 통해 추려진 82명이 41명으로 추려지는 과정을 주말 저녁 폭넓은 시청자에게 보여줬다면, 여기서 더 좁혀지는 본격적인 경쟁부터는 타 오디션들이 그러했듯 평일 심야 시간대를 활용하겠단 계산이 서 있었다는 거다. 이를 파트 2의 시작으로 봤다.

하지만 시청자는 파트 2에도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청률을 떠나 화제성 면에서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K-콘텐츠 경쟁력 분석 전문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등이 집계한 화제성 지수 순위권에서 ‘유니버스 티켓’은 찾을 수 없다. 유튜브 구독자를 6만 명 정도 끌어 모았지만, 조회수는 방송 전 올린 예고 영상이 기록 중인 29만 회가 최고다.

이런 와중에 ‘유니버스 티켓’이 기획하고 있는 다음 이벤트는 공동 제작을 맡은 패션 기업과의 연계다. 오는 17일 ‘유니버스 티켓 공식몰’이 오픈된다. 출연진들이 착용한 의류, 아이템 등을 이곳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공동 제작사이자 스폰서의 입장에서는 시청률보다 더 중요한 론칭일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굿즈’ 개념으로 인기몰이를 해 방송과 시너지를 낼 수도 있겠지만 확률이 높지 않아 보인단 분석이다. 오히려 ‘염불보다 잿밥’ 느낌이란 날선 시각도 있다.

과거 방송을 통해 진행하는 공개 서바이벌 오디션이 인기를 얻었던 이유는 K팝 그룹 데뷔라는 꿈 하나만 보고 달려온 연습생들이 트레이닝을 받고 발전해나가는 모습, 경쟁 과정에서 나타나는 극적 요소들에 시청자가 공감했기 때문이었다.

‘유니버스 티켓’은 아직 이 공감을 얻지 못한 듯 하다. 총 12부작으로 기획했으니 절반도 보여주지 않았다지만 갈 길이 멀어 보인다. SBS의 대기획이 초라하게 막을 내릴 것인지, 혹은 파트 2의 본격적인 장이 열릴 6회부터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SBS '유니버스 티켓']